윤제균 감독은 대한민국 최초 쌍천만을 돌파한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나이를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관객들에 감동과 위로를 안긴다. 대표작은 1000만 관객을 넘어선 대히트작 '해운대'와 '국제시장'이다. 제작사 JK 필름의 일원으로서 각본과 기획·제작까지도 성공을 거둔 그가 무려 8년만에 연출가로 돌아왔다.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1일 개봉한 '영웅'(감독 윤제균)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김승락)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로,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CJ ENM |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 이후 무려 8년만에 관객들에 연출가로서 신작을 선보인다. '영웅'은 개봉 전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후 언론과 평단, 일반 관객들에게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윤 감독은 "너무 감사하다. 뮤지컬 '영웅' 제작, 감독하신 윤호진 대표님이 전화하셔서 '너무 많이 울었고 너무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원작자의 칭찬에 진짜 울컥했다. 공연은 수십년 해야하는데 혹시나 제가 만든 영화가 폐가 될까봐 걱정이 너무 많았다. 언론도 평단도 잘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원작자의 칭찬은 정말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영웅'의 시작은 원작 뮤지컬을 보고 우리가 잘 몰랐던 안중근 의사와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나문희)여사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휴먼 드라마다.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에 내가 감명을 받았고 그 이야기를 관객들에 전달하고 싶었다. 어머니가 사형 선고 받은 아들에 의로운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그냥 죽으라고 한다. 이건 팩트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 뿐이다. 아들에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이다. 억지로 울리려고 하지 않아도 보편적인 부모와 자식간의 감정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윤 감독은 대표작은 2001년 '두사부일체'로 데뷔,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한국 코미디 영화계에 영향력을 펼쳤지만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재난 속 인간애를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 때부터 현대사를 배경으로, 대한민국 가장의 고된 삶을 재조명했다. 감동과 위로를 안기는 동시 뻔한 전개로 슬픈 감정을 유도한다는 의미의 '신파'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안중근 의사'라는 소재만으로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감독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내가 만들려고 한 '영웅'은 그런 작품이 아니었다. 만약 대중의 말처럼 신파가 되고 국뽕을 유도했다면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대결 국면으로 가야했다. 자연히 영화의 절정은 안중근 의사의 저격 장면이어야 한다. 모든 영화가 달려온 지점일테니 쏟아부었어야 한다.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지만 '영웅'의 절정은 그게 아니다. 저격하고 난 뒤에도 30분이 더 있다. 우리가 몰랐던 안중근의 마지막 1년이다. 어머니가 아들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고, 안중근이 '장부가'를 부르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이다."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CJ ENM |
아들과 어머니의 이야기인만큼 주인공 안중근 못지 않게 어머니 배역도 중요했다. 윤제균 감독이 가장 먼저 생각한 배우는 나문희였다. 두 번 생각도 않고 오직 나문희보다 잘 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캐스팅을 시도했다. "나문희 선배님과는 '하모니' 제작하고 출연 하셔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무조건 캐스팅하자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전해드렸다. 고민이 많았는데 시나리오 받으시고 선생님도 안중근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고, 조마리아에 대한 사실도 알고 있다고 하시면서 '언젠가는 조마리아 여사 역할이 들어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 고민도 하지 않으시고 하겠다고 하셨다. 정말 운명이 아닌가 싶었다."
나문희가 분한 조마리아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넘버의 첫 소절이 나오는 순간 관객들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 감독은 이미 예견한 모습이었다. "배우들이 처음으로 다 모여서 전체적으로 리딩을 했었다. 뮤지컬 영화니까 대본 리딩도 다른 방법으로 했다.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가사가 대본에 적혀있다. 노래는 각자 스튜디오에서 사전 녹음을 진행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 넘버가 흘러나왔다. 나문희 선배님의 노래가 나올 때도 틀었다. 그때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울었다. 그때 배우들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무리 노래를 기교적으로 잘해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진정성이 담긴 노래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다들 전체 리딩하고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 그래서 현장 라이브 할 때도 기교가 아닌 얼마만큼 진실되게 표현하느냐가 포커싱이 됐다. 그 전체 리딩 이후로 콘셉트가 완전히 바뀌었다."
안중근 역은 무려 14년동안 원작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캐스팅됐다. "원작 뮤지컬을 보고 영화화하겠다고 할 때 목표가 명확하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공연 본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자였다. 영화를 보고 실망하면 모두가 비수가 되서 가슴에 꽂힐 것 같았다. 두번째는 전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내자는 게 목표였다. 실력이 제일 중요했다. 실력으로 캐스팅 하겠다는 게 진정성이라 생각했다. 담보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믿음이 있었다. 그 역할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1티어랑 하고 싶었다. 안중근 역에 정성화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정성화보다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라는 고민도 없었다."
'영웅'을 향한 호평 중 단연 최고의 찬사를 받은 사람은 배우 김고은이다. 정성화는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받았기에 잘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나문희는 명불허전 진정성으로 예고편부터 예비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김고은은 노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작품 속에서는 처음이다. 윤 감독은 "설희(김고은) 캐스팅이 제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CJ ENM |
"주변에 노래 잘하는 여배우를 물어보면 다들 김고은이라고 했다. 설희의 감정 소모가 중요했기 때문에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 배우가 필요했다. 매니지먼트사, 영화 관계자 다 물어보니까 딱 한명 나오더라. 김고은 밖에는 없다고 하더라. 김고은과 사무실에서 만날 때가 이미 정성화, 나문희 선배님 캐스팅 후였다. 대안이 없는 상태였고 너무 간절해서 김고은 앞에서 너무 떨었었다. 너무 캐스팅하고 싶었다. 설희의 넘버가 다 하이 키다. 그 노래를 소화할 수 있고 감정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배우는 김고은 뿐이었다. 정말 간절함을 담아 진실되게 어필했다. 다음날 바로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었다."
감독은 "정성화가 주인공을 하는 것도 운명이고, 나문희 선배님께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 시나리오를 받게 된 것도 운명이다. 김고은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운명처럼 만났다. 정말 배우들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정말 운명처럼 만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