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한국 여자 배우 최초로 3대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독점한 '믿고 보는 배우' 나문희가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로 분해 극에 진정성을 불어넣었다. 나문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독립운동의 길에 나선 안중근의 신념을 묵묵히 지지하는 조마리아의 강인한 모정과 매 순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사무치는 감정을 밀도 있게 그리며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열연으로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영화 '영웅' 조마리아 역 나문희/CJ ENM |
185만 관객(5일 기준)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는 '영웅'(감독 윤제균)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영웅'이 200만 관객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나문희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 2타임으로 진행된 나문희의 라운드 인터뷰는 한 타임당 3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나문희는 "사실 오늘 인터뷰 한다고 해서 잘하자는 생각으로 왔다. 근데 저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실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영웅'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연출을 맡은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이 아버지 영화였다면 '영웅'은 어머니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또 앞서 스포츠W와의 인터뷰에서 윤 감독은 나문희와의 작업을 운명같다고 표현했다. 나문희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영웅' 조마리아 역 나문희/CJ ENM |
"윤 감독님과는 영화 '하모니'로 작업을 했다. 제작자로 함께 했다. '국제시장', '해운대' 영화도 봤고 잘 만든다고 생각했었다. 조마리아 여사 역을 제안했을 때는 나를 믿으니까 시켰겠지 생각했다. 제안을 받고 조마리아 여사에 대해서 찾아봤다. 근데 엄청난 분이더라. 이 배역이 저와 나이차가 너무 크다. 내가 누를 끼칠까봐 망설였다. 아들을 희생시키려면 엄마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겠나. 지금 생각해도 울멍울멍한다."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한 아들 안중근이 사형 선고를 받았을 당시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 '의로운 일을 했으니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어라'라고 적었다. 자식을 앞세운 어머니의 마음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나문희는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기가 막힌다. 지금도 울멍울멍해진다. 얼마나 북받치겠나. 그래서 촬영할 때 별로 울지도 않았다. 목까지 차 올랐지만 그 안에서만 경련을 했다. 표출은 덜 된 것이다. 그보다 훨씬 더 속마음은 많이많이 슬펐다. 말로 슬프다는 표현이 다 안 된다."
'영웅'에서 나문희가 부른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넘버는 극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러닝타임 내내 참아냈던 눈물을 기어이 터뜨리게 만든다. N차 관람 열풍과 더불어 SNS에서는 폭풍오열 인증샷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영웅' 조마리아 역 나문희 스틸/CJ ENM |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제 노래에 많이 울었다는 반응을 들었다. 제 손주가 혼자 영화를 보고 와서는 옆 사람이 자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 노래 장면에서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문지르더라고 하더라.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사실 관객들의 그런 반응에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아직도 이런 힘이 있나 생각도 들었다. 인정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했다."
사실 이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앞서 '영웅' 대본 리딩 때부터 나문희의 노래에 당시 현장의 휴지가 동날 정도였다. 대본리딩 당시 배우들의 직접 부른 노래가 중간중간 공개됐고, 나문희의 노래를 들은 후 작품의 방향성은 감정선이 도드라지는 진정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영웅'을 어떤 방법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했다.
"우리 큰 딸이 피아노 전공을 했다.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레슨을 받았다. 호흡이 좋다고 하더라. 전에 악극 할 때는 그렇게까지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 '뜨거운 싱어즈' 할 때도 그렇게 부지런히 레슨을 받았다. 호흡을 많이 갖고 하려고 노력했다. 그 호흡이 겉으로 보이는게 싫어서 감추려고 많이 노력했다. 저는 작품할 때 상황을 우리 가족으로 대입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연기할 때만 쓰는거니까. 현실에서는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도도 많이 한다. 대본 리딩 후 그렇게 바뀌었다는 것은 개봉 후에 알게 됐다."
▲영화 '영웅' 조마리아 역 나문희/CJ ENM |
조마리아 넘버는 촬영을 마친 후 재촬영을 진행했다. 처음 뤼순 형무소 앞에서 불렀던 장면은 영화에 공개되지 않았다. 영화에 공개된 고향집에서 배냇저고리를 들고 아들을 그리다가, 아들이 마지막 입을 수의를 손수 만들고 편지를 쓰는 장면은 재촬영분이다.
"윤제균 감독님이 여러번 테이크를 갔다. 뤼순 형무소 앞에서 촬영한 장면은 내 마음에 들게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잘 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정이 실내에서 찍을 때보다 덜 나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재촬영한다고 할 때는 사실 질색했다. 사실 첫 감정을 쌓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만들어낸 감정인데 그 순간이 아니면 어디서도 잘 안나오는 것 같다. 근데 재촬영을 한 것은 의도한대로 가까이 간게 아닌가 싶다. 처음 부르고 '난 참 잘한 것 같애'라고 말했었다. 근데 윤 감독이 더 가라고 하더라. 결국에는 맨 처음에 한 것을 쓰더라. 처음에 나오는 감정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미소)."
인터뷰②에서 계속...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