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데뷔 20년차를 맞은 이연희는 30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시도 중이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그 예로 지난 2021년 연극 '리어왕'으로 연극 무대도 올랐다. 드라마에서는 장르를 확대 중이다. 첫 오피스물 '레이스'를 통해 직장인의 고충을 간접 경험한 것이다.
디즈니+(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감독 이동윤/작가 김루)는 이연희의 첫 오피스물이다. 이연희는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로 대기업에 입사게 된 박윤조(이연희)로 분해,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버라이어티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 박윤조 役 이연희/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VAST엔터테인먼트 |
'레이스'는 매주 수요일 2회씩 공개 중인 가운데 7일 오후 4시, 9회와 10회가 공개됐다. 지난회에서 박윤조는 자신이 세용에서 처음 담당한 브랜드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 개편을 제안, 곳곳에서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직문화의 특성이 도드라지며 박윤조는 후폭풍을 겪었다. 하지만 CCO 구이정(문소리)이 박윤조의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줬고, 마침내 대기업에서 그야말로 혁명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세용의 변화를 위해 사내 문화 개선 프로젝트 TF팀이 꾸려지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익명 화상 회의를 진행하게 됐다.
조직문화의 특성 속에 직장인들의 말 못할 고충을 담아내며, 직장인들에 폭풍 공감을 안기는 동시, 열렬한 지지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12부작 가운데 종영까지 4회차만 남은 가운데 이연희는 스포츠W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이스'의 뒷 이야기를 전했다.
이연희가 분한 박윤조는 능력은 있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한 후 일찌감치 생계를 위해 사회생활을 시작, 홍보대행사 PR조아의 실장이다. 이연희는 대본을 처음 접하고 직장인의 삶을 알게 됐다. "요즘 직장인들을 이렇구나 하면서 봤다. 요즘의 2030 세대를 공감하고 잘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을 대변하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첫 오피스물이기에 스타일링에도 변화를 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홍보인을 구현하기 위해 이연희는 과감하게 헤어스타일도 변화를 줬다. 또한 튀지 않은 색으로 상하의를 매치하며, 단정하면서도 캐주얼한 이연희의 오피스룩은 2030 직장인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홍보하는 분들은 밤새 일하고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날에도 씻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더라. 힘들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숏컷을 많이 하더라. 머리에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으니까. 저에 대한 변신도 생기고 어울리겠다 싶어서 변신해봤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 박윤조 役 이연희/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VAST엔터테인먼트 |
사실 이연희도 대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이다. 30대를 맞이하며 그는 30대를 앞두고, 오랜 시간 몸 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현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겼다. 그렇기에 윤조를 통해 더 알고 싶었다. "회사 생활이 쉽지 않다고들 한다. 저도 대기업 출신(?)이다. 그래서 더 알고 싶어서 윤조 역할에 도전했다. 윤조같은 사람들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이 사람들이 겪는 감정은 어떨까. 그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더 눈길이 갔다."
연예인과 직장인의 삶은 너무도 다르다. 이연희는 작가를 통해 참고할 도서도 추천 받고, 실제 자신의 친구,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실질적인 자료조사도 했다. "홍보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도움을 요청했다.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 주변 지인들에도 많이 물어봤다. 그들의 공통적인 고충이 있더라.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당돌하다고 하더라. 본인이 가진 생각들을 거침없이 얘기해서 당황스러운 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꼭 직장 생활이 아니더라도, 일하는 관계 속에서 상사에 받는 스트레스가 다 비슷하더라."
30대인 이연희가 칭하는 '젊은 친구들'은 20대, 사회 초년생을 말한다. '레이스'에서도 서울대 출신인 사회 초년생 신지효(백지혜 분)가 중소 PR 홍보사에 합격해 자신의 마음대로 하려고 하다 결국 박윤조와 싸우고 세용에 입사한다. 하지만 윤조가 세용에 특채로 채용되며 그의 사수가 된다. "저도 윤조를 통해서 알게 됐다. 요즘 친구들은 감정에 솔직하구나. 저같은 경우에는 케이스는 조금 다르지만, 상사에 혼나더라도 화장실 가서 울거나 앞에서 바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게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또 홍보인들의 폭풍 공감을 이끌었던 사례가 바로 '경쟁 PT'다. 극 중 윤조는 경쟁 PT로 수주를 따내기 위해 홀로 자료를 만들면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해당 경쟁 PT 승자는 EARTH커뮤니케이션으로 내정돼 있던 상황이었고, 세용은 윤조의 제안서를 채택해 전달한 것이다. 비단 직장인이 아니어도 이같은 눈뜨고 코베인 상황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실제 제 친구중에 제안서를 빼앗긴 친구가 있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랬구나' 하고 공감만 했다.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친구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윤조가 똑같은 사례를 겪은 것을 보고는 아직도 열받는다고 하더라. 그 친구가 회사 생활이 쉬운 게 아니라는 말을 자주한다.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 작품을 통해 느꼈던 것 같다. 그 친구가 윤조를 보고 자신의 기분이 잘 표현됐다고 재밌다고 하더라. 그 자체가 너무 좋은 반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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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실력을 증명,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대기업인 세용에 입사했지만, 학벌위주의 경쟁 사회의 현실에 부딪히는데 더해 채용비리에 휘말린다. 이연희는 과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윤조가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도 학벌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도 했었다. 사실 윤조는 세용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윤조는 입사 첫날부터 채용비리에 휘말린다. 저도 과몰입해서 너무 억울하고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첫 오피스물 촬영은 어땠을까. 이연희는 "한 장소에서 촬영하다보니 거기로 매일 출퇴근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역할을 연기할 때는 집중이 분산되지 않고 촬영에 임할 수 있는게 좋은 점 같다. 힘든 점은 장시간 함께 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직장인들이 힘들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웃음). 배우들은 쉬고 싶을 때 작품 없으면 편히 쉴 수 있다. 근데 직장인들은 자유로울 수 없겠더라. 그런 꾸준함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연희는 "제 씬이 아니어도 회사 안에 꼭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해서 힘들기도 했는데, 직장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도 촬영할 때 모여서 점심 고민을 하기도 했다. 정말 직장인이 된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경쟁 사회에서 실력으로 증명해내며 성장, 자신만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윤조를 보며 이연희도 많이 배웠다. "윤조 캐릭터를 생각할 때 홍보 일을 좋아하고 어떤 점에 끌릴까 생각을 했다. 브랜드 하나 가지고 홍보를 하고 반응이 올 때, 성취감이 있더라. 많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홍보하는 사람들이 이런 걸로 즐거워하고 굉장히 힘들겠다 생각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 박윤조 役 이연희/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VAST엔터테인먼트 |
세용에서 혁명 아닌 혁명을 이뤄내며 점차 성장해가고 있는 박윤조.'레이스' 후반부에서는 본격 초중고 동창인 류재민(홍종현), EARTH커뮤니케이션 대표 서동훈(정윤호)과 알쏭달쏭 러브라인에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류재민에게는 오랫동안 묵혔던 고백을 했고, 서동훈으로부터는 데이트 제안을 받았다.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주셨으면 한다. 외신과 인터뷰를 했는데 공감한다고 하더라. K-오피스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들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제 첫 오피스물이다. 20대 때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작품을 하면서 저도 경험이 쌓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레이스'는 제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윤조들의 능력이 곧 보여질 날이 올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모든 윤조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