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한재림 감독 "송강호에 많이 의지...'비상선언' 의도 없어 억울"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5 06: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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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비상선언'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이 호흡을 맞췄다. 특히 송강호와는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세번째 만남이다. 앞서 송강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재림 감독의 작품은 항상 궁금하다며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인호 역할이 단순한 역할이지만 되게 많은 레이어가 있고 굉장히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느냐, 짧은 하루의 일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느냐에 따라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균형이 잡힌다고 생각해서 강호 선배 아니면 이 영화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영화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주)쇼박스
 그러면서 감독은 "강호 선배가 없었다면 '비상선언'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남다른 신뢰감을 전했다. "강호 선배와는 세번째라서 더 익숙했다. 그래서 더 의지도 됐고 편했다.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지만 선배로서 현장에서는 항상 어른이다. 마음적으로 기대는 사람이기도 하다. 저한테는 많이 의지한 배우이기도 하다. 조금은 지질하지만 소시민의 역할을 해주셨다. 저는 마지막 장면이 참 좋다.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게 진짜 리얼 아닌가 싶어서 참 좋았다." 

극 중 인호(송강호 분)의 대사가 휴대전화나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이용한 위트있는 대사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캐릭터별로 어떤 디렉션을 줬을까. 감독은 "배우들에 당부한 것은 '사실적으로, 장르적으로 과장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사람을 앞서고 직업이 앞서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승무원은 그렇지 않다. 승객들에 관심을 줘야하고 태도가 중요하다. 그런 모습을 보이긴 했을 것이다. 나중에 승무원 사무장 김희진(김소진 분)도 재혁(이병헌 분)과 있을 때 인간적인 모습이 잠깐 나온다. 우리가 옆에서 보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존재해달라고 했다. 형사들도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한다. 재혁도 딸에 대한 걱정도 있고 공항증도 있지만 어리숙하다. 숙희(전도연 분)도 장관이지만, 자신의 삶을, 한 인간으로서 느낌을 보여주는게 가장 컸다." 

 
▲영화 '비상선언' 인호 役 송강호 스틸/(주)쇼박스
 특히 임시완의 빌런 연기는 언론에 처음 공개된 후 호평이 쏟아졌다. 임시완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를 묻자 "'미생'이라는 작품을 재밌게 봤다"고 했다. "장그래 배역을 보면서 되게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다 생각했다. 진석을 캐스팅하려고 생각하다보니 범죄자지만 아무렇지 않게, 착해보이는 사람을 캐스팅하면 어떨까 싶어서 임시완을 떠올렸다. 범죄자라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일상적인 대사처럼 여러가지 상황이 만들어줄 것이라고 많이 이야기했다. 리허설 할때 힘을 많이 뺐을 때의 테이크를 쓰기도 했다." 

가장 어려웠던 캐스팅은 송강호와 후배 형사로 호흡을 맞춘 현봉식과 송강호의 아내 역인 우미화다. "현봉식씨는 송강호 선배님과 같이 다니는 후배 형사다. 어떤 톤으로 가야하는지, 형사 이미지가 있었고, 같이 다니는 형사가 어떤 느낌이 나야 하는지 고민했다. 우미화씨도 어려웠다. 송강호 선배님의 와이프였다. 규칙이 되고 목적이 되는 사람으로서, 아내가 어떻게 하면 리얼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으면서 과장되지 않는 캐스팅을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은 주연 배우들 뿐만 아니라 비행기에 탑승객을 연기한 모든 배우들도 빼놓지 않았다. "오디션을 통해 어렵게 캐스팅 된 배우들이다. 연기들을 디테일하게 하기 위해 오디션을 많이 봤다. 조금의 리액션도 사실적으로 다가가게 했다. 스쳐가는 장면들도 연기가 좋을 것 같다. 저는 한명 한명 다 기억난다. 이건 배우들의 영화다. 주요 배역들도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현장에서 많이 고민했다. 그런 디테일을 봐주시면 한번 더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영화 '비상선언' 현수 役 김남길 스틸/(주)쇼박스
 가장 만족하는 장면은 극 초반 탑승객이 모두 탄 후 이륙하는 장면이다. 감독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좋았다는 평은 기분 좋은 일이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혼연일체가 되야 보여지는 것이라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제 눈에는 CG부분, 라이트닝 조명의 느낌, 질감 등이 아직까지 아쉬움이 있다. 아직도 모자란 게 많다. CG가 많은 작품이 처음이다." 배우들에 블루 스크린에서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감독도 처음 경험하기에 어려운 일이었다. "남길 씨한테 비행기가 오는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그린 앞에서 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더라. 이번에 많이 배웠다." '비상선언'을 통해 관객들에 얻고 싶은 평과 메시지는 무얼까. 감독은 "힐링"이라고 했다. "마음이 따뜻하고 좋아졌다. 그 이야기가 가장 듣고 싶다. 저한테는 인간이 우리가 되게 재난 앞에 두렵고 힘들 수 있지만, 자신한테 성실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조금의 성실함이 모인다면 재난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희망을 갖고 싶었다."  
▲영화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주)쇼박스
 

감독 한재림의 가장 '비상한' 지점은 어마무시한 예지력이다. '더 킹' 개봉 당시 탄핵 정국과 맞물렸고, '비상선언'은 팬데믹이 지난 지금 개봉했다. 감독은 "장르영화를 하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지 했는데, 이런 일이 나한테 또 일어난다니. 안 할 수도 없고"라며 씁쓸해 했다.

  "캐스팅이 끝난 후 들어가기 일보 직전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했었다. 관객들에 새로운 점을 주고 싶었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던 게 아닌데 억울하다. 다음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을 그리고 싶다."

코로나19 시국, 재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현장에 임하는 마음의 중심에는 '안전'과 '의도'였다. "모두가 삶이다. 재난 영화를 찍으면서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구도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 우리가 이 영화 촬영을 하는 것이 좋은 의미라면, 누구도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잘 촬영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확진자 하나 없이 잘 끝이 났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을 까먹지 말자였다. 이 작품을 위로와 희망이라고 생각해서 자극적이나 이런 것들을 나의 재미로 여기지 말자 생각했다."

매번 새로운 장르로 충무로 '최고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한재림 감독은 스스로를 '호기심이 많은 감독', '재밌는 것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그는 "재난 시국에 오랫동안 준비한 영화를 보이게 되서 설렌다. 부디 좋은 마음,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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