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한산' 김한민 감독 "거북선 고증? 실용성에 집중, 난중일기로 위안 얻어"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5 06: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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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힘들 때마다 난중일기를 즐겨 찾는다. 그걸 보면 마음의 위안이 된다. 이 양반은 어려운 시기에 답답한 시기를 겪었는데, 그걸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감독 김한민)은 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도해전(견내량대첩)'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개봉 5일 전부터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와 김한민 감독의 전작 '명량'의 사전 예매량을 뛰어넘으며 12만장을 돌파, 압도적인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W와 김한민 감독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은 지난 2014년 개봉 당시 1762만 관객들 동원, 역대 한국 개봉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오른 '명량'을 잇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촬영하며 힘들었던 매 순간 난중일기를 옆에 끼고 위안을 얻었다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뒷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김한민 감독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Q. '한산'은 '명량' 이후 김한민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이 역대 한국영화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가운데 또 다른 '이순신 장군' 영화를 개봉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

A. '명량' 때는 기대하지 않았던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 이후로 8년이 흘렀다. 그건 지금도 미스터리다(웃음). 기대하지 않은 만큼 그렇게 스코어가 나온 것에 대한 어떤 사인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 뒤로 '한산'과 '노량'까지 3부작을 준비하면서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됐다.

Q. 개봉 기준으로는 8년이 걸렸다. 8년동안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또한 '명량'과 '한산'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A.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다. 사전 시각화라는 직업들을 '명량'과 다르게 했다. 콘티라는 기존의 작업을 통해서 만드는데 그걸 넘어서서 애니메이션 수준의 사전 시각화를 준비했다. 보통은 프리 비주얼 작업이라고 액션 파트나 다이내믹한 장면에서 구현하기 힘든 지점들을 동영상 콘티로 준비한다. 그걸 버추얼 프로덕션이라고 한다. 세팅 값을 하나의 크로마키 상황으로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래야지만 해전을 잘 구현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한산'이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Q. 시사를 통해 공개된 후 '한산'에 대한 호평은 기본, 반응이 뜨겁다.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돕는 민초들의 희생까지 그려내며 일명 '국뽕'이 더해져 뜨거웠다. '한산'은 이순신 장군과 왜군 장수의 치열한 지략과 '학익진법'으로 해전을 펼쳐냈다. 해전을 구현하는 데 어떤 차별점을 뒀나?

A. 해전의 성격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명량'은 뜨거운 '역전승'의 느낌이 강하다. '한산'은 수세의 국면에서 차갑게 상황을 계산하고 모멘텀, 수세를 승세 쪽으로 기울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하는 이순신의 균형 잡힌 차가운 자신의 판단이 필요했다. 이순신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전쟁 성격이 달랐다. '명량'은 고독한 불굴의 의지에 집중했다면, '한산'은 이순신과 그 주변 장수들과 그를 둘러싸고 도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됐다. 이순신 장군은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허용하면서 리더십을 보여준다. '명량'은 뜨거운 불같다.

Q. 압도적으로 승리한 전쟁이기 때문에 스크린에 구현된 '한산해전'은 스펙터클하면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화포술을 활용, 왜군이 백병전을 준비하는 순간, 드라마틱한 전개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A. 카타르시스를 위해 고민했다기보다는 리얼한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했다. 해전에서 화포술을 봤을 때 극 중 왜장 대사도 나온다. 오백보 내에서 겨우 맞출 수 있고 이백보 내에서 타격이 어느정도 효력을 발휘하고 근거리에서 진포가 효력 발휘한다고. 이순신은 학익진을 펼쳤을 때 최대 효과를 위해 화포술을 이용했을까. 매우 근거리일 것이라 생각했다. 왜군은 최대한 빨리 접근하고 월선해서 백병전을 목표로 한다. 관객들이 볼 때도 드라마틱하고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등장한 게 근거리 화포전이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Q. 해상전투와 함께 흘러나오는 OST는 웅장함을 배가시킨다. 또한 사운드에 묻힐 뻔한 대사를 자막으로 추가하며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표현해냈다.

A. 보여주기 식의 해전이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운드적인 지점의 고민점은 '한산 해전을 가장 한산해전 답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가' 였다. '한산해전'은 전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한 해전이었다. 당시 체계적인 진법을 통해서 유인책을 통해서 화포 사격과 새로운 첨단 무기인 거북선의 등장까지. 세계 해전사적으로도 이런 해전은 없었다. 그건 굉장한 자긍심으로 그 해전을 바라봐야 한다. 제대로 보여줘야겠다 생각한다. 단순히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정교한 전술적인 것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통해서 오히려 매우 중요한 유비무환, 성실하게 전쟁을 준비하고 정직하게 소통하면서 수행하려고 하는 모습이 이순신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해전을 치열하게 배치있게 보여줘야 하는 게 자긍심과 이순신 정신을 보여주는 것과 직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한글 자막을 넣기까지 정말 고심했다. 전쟁의 밀도감은 보여줘야 하고, 전쟁의 사운드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걸 대사 때문에 눌러야한다. 대사가 안들리면 안 된다. 낯선시대지만 한글 자막을 넣는다는 시도를 해봤다. 전쟁의 생생한 밀도감과 대사 인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나중에는 빠진다. 전쟁 장면에서는 시도할 필요가 있겠다는 용기있는 결단을 해봤다.

