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연상호 감독 "'정이' 다음 세대에 빌어주는 행운같은 작품"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1-30 02: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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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故강수연과는 첫 호흡이었지만 김현주, 류경수와는 '지옥'에 이어 두번째 호흡이다. 특히 김현주에게서 '지옥'에 이어 이전에 본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찾아냈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연상호 감독/넷플릭스
 

"'지옥' 작업할 때 재밌었다. 사실 거기 나온 배우들이 서로 접점이 별로 없는 배우들이다. 김현주 배우는 TV에, 양익준 배우는 독립영화에 주로 나온다. 모아놓고 보니 시너지를 느꼈다. 신선함과 재미를 느낀 상태였다. 그런 것들이 강수연 선배님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가 했으면 했다. 전사, 여성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배우를 생각하니까 김현주 배우를 떠올렸다. '지옥' 때 액션 트레이닝을 오래 했다. 이번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 '지옥' 때 많이 해서. 이미 많이 준비가 돼 있었다. 장난감총이나 비슷한 의사 가죽장갑으로 스틸을 찍어보고 그런 작업을 하면서 확신이 있었다."

'정이'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엔딩 씬은 정말 한국영화계의 발전에 감탄하고 김현주의 연기력에 또 한번 박수치게 한다. "저도 엔딩 장면의 연기에서 많이 놀랐다. 모션 캡처를 한 것이다. 정이는 얼굴이 존재하지만,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움직임이 없다. 오직 눈으로 표현해야 했다. 실제 모셥캡처 할 때 눈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더라. CG로도 그 감정이 와 닿을까? 그게 가장 숙제였는데 눈을 깜빡이는 것과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으로 표현해냈다. 또 매번 깨어나는 A.I. 정이는 자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왔더라. 마치 처음 연기하는 사람이 연기를 연구하는 느낌이었다."

극 중 상훈으로 분한 류경수에 대해서는 "박정민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류경수 배우는 '지옥' 때도 마찬가지지만 본인이 맡은 역할과 기능을 정교하게 설계할 줄 아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상훈의 초반 룩은 아리까리한 부분이 있었다. 영화는 순서대로 찍지 못한다. 그게 전체적으로 맞나 생각도 했는데 배우는 확신같은 것이 있던 것 같다. 그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대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구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박정민 보면서 그런 느낌 받았는데 치밀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김현주, 류경수, 강수연 스틸/넷플릭스
 

상훈 역시 인간의 존재가 아니다. 크로노이드사 회장의 뇌를 복제해 탄생한 A.I.다. 정이와 윤서현 모녀와 대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상훈과 회장은 부자다. 태도로서 대비돼 보였으면 했다. 상훈 캐릭터는 흔히 외국의 SF 영화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존재다. 사랑하는 존재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런 캐릭터를 빌런으로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연 감독과 김현주, 류경수와의 연은 '정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두 배우가 촬영 중인 '선산'은 연상호 감독이 기획한 작품이다. 흔히 말하는 '크루'가 돼 팀워크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지만, 단점도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장점이 더 크다고 했다.

"작업하다보면 그 배우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된다. 더 보여줄 수 있는걸 느끼기도 한다. '선산'은 제가 찍는 게 아니다. 저는 다른 것을 찍고 있다. '선산'을 연출하고 있는 감독은 '부산행' 때부터 조감독으로 오래한 감독의 첫 데뷔작이다. 배우로서는 불안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김현주 배우가 리드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믿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
 

▲넷플릭스 영화 '정이' 프로덕션 스틸/넷플릭스
 

'정이'는 오프닝장면부터 SF 세계관을 보여주며 이전에 한국영화에서 본적 없는 비주얼을 완성했다. '정이' 이전의 한국 SF 영화 '승리호' 등을 함께한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정이'는 엄두도 못 낼 작품이었다. 세트가 엉망으로 나오면 어쩌지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근데 이미 미술 팀과 세트 팀이 앞선 한국 SF 영화를 통해서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목공을 하시는 스태프 조차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한국 영화 몇 편만으로도 이미 노하우가 쌓였더라. 자동문 하나도 도르래 장치를 사용해서 한번에 연다던지 그런 노하우가 축척이 돼 있었다. 앞으로 한국 영화 몇 편만으로도 더 높은 수준의 퀄리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구현하기 힘들었던 작업들이 있다. 엔딩의 트레일러 전투씬이 가장 까다로웠다. "인물과 캐릭터로 멱살을 잡히는 장면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 또 인서트만으로 보여지는 거대한 세트 비주얼은 정말 한 컷을 위해서만 존재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연상호 감독/넷플릭스
 

'정이'는 공개 후 89개국에서 TOP 10을 차지했지만, 평가는 호불호는 갈리고 있다. 그 어떤 작품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연상호 감독은 결과물에 만족한다. "대중의 취향과 완벽하게 맞는 작품을 매번 하고 싶다는 것은 꿈처럼 가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재능인 것 같다. 그 재능은 저한테는 없다고 생각한지 꽤 된다. 도달하지 못하는 재능을 꿈꾸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갖고 있지 못한 재능을 꿈꾸면 영화가 즐거울 것만 같지 않다. 그 부부에 인정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더 이 작업이 재밌어지는 것 같다. 감독인 나도 한국말 하는 로봇영화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보여주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았다. 결과물은 제가 생각한 느낌들이 확실히 있었다. 이 영화가 공개되면 아마도 10대, 20대가 보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앞서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서는 좀비와 부성애를, '반도'에서는 모든 것이 파괴된 디스토피아에서 희망을, '지옥'에서는 믿음과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정이'에서는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를 끊어냄으로서 내일의 희망에 한발짝 다가선다. 기본 베이스가 디스토피아인 '연니버스'가 향하는 곳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세상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정이' 같은 경우는 행운을 빌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 제가 뭘 해줄 수 없다. 대신 살 수도 없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을 빌어주는 것인 것 같다. 그게 가장 크다. 영화로서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축복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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