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인상 5관왕 김시은 "데뷔작 '너와 나'로 '사랑해'라는 말이 편해졌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1-21 06: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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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신예 김시은이 2023년 신인상 트로피를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까지 김시은은 영화 '다음 소희'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32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황금촬영상 신인여우상, 제59회 대종영화제 신인 여우상까지 5관왕을 기록하며 '괴물신인'임을 입증하고 있다.


'다음 소희'로 신인상을 싹쓸이 중인 김소희의 신작 '너와 나'다. 20일 기준, 2만 관객을 돌파하며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로,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영화 '너와 나' 하은 역 김시은/골드메달리스트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 '너와 나'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스토리와 독보적인 감수성, 그리고 작품이 건네는 사려 깊은 애도에 많은 관객들이 매료, 호평과 함께 N차 관람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김시은은 주인공 하은으로 출연, 순수하고 싱그러운 매력을 뽐내는 반면, 진심을 표현하는데는 서툰 모습으로 10대의 풋풋함을 완성해냈다.

'너와 나'는 세미가 꾼 꿈과 수학여행 가기 하루 전이라는 현실이 섞여 있다. 이에 관객들 역시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이 영화의 매력 중의 하나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김시은은 "감독님이 하시는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되게 시적인 부분이나 은유적인 표현도 많다. 영화에서 카메라가 비추는 모든 오브제가 그렇다. 그러면서 내가 해석하는게 맞나? 정답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내 해석이 걱정된 부분도 있다. 하지마 그런 걱정보다는 하은이로서 세미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겠다 판단했다. 감독님이 다룬 사랑의 메시지가 너무 좋더라. 그래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사실 '너와 나'는 풋풋한 두 여고생의 서툴지만 서로를 향해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이 모든 일은 수학여행 하루 전날의 이야기로 올해 9주기를 맞이한 '세월호 사건'이 기반이 된다. 김시은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에서 잊혀지면 안되는 사건을 감독님이 한번 더 이야기 해주시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중학생이었다. 그때 더워서 창문을 열어놔서 바람도 불고 있었다. 교실에도 몇 명 없을 때 그 이야기를 들었었다"고 말했다.


▲영화 '너와 나' 하은 스틸/㈜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촬영에 앞서 '너와 나' 출연진 및 스태프들은 팽목항을 다녀왔다. 김시은은 "그때는 말이 안나오더라. 그냥 그 풍경들을 바라보며서 느꼈던 것 같다. 감독님은 말보다 행동으로 해주신 분이다.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영화에 도움되 게 이끌어주신 것 같다. 당시에는 나한테 그게 엄청나게 도움이 될 줄 몰랐는데 지나고보니 다 도움이 되더라. 부담스럽게 이끌어쥬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미소 지었다.

배우 조현철이 아닌, 감독 조현철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조용하기도 한데, 그렇지 않은 분이다. 사람으로는 궁금하다. 자아가 여러 개라서 천재적으로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감독님 웃긴 분이다. 말씀도 되게 잘하신다. 배우의 의견을 먼저 듣고 정 아니다 싶을 때는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주면서 맞춰가는 부분이 많았다. 제가 하은이가 되기 위해 하은이로서 일기를 썼었다. 그걸 보여드렸었다. 근데 그걸 감독님이 SNS에 올려놓으셨더라. (웃음)."

하은으로서 일기를 쓰며 캐릭터를 찾아간 김시은. 기자가 만난 김시은은 밝고 쾌활한 모습이 하은 캐릭터와 닮아있어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실제 사건이 기반이 되지만, 김시은은 하은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는 "세미를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세미와 하은이의 호흡이 중요했다. 근데 하은이랑 저랑 닮은 점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미는 말투, 억양 하나하나를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다. 저는 대본의 탄탄한 세미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했던 것 같다. 즉흥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근데 최근 시사회를 통해 '너와 나'를 다시 보는데 제 모습이 문득 하은이와 닮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때는 인정하지 못하는 부정기였다면, 지금은 인정하고 있는 시기다"며 웃었다.

