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 우승 이끈 손화연 [대한축구협회 제공] |
"1차전 명단에서 아예 빠졌던 게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25일 인천 남동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 W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인천 현대제철을 '역전 우승'으로 이끌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손화연은 이렇게 말했다.
손화연은 지난 19일 수원FC 원정으로 치른 1차전에서는 아예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일정을 소화하다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상 여파로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 조별리그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아예 원정 선수단에서 빠져 홀로 인천에서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챔프전 1차전을 앞두고는 몸 상태가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손화연에 따르면 테이핑을 하면 실전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은숙 현대제철 감독은 그를 쉬게 했다.
챔프전 2차전 뒤 기자회견에서 손화연은 '억울하거나 김 감독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 "몸이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뛰고 싶었다. 뛰게 해주셨으면 고마웠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2차전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1-3으로 져 챔프전 우승에 먹구름이 꼈던 현대제철은 2차전 전반전에만 4골을 넣고 6-2 대승을 거뒀다. 1, 2차전 합계 7-5 역전극을 펼치며 통합 11연패를 이뤄냈다.
전반에 터진 4골 중 3골을 손화연이 책임졌다. 누가 봐도 우승의 '일등공신'은 손화연이다.
김은숙 감독은 "1차전에서 뺀 게 손화연에게 자극이 된 것 같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면서 "아마 WK리그 챔프전에서 해트트릭을 한 선수는 손화연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화연은 통합 우승의 가장 큰 동력으로는 현대제철의 '우승 DNA'를 꼽았다.
그는 "2점 차로 뒤졌고 수원이 워낙 강한 팀이어서 (1차전 뒤 우승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기는 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현대'고 그 이름을 믿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손화연은 대표팀 동료이기도 한 수원FC의 '에이스' 지소연에게 기분 좋은 복수를 한 사연도 전했다.
경기 직전 지소연이 손화연에게 다가와 출전 여부를 넌지시 물었다고 한다.
손화연은 "선발로 뛸 거라고 했더니 언니가 '독박 쓰는 거 아니냐'며 놀렸다"며 키득거렸다.
이어 "난 아무 말도 안 하고 (속으로) 운동장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언니에게 정말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며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