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한민 감독 "옥택연-김향기-손현주, 작은 배역에도 출연 감사"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5 0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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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까지 두 세대를 뛰어넘는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들이 캐스팅 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Q. '한산'은 시간순서 상, 이순신 3부작 중 임진왜란 초기인 1592년 7월을 담아냈다. '한산도대첩' 5년 후를 그린 '명량'에서 최민식이 이순신을 소화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40대 이순신, 지략가의 모습은 박해일이 특유의 침착함과 선비같은 면모를 그려냈다.

A. 캐스팅을 달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실존 인물이라서 배우가 바뀌어도 그래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마블 영화처럼 허구의 인물이면 이상했을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이순신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더라도 결국은 3부작을 통해서 이 인물의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으면 했다. '한산'은 지장, '명량'은 용장, '노량'에서는 현장(현명한 장수)으로서의 이순신이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유동성이 대단하다. 과묵하고 말 수가 적으시고 밸런스를 갖고 하는 판단이나, 안목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이 있다.그 양반은 굉장히 매력적이구나. 이런 리더를 갖고 있으면 부하들이 신뢰했겠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한산'에서는 전쟁의 기세를 바꿔야 하는 지점에서 이순신이 어느 정도 고민했을까 생각했을 때, 이억기(공명 분)가 '공성도 수성도 아니고 뭐냐'고 묻는다. 절묘한 수를 쓴게 바다 위에 성을 펼친다는 개념을 했다. 직접적인 수성도 공성도 아닌 절묘한 해답을 찾는다. 그게 적장이 구사했던 전투의 재활용이라는 점이 절묘하다. 굉장히 지략적인 이순신이어야 한다. 그런 섬세한 지략적 이순신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배우 박해일이 필요했다. 젊기도 하고. 그런 지점에서 선택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그게 '한산'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였다. 사람들은 익숙하게 아는 전투라고 생각한다. 학익진 펼치고 구선(거북선)이 활약해서 적당히 대승을 거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매우 어려운 국면에서 매우 어려운 전투였다. 그 위인전 하나도 쉽지 않았고, 학익진도 실전에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거북선도 문제가 있던 것을 새롭게 보완해서 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고 손 쉽게 이겼을 것이라는 오해를 오히려 영화를 통해서 그 하나하나에 이순신 장군과 주변 장수들이 각고의 노력을 했구나 새롭게 느끼시면 좋겠다.

Q. 탐망꾼 임준영(옥택연 분)과 첩자 정보름(김향기 분)는 '명량'에서 각각 진구와 이정현의 명연기로 주목받은 바 있다.

A. 진구씨와 이정현씨는 '한산'이든 '노량'이든 하면 계속 같이하자고 했다. 매우 고마운 분들이다. 근데 이순신이 젊어졌다. 그래서 임준영과 정씨도 나이대가 바뀌어야 한다. 양해를 구하고 젊어진 택연이와 향기로 바뀌게 됐다.

김향기는 정통 성인 연기의 첫 도전이다. 처음에 소속사에 '기생 첩보원' 역할을 제안해을 때 난색을 표하더라. 그래도 제의했더니, 향기는 일주일 후에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김향기는 작품 선별 능력이 대단하다 생각한다. 백성의 입장에서 일본 장수 수발을 드는 기생의 역할이 한 명 쯤은 있었으면 했다. 예전의 논개처럼 적장의 옆에서 수행하는, 내적으로는 내공있고 강단있는 인물, 심지어 첩보도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에서 김향기 배우가 와준 것은 천운이었다. 그런 지점도 만족하고 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임준영(옥택연), 정보름(김향기)/롯데엔터테인먼트


옥택연은 굉장히 남자답고 굉장히 매력있다. 계속 작업하고 싶었는데 비중이 적어서 '임준영 역을 할까?' 싶었다. 일단 던져나보자 했다. 향기와 택연이 느낌도 잘 어우러지고. 해보자 했는데 택연이가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난다.

