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샤먼: 귀신전' PD "무속신앙 향한 부정적인 시선, 그럼에도 치유 기능 믿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4 07: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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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귀신을 믿나요?" 매년 이맘때쯤 무더위를 날려줄 오싹한 공포물이 스크린과 안방을 찾는다.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오컬트 열풍을 몰고 온 영화 '파묘'에 이어 점술가들의 연애 리얼리티 '신들린 연애'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리고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이 오컬트의 열기에 또 한번 불을 지폈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 귀신전'(CP 허진 / 연출 박민혁, 이민수, 신민철, 서영민 / 작가 오정요 / 제공 티빙 / 제작 JTBC)은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 과정을 따라가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샤머니즘에 대해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지난달 11일, 1화부터 4화까지 동시 공개 후, 역대 티빙 오리지널 다큐 중 첫 주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메인 포스터/티빙

'샤먼: 귀신전'(이하 '샤먼') 전편이 공개된 후 연출을 맡은 박민혁 PD, 이민수 PD, 신민철 PD는 스포츠W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제 본 기자는 오컬트 장르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으로 '샤먼' 전편을 시청했다. 이후 여러 차례 가위눌림, 유체이탈 등의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는 후기를 전하자 PD들은 "피로함에서 온 헛 것이 아닐까요?"라며 웃어 넘겼다. PD들은 서두에 제시한 "귀신을 믿나요?"라는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귀신 현상은 물론, 악몽도 꿔본 적이 없고 관심이 있는 분야도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귀신을 믿지 않는 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샤먼'은 다큐멘터리 시장은 물론, 대중에 호평 받고 있다. 제작진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든 '귀신 현상'을 그들의 옆에서 함께하는 평범한 지인들의 시선부터 신을 모시는 무당의 시선, 샤머니즘을 연구한 학자의 시선, 귀신 현상을 추적하며 함께 호흡하는 프리젠터 유지태와 옥자연의 시선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엮어냈다. 또 제작진은 연출이 가미되지 않은 리얼한 장면들을 선보이며 한국 오컬트 다큐멘터리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년 전 기획을 시작한 '샤먼'은 종교라는 소재로부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다. 그 중에서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지만, 수백년동안 무속신앙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민속신앙은 민속적일 수도, 종교적일 수도, 문화적일 수도 있다. 근데 왜 쉬쉬하며 뒤에서 행하게 됐을까. 실제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점을 보러 다닌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한다. 근데 여전히 대중들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왜 그럴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이민수 PD)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박민혁 PD, 이민수 PD/티빙
 

제작진은 귀신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사연을 접하고, 50명의 사례자와 줌미팅 등을 거쳤다. 최종적으로 실제 사례자 7명과 무속인 6명, 전문가들까지 출연하게 됐다. 어떤 기준으로 사례자를 선정했을까. "실제 사례도 받아보고, 연락온 사람들과는 직접 미팅도 해봤다. 그 중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특이하다는 촉 같은 게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근데 그렇게 확정 짓고 촬영하려고 하면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박민혁 PD)

'샤먼' 2회에서 로렐 켄달 박사는 '치유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귀신을 믿냐는 질문에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효과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샤먼' 제작진은 한 마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기능을 믿었다. "사례자들 중에는 방송용이 아니라, 진짜 도움을 받아서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께 너무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면서도 설득을 거듭했다."(박민혁 PD)

'샤먼'은 총 8부작으로 이뤄졌다. 팩츄얼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첫 회부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얻었다. 사례자의 연예인 못지 않은 외모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다. 세 명의 PD는 입을 모아 "그런 반응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후기를 보니까 (사례자를)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반응이 있더라. 외모를 보고 '재연일 수 있다', '연출일 수 있다'고 하시더라.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고통 받고 있는 사례자가 무속의 치유를 받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에 공감대를 원했던 것이다. 어떤 분은 '4화는 100% 재연'이라고 하시더라(웃음). 근데 그런 모습들이 연기면 그분들은 연기대상을 받아야 된다고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이민수 PD)

커뮤니티의 반응만큼이나 제작진의 주변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샤먼'은 1화부터 4화까지 7월 11일에 공개, 5화부터 8화까지는 일주일 차로 두 편씩 나눠서 공개됐다. OTT 플랫폼 특성상 전편 몰아보기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4화까지만 공개되자 항의(?)가 빗발쳤다. "열심히 봤는데 4화에서 끊기니까 이상하게 끊어놨다고 하더라(웃음). 최근에는 몰아서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언제 나오냐면서 다음 회차 나오는 시점을 가장 많이 물어봤다(웃음)."(신민철 PD)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스틸/티빙


가장 많았던 반응은 '진짜냐?'는 의심과 호기심이 섞인 반응이었다. 박민혁 PD는 "진짜냐는 반응도 많고 '샤먼' 이야기 꽃이 피워진 경우가 많았다. 이전 프로그램들은 한 주 방송하면 묻혔다. '샤먼'은 전편이 공개된 후에도 후일담이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각자의 해석을 내놓더라. 평론가들도 이야기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 PD도 후기를 올리더라. 그 자체가 재밌었다. 자신들끼리 의미를 찾아내고, 그런 것들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고 했다.