화포술과 바다의 질감, 구선이 활약할 때 구선의 느낌. 한산 해전이 갖는 굉장한 긴박감. 견내량 내에서 본대와 본대의 추격전. 결정적인 구선의 등장이 스케일감과 드라마틱함이 쌓여가다보니 음악을 리듬감 있게 줘야했다. 스케일성과 드라마틱한 것을 형성하는데 적재적소에 넣으려고 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스케이트장에 위치한 VFX 세트장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Q. 해전을 구현하며 '명량'과 가장 큰 차이점은 해상전쟁임에도 불구하고, '한산'은 바다에 배를 전혀 띄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A. 사전시각화를 하고 영화를 찍은 이유는, 영화 업계도 현장이 많이 바뀌었다. 52시간 제를 적용해야하고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 그것과 별개로 영화의 스케일은 전체적인 제작비가 엄청 향상했다. 스케줄과 회차 관리가 필요했다. 그런 지점에서 바다에 배를 띄우고 파도와 날씨를 천운에 맡기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좋은 그림도 어렵다. 그래서 '물에서 활약하는 배는 만들지 말자' 생각했다. '바다에서 직접 촬영하는 것은 하지 말자'고 결정을 내렸다.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장을 VFX 세트장으로 해서 찍었다. 아주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실제 크기의 배를 만들긴 했다. 3천평 규모의 스케이트장을 개량해서 세트장으로 만들었다. '노량'까지 촬영했다. '노량'은 밤 전투다. 밤에 벌어지는 전투가 커서 조명이나 이런 것들이 밤과 낮의 조명을 수시로 빠르게 바꿀 수 잇는 시스템도 갖췄어야 했다. 바다에서 찍지 않는 게 정답이었다.

Q. '한산해전'은 세계 해전사에도 손에 꼽히는 전쟁이다. 역사적인 인물과 사실을 영화로 구현하는데 있어서, 책임감이 따른다. 특히 최근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만큼 역사극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부담이 따른다.

A. 지금 시대가 K-콘텐츠가 각광받고 이런 것들은,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감독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멋진 순간이다. 이전에 받은 질문 중에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장르를 이용하는 대중 상업영화로서, 한국영화는 장르를 매우 잘 활용하지만, 주제적인 맥락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지점이 K-콘텐츠의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을 넘어선 그 지점이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지 않나. 앞으로 롱런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역할을 것이라 생각한다. '명량'도 그런 지점에서 사랑 받은 게 아닌가 싶다. '한산'도 감독 개인의 소신과 철학이 있는 것 같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거북선(귀선)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Q. '한산'은 이순신 장군과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 분)가 바다에서 마주하기 전, 상대의 수를 읽으며 승리의 기세를 가져오기 위해 고민하는 치열함이 관객들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A. 저는 일본 전국시대를 흥미롭게 본다. 시대적인 시점, 지점도 매우 흥미롭다. 일본의 영주들, 사무라이들을 보면 매우 전략적 각축과 갈등과 협력, 어떤 지점에서는 천운이 엮이는 전국시대 이야기가 재밌다. 그들이 히데요시라는 인물을 통해서 질서를 잡았다. 조선을 침공했다. 그 맥락으로 보면 아주 재밌게 표현할 수 있다. 전혀 일본 열도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다른 기질과 생각과 전술을 가진 이순신을 만났을 때 그들의 입장에서어떤 두려움과 생경함 도전을 해보고 싶을까 라는 지점에서 첨예하게 작동한 인물이 와키자카다.

상대방에 빙의되서 그 입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 개연성을 놓치지 말자였다. 서로의 입장에서 자만하고 세를 과시하는게 아니라, 자신도 자기 왜장수들 사이에서 경쟁한다. 그 와중에 야망을 펼쳐야하는 치열한 고민을 한 장수다. 이순신 나름대로의 치열한 고민, 그걸 보는 관객조차도 개연성을 놓치면 안됐다. 그게 한산의 중요한 본질적인 첩보전 탐색전이었다. 서로 디테일한 전술적 싸움이 매우 특징적이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인물들이 부딪혀야 깊게 공감하고 동의할 것이라 생각했다.

Q. 거북선(귀선)은 '한산'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용의 출현'이라는 부제는 용을 닮은 듯한 거북선의 드라마틱한 등장이 뒷받침한다. 왜군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 복카이센(전설 속의 해저 괴물)이라고도 불린 거북선의 모양과 구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증은 어떻게 했나?


A. 1차 적으로는 고증을 한다. 그 중 거북선의 형태부터 2층 형이냐 3층 형이냐 복층 형이냐는 문제가 있다. 저는 실제 당시 해전에서 실제 전투에서 가장 개연성 있게 활약하려면 어떤 식이 맞을까 제 추론과 해석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런 개연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거북선 착안, 나대용(박지환 분)과의 만남까지. 제조과정과 그 이야기는 외전처럼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Q. '명량'을 시작으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산'과 '노량'을 연이어 촬영을 끝냈지만, 감독으로서는 편당 제작비가 300억원 씩이나 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하며 후회한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힘들 때는 어떻게 이겨냈나?

A.
힘들 때마다 난중일기를 즐겨 찾는다. 그걸 보면 마음의 위안이 된다. 이 양반은 어려운 시기에 답답한 시기를 겪었는데, 그걸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연구하고 구현하느라 바빠서 스트레스 속에서 '왜 일을 이렇게 크게 벌렸나' 라는 자책감은 없었다.

난중일기를 수시로 봤다. 남의 일기장 훔쳐 보듯이. 불면증에도 괜찮다. '장군님은 정말 힘들게 사셨어' 라며 위로를 얻으면서 잠들기도 한다. 이 이순신 영화 세편이 우리가 시대 가운데서 팍팍하고 현실에 사는 관객들에 위로나 용기나 힘이 됐으면 한다.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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