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원래 올해 정도를 예상하고 칼 쓰는 액션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3년전에 기획한 적이 있다. 하나는 양복 입고 장검을, 하나는 판타지 사극이었다. 시놉만 제가 썼었다. 직접 출연할 생각이었다."
풀어헤친 머리를 산발하고, 밧줄로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끌려 다닌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강동원의 첫 등장이다. '꽃미남'의 대명사 강동원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노비 역할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났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천영 역의 강동원/넷플릭스 |
강동원이 노비 천영 역을 연기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전, 란'은 공개 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하며 흥행 중이다.
강동원은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에 공개되니까 외국 친구들이 잘봤다고 실시간으로 연락이 오는게 좋았다. 예전에는 그 지역 개봉을 기다리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공개 후 바로 연락이 와서 좋았다"고 했다. 또 그는 "유튜브 같은 곳에서 반응 정리해준 영상을 찾아본다. 물론 그들도 구글링 해서 올리는거겠지만(웃음), 반응이 나쁘지 않고, 사극이고 좀비도 없는데 이 정도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동원이 맡은 천영은 검술 재능이 엄청난 몰락한 양반가의 아들이다. 천영은 부당하게 규정된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 본래의 양인 신분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기존 작품들과 달랐던 시나리오가 신선했다고 말했다. "각 인물들이 보통 영화 대본보다는 많이 들어 있었다. 특히 선조 쪽의 이야기. 보통 대본에서는 그 정도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게 되게 신선했다. 액션영화이지만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들도 좋았다. 종려랑 계급을 넘어선 우정에 관한 이야기도, 그 안에서 다뤄지는 계급의 이야기도 좋았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천영 역의 강동원 촬영 비하인드 스틸/넷플릭스 |
강동원은 사극에서 노비 역할은 처음이다. 첫 등장부터 추노꾼에 잡혀오는 천영은 추노꾼의 칼 끝을 입에 물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강렬한 첫 등장은 시청자들에 신선함을 안겼다. "머리를 풀어헤치자고 제가 감독님께 제안 드렸다. 감독님은 미리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머리를 풀고 최대한 감정을 쏟아내자, 감정 쏟아내는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장면에서는 과할 정도로 해보자 싶었다. 근데 워낙 미니멀한 스타일이라 아무리 과하게 해도 과한 것 같지 않다(웃음)."
2014년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조윤은 서자로서 결핍이 있는 권력욕이 있었다. 천영에 대해 강동원은 "계급 자체가 천민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 성격상 양반이랑 안 맞는다. 저는 노비가 더 편해서 좋았다. 오히려 양반할 때가 힘들다. '군도' 조윤은 천영과 다른 결핍이 있다. 천영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평소 일상에서는 늘 착하게 살아야 하니까, 나쁜 짓 하는게 더 재밌긴 했다"며 웃었다.
강동원은 20대부터 10년에 한번씩은 사극에서 장검 쓰는 역할을 선보여왔던 바.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2005년), '군도', 그리고 '전,란'이다. 사실 강동원은 '전, 란' 이전부터 장검 액션 영화를 기획 중이었다. "원래 올해 정도를 예상하고 칼 쓰는 액션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3년전에 기획한 적이 있다. 하나는 양복 입고 장검을, 하나는 판타지 사극이었다. 시놉만 제가 썼었다. 직접 출연할 생각이었다. 10년만에 칼 쓰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총 쏘는 작품은 더 많이 했으니까. 검술 액션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은 있다. 지금은 미뤄두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보여드리고 싶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천영 역의 강동원 스틸/넷플릭스 |
말을 타고 장검을 휘두르는 '칼춤 추는' 강동원은 여심을 설레게 한다. 배우 이병헌 역시 '검을 든 강동원은 역시 말이 필요없다'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10년만에 선보인 장검 액션, '전, 란'의 액션 포인트는 '감정'이다. "종려랑 싸울 때는 울분을 토해내고, 둘이 즐겁게 노는 장면에도 액션이 들어간다. 그래서 감정이 중요하긴 했다. 액션 안에 담긴 장면도 괜찮았던 것 같다."
과거 정두홍 무술감독은 "강동원은 대한민국에서 칼을 제일 잘 쓰는 배우"라고 극찬해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동원은 부정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훈련 양이 비교가 안된다. 저는 '형사' 때는 5개월동안 주 6회, 매일 1000번씩 칼을 휘두르는 연습을 했다. 촬영하면서까지 총 8개월동안 연습했다. 매번 1000번씩 휘두르고 훈련을 시작했다. 겐신 역의 성일 형이 은근히 칼을 잘 쓰더라. 그 형도 '쌍화점' 때 합숙했다고 하더라.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10000번은 더 휘둘렀을 것이다."
액션 대역을 거의 안 쓰는 배우로 유명한 강동원은 액션을 하면서 나이를 실감했다. "예전보다 분명히 힘들었던 것 같다. 매 작품마다 느낀다. '군도' 때 99%를 제가 했다. 대역을 쓰면 움직임이 다르고, 감정이 달라서 제 마음에 안들어서 제가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이번에는 95%였다. 6개월동안 80회 촬영을 여유롭게 했다. 천영이 높이 많이 뛰고, 아래 위로 많은 움직임이 있는 캐릭터다. 예전보다 점프가 낮아졌다는 느낌은 받았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천영 역의 강동원/넷플릭스 |
'전, 란' 엔딩에는 해무 속에서 천영, 종려, 겐신(정성일)이 칼 싸움을 펼친다. 전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에서도 안개 속 액션을 펼쳤지만, 맨몸 액션과 장검 액션은 거리감부터 다르다. 강동원은 "세트장이 500평짜리였는데 모래를 다 깔고 안개를 쫙 깔아서 숨쉬기 힘들 정도로 너무 안개가 짙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모니터가 어디있는 지를 모르겠더라. 정말 하나도 안 보였다. 저는 부상은 없었다. 근데 박정민씨가 성일 형의 갑옷을 믿고 너무 세게 때려서 형이 크게 다칠 뻔 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종려 역의 박정민과는 '천박사' 이후 두번째 호흡이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해졌는지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전, 란'은 천영과 종려, 두 친구의 우정 그 이상이 담겼다. 강동원은 "시나리오에 분명히 퀴어 코드가 있었다. 근데 정민씨와 퀴어 코드에 대해 준비한 것은 없다. 정민씨는 제가 느낀 것보다 더 뜨겁게 느낀 것 같다. 늘 뜨거워서 저는 받아쳤을 뿐이다"고 했다.
'전, 란'으로 첫 호흡한 김상만 감독은 어땠을까. 강동원은 "박찬욱 감독님이 김상만 감독님을 보장한다고 '천재'라고 하셨다. 김상만 감독님은 번뜩이는게 느껴졌다. 말할 때 상황이 아니라 그림으로 설명한다. 비주얼을 예상하고 있는 상태라는게 느껴졌다. 시각적으로 번뜩이는 게 있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천영 역의 강동원/넷플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