배우 유지태와 옥자연은 '샤먼'에서 프리젠터로서 활약했다. 연출되지 않은 리얼한 현상을 담아낸 영상에, 현장에 직접 참여했던 두 사람의 반응은 시청자들에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실 '샤먼'은 종교적 특성이 짙기 때문에 프리젠터를 섭외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접근하지 말자고 했었다.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고자 했다. 소재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두 배우분은 영적인 세계에 관심이 많으셨다. 옥자연씨는 무당과 굿 자체에 호기심이 많으셨다. 두 배우분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후기도 극명하게 나뉘더라. 두 배우의 반응에 안심하면서 봤다는 분도 계셨고, 역시나 귀신을 믿지 않는 분들이기에 어울린다는 반응도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박민혁 PD)

'샤먼'은 1화부터 8화까지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몇 십년을 신의 부름을 거부하다 끝내는 살기 위해 신내림을 받는다거나, 이국의 신의 부름을 받은  무속인 등의 모습을 통해 신내림 받는 과정을 담아낸 동시, 잘못된 신내림의 피해 사례가 그려졌다. "실제 만났던 사례자들 중에 잘못된 신내림 피해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그분들에게는 신굿을 내려주신 신엄마(신어머니)가 있다. 우리는 실제 사례자들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해야 하는데, 얼굴을 공개하면 피해의 우려가 있을 수 있겠더라. 그런 분들이 많았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스틸/티빙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실제 사연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7화의 경우 안타까운 사연에, 몇몇 시청자들이 슬퍼서 울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신민철 PD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자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삶을 살아왔을까 싶었다. 살면서 한 번 겪기도 힘든 일을 연속으로, 평생 살면서 겪었을까. '원(怨) 귀신은 상처를 먹고 자란다'라는 소제목이 딱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잘 지낸다고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도움이 됐구나 싶다."

'귀신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모인다'는 속설이 있다. '샤먼'은 무속인이 귀신을 부르고, 퇴치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냈다. 촬영장에서 기이한 현상은 없었을까. 신내림 굿의 경우에는 크게 관계 없지만, 귀신을 쫓는 굿의 경우에는 잡귀들이 들러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촬영 감독님 한분이 사례자를 만나고, 굿 현장을 촬영을 마치고 유난히 힘들어보이셨다. 그 뒤로 계속해서 쉬었는데도 몸이 안 좋다고 하셨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그냥 피곤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 굿당에 가본 적도 없으신데 몸이 안 좋았다고 하셨다. 다른 카메라 감독님은 촬영 준비하는 중에 갑자기 눈이 아프다고 하셨다. 먼지가 들어갔는지 다들 확인해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급속도로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안약을 넣고 해봤는데도 눈이 뻑뻑하다고 하셨다. 그 상태가 그 굿 촬영하는 저녁까지도 이어졌다."(신민철 PD)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이민수 PD,박민혁 PD/티빙


이민수 PD는 "귀신 쫓는 굿을 하는 경우에 잡귀가 들러붙을 수 있어 촬영이 끝난 후 무속인이 오방색 천을 찢어 주셨다. 굿 촬영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카메라 감독님들이 오늘도 꼭 그 의식 하는 것이 맞냐고 재차 확인하셨다. 다들 촬영 끝나고 의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샤먼'이 보여준 무속신앙의 세계는 한편으로는 기이한 현상에 무섭기도 했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과학적인 판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더 열린 마음으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콘텐츠로 즐기시길 바랐다. 저희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다. '샤먼' 시청 후 더 안 믿게 됐다는 반응도 더 무서워졌다는 반응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게 해야했다. 가장 걱정한 부분은 '조장한다'는 반응이었다. 사례자를 통해서 따라간다는 것이 혹시 조장하는것이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이민수 PD)

"미신 조장이라는 단어가 가진 어폐가 있다. 미신도 만들어진 말이다. 핍박받았을 당시 생겨난 말이다. 무속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깔고 가는 단어다. 적어도 이게 옳다고 강요하지 않는 선을 지키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이 물그릇을 떠놓고 빌지 않았나. 집집마다 주신이 있고, 조상님이라 생각하고 빌었다. 무속신앙에는 우리 선조들, 윗대의 삶에는 저변에 깔려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어떤 역할부터 담아보고자 했다."(박민혁 PD)

K콘텐츠 다큐멘터리 장르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만큼,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여부와 상관없이 '샤먼'에 더 담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퇴송굿'과 '하직굿'이라고 했다. "퇴송굿은 신을 물리고 이직하는 것이다. 하직굿은 오랫동안 신을 모신 무당이 하직을 고하는, 업에서 은퇴하는 것이다. 무당들이 모시는 신이 여럿인데 그럴 경우 그 신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궁금하다."(신민철 PD)

마지막으로 박민혁 PD는 "끝까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것도 불편한 상황일 수 있는 다큐다. 티빙 내부에서도 시사하고, 조율하면서도 '사람들이 끝까지 봐줄까' 의구심이나 걱정이 있었다. 어떤 평도 비평도 다 감사하지만, 다 봐주신 것 자체가 감사하다.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이 통하는구나를 알게 됐다. 다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힘이 되고 자양분이 된다. 후기들을 보면서 행복했다. 다큐 시장이 죽어가는 와중이라서 더 기쁜 것 같다"며 "다만, 콘텐츠 그대로만 즐겨주셨으면 한다. 실제 사례자분들은 다들 잘 지내고 계신다. 그분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삼가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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