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정이' 연상호 "故강수연에 구질구질 첫 캐스팅 메시지...스팸인줄 알았다고"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1-27 17: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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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해당 인터뷰에는 일부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시청 전이거나,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 경우는 읽지 않기를 권고드립니다.)


"감독인 나도 한국말 하는 로봇영화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보여주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았다."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장르물이다. 공개 3일만에 전 세계 80개국에서 TOP 10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6일 기준 넷플릭스 공식 TOP 10 차트 비영어 작품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또 한번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공개 후 연상호 감독은 스포츠W와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제작 비화를 전했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연상호 감독/넷플릭스
 

'정이'는 인류가 내전에 돌입한 22세기라는 배경 속에 전설적인 전투 용병의 뇌를 복제해 전투 A.I.를 개발한다는 신선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소년 시절 영화 '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 등의 원작자인 필립 K. 딕의 단편 '사기꾼 로봇'에서 시작됐다. '사기꾼 로봇'은 알파 센타우리의 외계인과 지구가 전쟁을 하는 시대에 정부의 비밀 연구를 하고 있던 스팬서 올햄이 외계인이 보낸 가슴에 강력한 폭탄이 내장된 첩자 로봇으로 의심받게 되자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려고 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사기꾼 로봇'처럼 SF장르라는 신선함에 보편적인 감성이 더해졌으면 했다."

가장 한국적인 타이틀은 '정이'는 최고의 전투 용병이었던 인간 윤정이이며, A.I.의 이름이다. 모든 작품을 만들 때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 아이들에 물려줄 좋은 세상을 생각한다고 했던 연상호 감독은 또 한번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와 자식간의 연이 끊어져야만이 얻을 수 있는 희망이다. 정이의 딸인 윤서현이 故강수연이어야 했던 이유다.

"'멜로'는 손쉬운 선택으로 조롱으로 쓰이고, SF는 예산이 적지 않다. 영화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소설 같은 형식으로 낼 생각이었다. 근데 쉬는 날 '정이' 대본을 다시 보는데 다시 만들고 싶어졌다. 고전적인 멜로와 SF가 결합된 영화에 되게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강수연 선배가 주연을 하면 어떨까 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 넷플릭스와 얘기를 하면서 강수연 선배님과 한번 해봤으면 한다고 제의했었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윤서현 役 故강수연/넷플릭스
 

하지만 캐스팅부터 난항이었다. 강수연은 한국 영화계의 대들보로 전설같은 배우다. 지난 2007년 '문이'가 마지막 작품이었다. 연락처는 커녕,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다행이 '지옥'을 함께한 양익준 덕분에 연락처를 받아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돼지의 왕' 때 스쳐지나갔던 인연부터 구질구질하게 보냈다. 1은 사라졌는데 답은 없으셨다. 답답했다. 선배님과 친한, 전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도움으로 첫 연락이 닿았다. 통화를 했다. 제가 보낸 메시지가 스팸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장난, 사기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어렵게 처음 뵀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온갖 술 깨는 약을 많이 먹고 긴 시간 이야기를 하는데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그 대답에 만취가 됐던 기억이 있다(웃음)."

'정이' 촬영은 지난 1월 마쳤다. 강수연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땠을까. 연상호 감독은 "사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예전과는 촬영 현장도 많이 달라졌다. 어떤 분인지도 몰랐다. 근데 현장을 너무 좋아하시더라. 영화계 대 선배로서 현장 막내는 모를 수 있다. 그런 스태프 한명 한명까지 다 엄마처럼 다독여주고 감싸주면서 현장을 이끌어가셨다. 그동안 왜 활동을 안 하셨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현 캐릭터는 절제하는게 핵심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절제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근데 감정이 폭발하는 씬에서는 현장에서 전율을 느꼈다. 전설의 명배우답다 생각했다."

해당 씬은 완성된 '정이'에서는 묵음으로 처리됐다. 연상호 감독은 "원래 계획이었다. 저는 100을 요청했었다. 선배님께서는 너무 그러면 배우로서 직접적이지 않을까 걱정하셨다. 제가 40 정도는 가릴 것이라고 말씀드렸었다. 근데 현장에서는 150을 보여주셨다. 오열하시는데 머리에서 힘줄이나 목에 핏대까지 그 모습을 현장에서 보면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다. 전율을 느꼈다. 현장에서의 에너지를 관객에 묵음으로 전달하면 더 크게 다가올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4월에 후시 녹음을 했다. SF 비주얼 구현은 CG 작업이 동원되기 때문에 후반작업이 더 오래 걸렸다. 보통 작품 4~5개월보다 2배의 기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강수연은 결국 완성된 작품을 보지 못하고 그해 5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후시 녹음을 4월에 했다. 촬영은 그린 스크린에서 주로 했기 때문에 선배님도 많이 궁금해하셨다. 후시 때 보실 수 있을 줄 알았다고 기대하셨는데 못 보여드렸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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