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34)은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으로 코트 안팎에서 카리스마를 뽐냈다.
코트 위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운 기량을 보여줬고, 한국 대표팀의 구심점이 돼 여자배구 4강 신화를 이뤘다.
이제 주장 완장의 무거운 짐은 박정아(29·도로공사)에게 전달됐다.
다음 달 2일부터 1주 차 일정이 시작되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대표팀 주장을 맡은 박정아는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새 유니폼을 받고 나서 (주장을 의미하는) 언더바가 있어서 어색했다"고 털어놨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영광을 뒤로 하고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김연경과 김수지(35·IBK기업은행), 양효진(33·현대건설)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던 대들보가 한꺼번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대표팀에 20대 초반 젊은 선수를 대거 발탁한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45) 신임 감독이 "국제무대에서 젊은 선수 기량이 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세대교체의 성공은 한국 여자배구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박정아는 "대표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김)연경 언니가 '지켜볼 테니 잘하라'고 말했다"며 "시간이 되면 경기를 보러 오겠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후배들과는 코트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알려주려고 하면서 대화로 이끌어간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라이트로 뽑힌 김희진(31·IBK기업은행)도 후배들에게 많은 걸 알려주는 게 임무라는 걸 알고 있다.
"농담 삼아 (김)수지 언니에게 '대표팀 같이 갈래'라고 물어봤다"고 털어놓은 김희진은 "수지 언니가 '분명히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치지 않아야 성장 기회가 주어지고 한국 배구가 발전하니 몸조심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필요할 때는 후배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김희진은 "자신이 없더라도 코트에서 그 모습이 비치면 안 된다는 걸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다"며 "훈련 중 엉뚱한 실수를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면 조언해준다"고 밝혔다.
양효진의 대표팀 은퇴로 센터 자리를 이어받게 된 이다현(21·현대건설)은 이미 소속팀 현대건설에서 양효진에게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이다현은 "(양)효진 언니에게 유럽 선수와 동양 선수를 (상대할 때) 어떻게 (블로킹) 떠야 하는지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떠난 언니들의 경험을 완벽히 채우지는 못하겠지만, 어린 선수끼리 소통도 많이 하면서 너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