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나문희는 1961년 MBC 공채 라디오 성우 1기로 데뷔했다. 개국 초창기에는 배우 수요가 늘어난 탓에 성우가 배우를 겸업하거나 전업했다. 나문희도 그 시절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활동해왔다. 하지만 동료 남자 배우보다 큰 체격을 이유로 조, 단역을 전전했다. 그의 본격적인 연기 인생은 54세때 문영남 작가의 '바람은 불어도'다. 80대 할머니로 분한 나문희는 조연임에도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제3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 제2회 한국방송대상 여자탤런트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인정성 있는 연기력을 인정 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연 나옥분으로 연기하며 두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아이 캔 스피스'로 수상한 상만 무려 15개다. 나문희는 해당 작품으로 연기 인생 56년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 제38회 청룡영화상과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 최우수연기상, 제55회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3대 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은 한국 여자 배우로서 최초의 기록이다. 이를 계기로 충무로에 시니어 열풍이 불기도 했다. 나문희는 현재까지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동료, 선후배 배우들의 활약이 너무 자랑스럽다.
▲영화 '영웅' 조마리아 역 나문희/ CJ ENM |
"내가 올해 나이가 83이다. 11월 생이라서 몇달 뒤면 나이가 줄어든다고 하더라(웃음). 우리 나이의 사람들이 조금 더 활동적인 일을 했으면 한다. 이순재 선생님이 지금 연극 '갈매기'를 연출하셨다. 이전에도 가천대에서 꾸준히 교수님을 하셨었다. 안 쉬고 일하신다. 그냥 나온 작품이 아닐 것이다. 꼭 가서 볼 생각이다. 신구 선생님도 그렇고, '모범형사'를 보니 박근형씨도 정말 쉬지 않고 일하더라."
동료와 후배들을 보면서도 많이 배운다. "요즘은 극이 더 좋아지고 뻔하지 않은, 색다른 극이 나오는 것 같다. 후배들도 연기를 너무 잘한다. 김혜수, 김희애, 예수정 그 또래들이 요즘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작은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주연에 큰 욕심은 없다. 후배들을 보고 많이 배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싱어즈', '진격의 할매'도 함께 하고 있는 김영옥과는 MBC 성우극회 1기 동기다. 김수현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도 함께 호흡했고, '하이킥에서도 김영옥이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다. 김영옥은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글로벌 할머니'로 거듭나기도 했다. 친한 후배인 고두심도 최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에 출연하며 글로벌 OTT에 진출했다. 나문희는 "주인공 말고 작은 롤 하고 싶다. 가벼운 것 '호박 고구마' 같은 것"이라며 웃었다.
▲영화 '영웅' 조마리아 역 나문희/ CJ ENM |
"저도 '아이 캔 스피크' 할 때 호주 시상식에서 초대를 받았다. 나도 나름 부지런히 뛰고 있다. 김영옥씨는 '오징어 게임'을 한 것에 대해 내가 박수를 쳐줬다. 김영옥씨가 하는 것은 다 본다. '갯마을 차차차'도 봤었다. 안부 전화도 많이 한다. 고두심 것도 관심이 많으니까 다 본다. 정말 안나오는데가 없다.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야한다. 나도 꾸준히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이어 "큰 역할보다는 작은 역할로, 욕심은 내지 말고 내꺼 잘 찾아서 하자는 생각이 있다. 사실 '영웅'은 많이 무겁다.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는 사명감이 크다. 책임까지는 모르겠지만 관객이 공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항상 기도를 많이 한다. 할머니 역할도 일찌감치 했다. 나는 '하이킥' 같은 '호박고구마' 같이 재밌게 놀다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할머니라고 무거울 필요 없다. 젊은 세대들은 나를 호박 고구마 할머니로 기억하더라. 고구마를 자꾸 가져온다(웃음). 작년 10월부터 틱톡도 시작했다. 그거 하는 이유가 일주일에 한번은 준비를 하고 젊은 애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게 또 재밌더라. 내가 하길 잘했구나 생각이 든다. 크게 바라는 것은 돈도 아니다. 내가 항상 움직인다는 것이 중요하다. 뭔가 굳어지는 것이 싫다"고 덧붙였다.
나문희의 바람은 오래오래 건강하게 연기하는 것이다. "나는 연기하는게 아직도 즐겁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60년 이상을 해오니 일상이 된 것 같다. '영웅' 찍고 나서도 한번도 쉰 적은 없다.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도 지금 이 순간이다. 내가 이렇게 존재감이 있어나 다시 생각하게 된다. 건강했으면 한다. 다른 분들에 폐를 끼치지 말았으면 한다. 어떤 이유도 안 되게 나만 잘하길 바란다. 내가 사는 날까지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만날 때까지는 내가 열심히 한 생각이다."
▲영화 '영웅' 조마리아 역 나문희/ CJ ENM |
건강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집에서 자전거 타기를 매일 20분씩 한다. 하체 운동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스트레칭하고 하면 자꾸 딴 생각을 해서 불경을 외우는 편이다. 그걸 꾸준히 했으면 한다. 대중탕도 매일 가고 있다."
나름의 연기 철학도 전했다. "연기는 순간 튀어나오는게 괜찮은 것 같다. 옷도 입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막상 걸치며 별로일 때가 있다. 거기에 운동화까지 신으면 그럴 듯하다. 대본받을 때는 엄두가 하나도 안 난다. 근데 자꾸 들여다보고 반복해서 계속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메주가 쑤어지더라(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