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야기 안에서 역할로 사는 시간들이 맨날 신기하고 너무 재밌고 행복하다."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다. 3일 기준, 22만 관객을 돌파하며 팬들 사이에서 N차 관람 열풍으로 봄 극장가에서 순항 중이다.
▲영화 '소울메이트' 고하은 役 전소니/NEW |
전소니는 민용근 감독과 '소울메이트'를 함께 하기까지 우연한 만남이 계속됐다. 처음 민용근 감독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실제 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은 한참 시간이 걸렸다. "대본에 워터 마크가 찍혀서 왔다. 내 이름이 써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감독님께서 저랑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하셨지만 어떤 작품인지 몰랐다. 대본을 보는데 볼에 점 설정이 있더라. 저를 투영해주신 것이다. 그걸 보는데 신나버렸다."
전소니가 분한 고나은은 미소(김다미)와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이다. 고요하고 단정한 모습 뒤 누구보다 단단한 속내를 지닌 인물. 미소의 자유로움을 동경하면서도 언제나 돌아올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속 깊은 친구다. 전소니는 하은 캐릭터를 오해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은이가 첫 인상으로는 단정하고 적극적이지 않고 멋대로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오해를 만들고 싶었다. 미소랑 같이 있을 때 조화롭고 다름이 보였으면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한 게 다른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하는데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편안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게 익숙한 사람이었으면 했다. "
하은과 미소는 닮아있는 캐릭터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생이 되고 미소가 서울로 가기 전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를 닮아갔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배역이 서로 오픈된 상태였다. 하지만 결국 전소니가 하은을 연기하게 됐다. "저는 하은이로서 미소를 되게 좋아했다. 하은이처럼 미소를 닮고 싶어서 상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진우(변우석)한테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도 미소처럼 해보자 망설이지 말고' 라고 한다. 나중에 다미가 미소같이 보였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저희가 생각한 바로는 정답은 없지만, 미소랑 하은은 서로 바뀌어도 충분히 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소울메이트' 고하은 役 전소니/NEW |
'소울메이트'는 원작이 2017년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다. 함께 출연한 두 배우 주동우와 마사순은 2016년 금마장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전소니는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따랐지만 각색된 시나로오가 마음에 들었다. "저도 원작의 팬이다. 어떤 작품을 하던지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공감을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있다. 각색 포인트 중 그림이 메타포인 것이 가장 좋았다. 감독님께서 진짜 극 사실주의 화가들이랑 인터뷰를 한 내용을 들려주셨다. 그린다는 게 진짜 사랑의 표현일 수 있겠다는 것을 것을 이 대본을 보고 느꼈다. 되게 로맨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극 중 미소는 하은의 이름을 듣고 '여름 하'에 '은하수 은'이냐며 하은의 이름을 여름은하수로 엉뚱하게 정의한다. 안미소라는 이름의 의미는 짐작이 가는 반면, 진짜 고하은 이름의 의미가 궁금했다. "저도 감독님께 이름의 의미를 궁금해했다. 감독님의 유머 코드라고 하더라. 미소인데 안미소다. 하은이는 딱딱한 발음이 없는 이름이었으면 했다고 하더라. 동글동글한 이름을 지었다고 하셨다. 시나리오 속 하은의 대사와 행동을 보면서 남이 먼저인 사람을 생각했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에 필터가 많다. 타이밍을 놓치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다는 심리가 잘 이해됐다."
▲영화 '소울메이트' 고하은 役 전소니/NEW |
▲영화 '소울메이트' 고하은 役 전소니/NEW |
하은의 첫 사랑이지만, 하은과 미소가 멀어지게 된 원인을 제공하는 진우로는 변우석이 분했다. 고등학교 시절은 제주도에서 촬영됐기에 촬영 당시는 한 페이지의 추억으로 남았다. 전소니는 "연기하면서는 글로 보고 머리로만 그린 것보다 미소랑 진우를 만나게 되고, 집에 있고 학교에 있다보면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석이는 첫 스크린 작품이다. 신중하기도 하고, 많이 물어보고 같이 만들어갔다. 진우의 말과 행동에 대한 고민도 맣아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셋이 각자 연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주고 받으면서 연기했다."
첫 작업이었지만 민용근 감독은 함께 작업하면서 조언을 구하는데 스스럼이 없는 사람이었다. "감독님은 고민되거나 의심이 가는 부분을 드러낼 수 있다. 근데 저희에 조언을 구하시는데에 있어 스스럼이 없다. 그게 감독님의 강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내가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을 드러낸다. 그래서 저도 자신없고 불안할 때 감독님께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생각을 다시 의심하신다. 그러다보니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친해졌다. 감독님 현장이라서 행복했다. 영화와 닮은 분이다(미소)."
하은을 연기하면서 스스로의 새로운 얼굴도 알게 됐다. 전소니는 "촬영할 때도 모니터를 보면 못봤던 앵글이 많아서 놀라웠다. 이걸 스크린으로 봤을 때 어떻게 나올까. 되게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촬영 감독님이 예쁘게 찍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라. '청춘'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움은 표현하고 싶지 않다고,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저희도 대본보면서 그 말에 동의했다. 감정과 연기를 같이 담으시는 타입이다. 앵글이 불안하다던가 익숙하지 않은 각도의 앵글이 많아서 걱정이었지만, 오히려 감독님 생각대로 공감하고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소울메이트'는 전소미의 연기 방향성과 작업 방식의 즐거움을 다시 깨닫게 해줬다. "'소울메이트' 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욕심보다 캐릭터 자체를 너무 좋아했다. 예쁘게 찍지 않았는데 예쁘게 봐주시더라. 이제껏 봐왔던 예쁨과 다름이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시나리오 보고 촬영하는 동안 항상 캐릭터들의 씬마다 무슨 마음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많은 걸 계획하고 준비하고 만들지 않아도 다미 앞에 서면 하은이가 되는 느낌이 있었다. 의지하고 하은이로 지낼 수 있었어서 행복했다. '소울메이트' 이야기 안에서 역할로 사는 시간들이 맨날 신기하고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대중이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만, 무엇보다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