Q. 젊은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한산'이지만 대들보 같은 선배 연기자들의 몫도 컸다. 조선 남해의 물길을 책임지는 수군향도 어영담 역할은 안성기가 맡았다. 안성기는 '노량: 죽음의 바다'에도 연결된 캐스팅이다. 특히 경상우수사 원균 역에는 손현주가 나서서 빌런 아닌 빌런으로 활약했다. 베테랑 배우 손현주의 지원이 없었다면 원균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A. 만족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원균을 부탁했을 때 조금 미안하긴 했다. 선배의 배우로서 위상이나 능력치로 봤을 때 더 비중있고 좋은 배역을 드려야 했지만, 일단 원균 좀 출연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무게감이나 비중이 채워질 것 같다고 부탁을 드렸다. 흔쾌히 하시겠다고 해주셨다. 또한 참 기뻤다. 원균을 이상하게 묘사하거나 팽팽한 긴장감과 같은 조선장수지만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해줘하는데 손현주 선배가 필요했다. 너무 만족스럽게 해주셨다.

Q. '명량'부터 10년 이상을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이순신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A. 운명적인 것 같다. 지금 시절도 그렇지만 절묘한 포지션이 있는 것 같다. 강감찬이나 을지문덕과 다른 포지션이다. 임금과 조정의 지점에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은 나라에 올곧이 충직한 장수, 지금 시대의 정신을 담고 있는 백성과 중간 지점에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시대에 다시금 재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Q. 올해가 '한산대첩' 430주년이다.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이 시대의 리더관은 무엇인가?

A. 이순신 장군은 정치적으로도 가장 오염되지 않은 실존했던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통합, 화합의 아이콘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를 구한 성웅으로서의 이미지 만으로도 대한민국사회에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당시의 이순신이 가진 중요한 정신이 있는 것 같다. 당시는 유교 성리학이 중심이 됐다. '한산'에서도 중요하게 얘기하는 것이 '의와 불의의 전쟁'이라고 한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의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조선 사회의 일반 백성들과 조정은 나라와 나라가 아니라 '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여겼다. 항왜 장수 준사(김성규 분)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동한 것이다. 준사가 '나의 주군은 우리를 방패막이 삼기 바빴지만, 당신은 당신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앞서 나온 모습이 나에게 중요했다'고 한다. 조선 편에 서서 싸우는 중요한 장수가 된다. 그럼으로서 이 전쟁이 갖는 성격이 명확해진다.

 저는 '일제강점기' 라는 표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근현대사를 통해서 지금의 우리가 민주화를 이루는데 까지는 그 중심에는 '의'(義)의 코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인하고 리마인딩 해서 좀 더 글로벌 지점으로 표현하는 게 '의'와 '이순신'이다. 새롭게 재평가하고 세계사적 인물로 등장 시킬 필요가 있는 것 같다.

Q. '이순신 프로젝트' 두 번째 작업을 마치며

A. '진인사'(盡人事)가 중요했고 그 다음은 '대천명'(待天命) 라고 할 수 있겠다. '명량'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1시간짜리 해전을 구현해낸다는 것 자체가 당시 힘든 과정이었다. 물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금보다 훨씬 안 좋았다. 영화 '2002'에서 물을 담당한 할리우드 담당자가 와서 '이 예산으로 하면 욕 먹기 딱 좋겠다'고 했다. 울돌목의 해상이 실제 존재하고 소스라도 받아서 하면 어느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도했지만 힘들었다. 정말 우격다짐 식,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처리해나갔다. 그래서 사전 시각화나 물에 대한 CG적인 검증을 많이 거쳤다. 그래서 8년 걸렸다.

예산상의 도움은 아주 크지 않았다. 오히려 스태프들과 원활한 소통구조가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긴밀하고 깊이 있는 소통이 이뤄졌다. 이순신 장군도 7년동안 그런 의사소통과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몰아서 찎어야 하나 싶다.

Q. '이순신 프로젝트'가 끝나면 어떤 역사적인 인물을 조명하고 싶은가.

A. 이순신 장군의 드라마도 기획 중이다. 영화가 이순신의 전투 모습에 집중했다면 드라마는 인간적인 면모와 정치적 갈등을 그릴 계획이다. OTT 업체와 협업도 논의 중이다. 이순신의 인생사는 '왕좌의 게임' 같은 매력이 있다. 글로벌 시청자에게도 충분히 통할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또 행주산성을 그리고 싶다. 괴물같은 조선장수 권율의 활약이 제대로 보여진다. 왜군이 제2군까지 차례대로 들어가서 격파 당하면서 무너진 전투다. 거기에 전라 좌수영의 수군절도사로 있던 선거이 장군이 있다. 이순신과 육군이 긴밀하게 연결됐는지 잘 보여준다. 육전과 긴밀하게 연결됐구나. 한산의 이순신의 수군과 웅치와 이치의 의병과 관군들이 서로간의 전투를 주시했을지 저는 선명하게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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