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정 "세레나 윌리엄스와 '한 판' 하고 싶어요"

장미선 / 기사승인 : 2019-01-05 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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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주년 특집 인터뷰-8] '한국 여자 테니스 간판' 장수정 이메일 인터뷰 테니스 변방인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테니스계를 이끌 선수를 배출해낼 수 있을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뛰고 있는 정현은 지난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이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에 비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쪽은 조금 조용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테니스 선수로 정현을 꼽는다면 여자 선수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단연 장수정(사랑모아병원)이다.
스포츠W 창간 1주년 특집 인터뷰 여덟 번째 주인공은 현재 한국 여자 테니스의 키를 쥐고 있는 장수정이다.
스포츠W는 최근 장수정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 여자 테니스의 간판으로서 장수정의 2017년을 되돌아 보고 2018년 새해의 포부와 계획을 들어봤다.
사진 : 장수정(브라보앤뉴 제공)
“기량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이야기해줬어요”
장수정은 지난 11월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열린 WTA 125K 시리즈 ‘하와이 오픈’(총상금 11만5천 달러) 결승전이 끝난 후 상대 선수였던 장 슈아이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장수정은 이 대회로 2006년 1월 WTA 투어 ‘캔버라 인터내셔널’ 준우승자인 조윤정 이후 한국 선수로는 11년 10개월 만에 WT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랐다.
당시 장수정은 아쉽게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현재 세계랭킹 35위인 중국의 슈아이를 상대로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첫 세트를 따내기도 했다. 그런데 슈아이의 칭찬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슈아이는 경기 직후 장수정의 플레이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막판에 굉장히 긴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수정은 취미로 테니스를 즐겼던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테니스 코트를 자주 찾았다. 그렇게 테니스 코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오빠가 먼저 테니스를 시작했고, 그걸 보고 저도 해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그렇게 시작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테니스를 시작한 뒤 힘든 일도 많았다. 장수정은 경기에서 패할 때 힘들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기도 했다. 경기가 있을 때 마다 코트에 나가 승부를 봐야 하는 운동 선수로서 당장의 승패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테니스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그럼요”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한번은 9주 연속 1회전에서 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일본 동계 훈련 당시
장수정은 지난달 일본에서의 동계 훈련이 끝난 뒤 2018년 시즌 첫 대회인 ‘선전 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
“일본 동계훈련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공에 따라 움직임을 컨트롤 하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였어요. 연습할 때 제가 센터에서 준비하고 있으면 코치 선생님이 공 피딩을 무작위로 주면서 제가 거기에 빠른 속도로 반응하는 것을 훈련한 거죠. 이 외에도 상황에 맞게 스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배워왔어요”
그렇다면 장수정이 배움의 교본으로 삼고 있는 테니스 선수는 누가 있을까?
이에 장수정은 아직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TP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좋아졌단다.
“페더러는 거의 정답에 가깝게 테니스를 해요. 그리고 품위도 있고 멋있어요. 페더러 선수가 매너있게 경기하는 모습과 경쾌한 움직임을 본받고 싶어요”
한편 ‘대회를 뛰면서 한 번쯤 꼭 겨뤄보고 싶은 선수’로는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를 꼽았다.
“세레나 선수와 한번 겨뤄보고 싶어요. 세레나 선수는 보기에도 강해 보이지만 진짜 강한 선수기도 해요. 30대 후반인데도 불구하고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죠. 직접 한번 세레나 선수의 강함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작년 코리아 오픈 출전 당시(장수정 인스타그램)
2013년, 장수정은 만 18세의 나이로 ‘코리아 오픈’ 8강까지 올랐다. 당시 고등학생에 불과하던 장수정은 국내 선수 중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테니스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작년에 받아 든 성적은 조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대회에 출전해 1회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장수정에게 올해 대회 목표에 관해 물어봤다.
“코리아 오픈은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대회고 그런 만큼 한국의 테니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다른 각오를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올해 대회에서는 자력으로 본선을 뛰어서 1회전을 이기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바로 앞에 있는 목표부터 최선을 다하고, 그게 이뤄지면 그 다음의 목표를 정할 예정입니다”
장수정은 뿐만 아니라 올해 계획에 대해서도 야무지고도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일단 100위 안에 진입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그랜드슬램 본선 무대에 진출하고 싶어요. 2017년 마지막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냈고, 일본에서도 열심히 훈련했기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는 그에게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일단 서브가 개선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서비스 성공률과 세컨드 서브 성공률을 더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브를 보완하기 위해서 서비스를 넣을 때, 몸을 더 이용해서 서브를 넣는 것을 연습하는 중이예요”
장수정은 또한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첫 번째로 ‘어떤 상황이 와도 포기할지 말자’, ‘기회는 온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게 되요. 두 번째로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 예전에는 감정을 표현하면서 경기를 했어요. 그런데 코치님께서 제가 감정을 표출하면서 시합을 하면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감정을 컨트롤을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후부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컨트롤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게 경기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네요”
장수정과 그의 오빠 장광익씨
장수정은 테니스를 할 때 친오빠로부터 직접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의 친오빠가 곧 자신의 트레이너이기 때문. 어찌 보면 가족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빠가 트레이너라서 생활하는 면에서 편한 점이 많아요. 그래도 가끔은 가족이라서 더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기는 해요. 운동할 때는 오빠 동생 사이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아직은 그런 게 좀 어색하고 부족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장수정은 그의 ‘테니스 인생’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국내테니스선수 중에는 한나래 언니, 김나리 언니, 최지희 언니, 박상희 선수 이렇게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무래도 투어대회를 나가다 보니 외국선수들과도 친해질 계기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만선수인 이야신 선수랑 친하게 지내요”
그렇다면 테니스 말고 따로 즐기는 운동이나 취미 생활은 없을까?
“특별한 취미는 없어요. 저는 정적인 것을 좋아해서 쉴 때는 주로 방에서 조용하게 휴식하는 편이예요. 그래도 최근엔 취미생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미 생활을 찾는 중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팬들을 위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고 계신데 항상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를 마무리하다 보니 테니스 공처럼 동글동글 귀여운 장수정 선수의 얼굴이 떠오른다. 테니스 공만큼 둥근 지구 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게 될 그의 앞날을 응원하고 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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