▲영화 '너와 나' 하은 역 김시은/골드메달리스트
 

그러면서 김시은은 "하은이에게 다혜라는 친구가 있듯이, 저도 학창 시절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저는 전교 부회장도 하고 선도부도 했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었다. 극 중 세미가 하은이한테 편지를 쓰는 모습이 있다. 문득 일상 생활을 하면서 스쳐지나가는 순간이 있다. 순간순간 드는 감정들을 생각하며 일상속에서도(하은을) 많이 생각했겠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시은이 해석한 세미에 대한 하은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김시은은 "진짜 많이 표현했는데 세미가 그 마음을 못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플러팅도 세미한테만 하는건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은에게 다혜는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미는 사랑이다. 깊은 우정이었던 것 같다. 하은이는 성격상 자기의 힘든 상실감이나 죽음에 대한 고충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표현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 그 친구를 재밌게 해주는거라고 생각했다. 세미는 감정을 터뜨리면서 표현하지만, 하은은 온전히 눈빛으로 보낸다. 그럼에도 세미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미운 짓을 해도 하은이는 좋아한다. 관객분들이 둘이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답답하게 하시더라. 하하."

세미를 연기한 박혜수와는 첫 만남이다. '너와 나' 팀의 막내라는 김시은은 하은으로서는 세미와 '절친' 케미를 완벽하게 그리며 몰입도를 높였다. "혜수 언니는 인물을 대하는 태도라던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시는 편이더라. 말투나 어미 하나까지 상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하는 것을 보고, 제가 가진 모습이 아니니까 되게 많이 배웠다."

 
▲영화 '너와 나' 세미, 하은 스틸/㈜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극 중 하은은 자신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며 고백하는 모습에 깜짝 입맞춤을 한다. 김시은은 "작품에서 첫 로맨스다. 대본에는 원래 하은이랑 세미가 한 번만 입 맞추는 것이다. 근데 제가 이마에다가 하고 입술에 또 한번 하는게 하은이 다울 것 같았다"고 비화를 전했다.

'다음 소희'로 데뷔한 김시은이지만, 사실 '너와 나' 촬영이 먼저다. 특히 '너와 나'는 촬영 당시보다 이후 더 애틋해진 작품이다. "'너와 나' 촬영장은 정말 스태프 모두의 애정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그게 피부로 느껴졌다. 제가 '다음 소희'를 당진에서 촬영중일 때 그때가 생일어었다. '너와 나' 팀과 감독님이 간식을 사와서 축하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그 이후로 '너와 나' 팀에 마음을 더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다(미소)."

김시은에게 '너와 나'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다음 소희'가 먼저 개봉했지만 실질적인 제 첫 장편 영화는 '너와 나'다. 영화 현장이 처음이라서 어리숙하고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리딩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사전에 리딩을 많이 해서 현장에서는 더 부담감 없이 촬영했던 것 같다. 감독님과 저랑 비슷한 부분들이 있던 것 같다. 감독님이 그걸 본능적으로 알고 계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성향을 파악을 다 하셔서 저한테 많이 맞춰주셨던 것 같다. 편하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영화 '너와 나' 하은 역 김시은/골드메달리스트
 

또 김시은은 "제가 원래는 무뚝뚝한 편이었다. 친구들한테 서운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였는데 '너와 나'를 통해 '사랑해'라는 말이 전보다 편해졌다. 가끔 '너와 나'에 취하면 사랑에 충만해질 때가 있더라. 혼자 몰랑몰랑해질 때가 있다. 또 죽음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저는 99년생이다. 스무살 초중반이다 저랑 죽음을 밀접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생각하게 됐다. 죽음이 어쩌면 가깝게 닿아있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인생을 살면서 소중한 사람들한테 많이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후회가 남는 것들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시은은 올해 2월 영화 '도희야'를 연출했던 정주리 감독과 배두나가 재회한 작품 '다음 소희'로 데뷔했다. '다음 소희'는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이며, 이는 한국영화로서는 최초 선정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너와 나' 역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제10회 마리끌레르영화제 나우앤넥스트,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한국경쟁 ‘창’, 무주관객상 수상,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제23회 가오슝영화제 Annual Theme: Aestheticism,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 Paysage에 초청되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또한 오는 11월 24일 개최 예정인 제44회 청룡영화상 신인 여우상 후보에도 올라 또 한번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 싹쓸이에 이어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와 전속계약 체결, 차기작 개봉까지 2023년은 김시은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됐다. "연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불안정한 시기도 있고 고민이 많았던 때도 있었다. 지금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다음 소희'로서 감사하게 신인상도 주셔서 그게 큰 독려가 됐다. '다음 소희'에 이어 '너와 나'로 행운과 격려들을 받은 것으로 잘 나아가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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