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충무로에는 이정재가 악역을 하며 소위 '대박'을 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배우 본인 역시 여러 감독들에 악역 제안을 받고 있다고.
그런 이정재가 택한 차기작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 극 중 레이는 밑도 끝도 없는 악역 스타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오픈된 캐릭터'다. 무엇보다 '신세계'로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7년만에 재회, '부라더'가 액션 영화에 또 한번 새롭게 한 획을 그었다.
개봉 5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 극장에 흥행 돌풍을 예고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개봉에 앞서 이정재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W와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그는 "시나리오보다 좀 더 화려하게 나온 것 같다. 액션 분량도 촬영 중간마다 추가하기도 했고, 애초 시나리오보다 좀 더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성경 주기도문의 한 구절에서 따온 제목처럼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킬러로 살아온 인남(황정민)이 존재도 몰랐던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레이(이정재)가 쫓으며 사투를 벌인다.
극 중 레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서 자랐다. 그는 인남이 자신의 형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는다. 레이의 첫 등장 씬은 이정재의 전작 '관상' 수양대군에 버금간다.
"레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대사와 상황, 감정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저는 관객분들이 오히려 이 인물이 설명이 없는데도 이해가 된다면 그 다음은 각자 상상으로 채워진다면 한번 해볼만한 작업이라는 생각이었다.
첫번째로는 장례식장 씬에서 독특한 얘만의 생각과 표현이 필요했다. 자기 형에 대한 죽음을 애도하러 간 것이 아니라 확인하러 가는 듯한 느낌으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시종일관 사냥 본능이 있는 애다. 사냥의 이유를 찾고자 간 것이다. 제 형이 주검이 돼 있었고 그에겐 명분이 시작됐다는 느낌인 것이다."
첫 등장씬 속 이정재는 목을 휘감은 타투와 함께 화이트 롱코트를 입었다. 장례식장도 불구하고 그는 터벅터벅 걷는다. 싸늘한 주검이 된 자신의 형을 내려다 보는 그 표정은 무심하다.
"첫 샷에서 레이의 이야기가 드러나야 한다 생각했다. 그 모습만으로 관객들이 '쟤는 과거에 이랬을거다' 추측하고 해석해주길 바랐다. 물론 나름의 단서들은 있었다.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행동을 해야는지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이 있지만 연기자가 표현하려고 했던 작은 부분들은 관객들이 귀신같이 봐주신다. 그런 단서들도 찾아봐 주실 것이라 믿는다(웃음).
레이의 독특함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워낙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한계적으로 적다보니 뭔가 좀더 임팩트가 필요했다. 레이라면 그렇게 입을 법도 한 것 같다는 설정 안에서 최대한 다른식으로 표현해봤다. 패션과 타투를 하다보면 연기를 더 간소화 시킬 수 있고 과도한 연기없이 가만히 누군가를 보는 눈빛만으로도 다 표현해도 될 것 같았다.
전체적인 칼라가 '누아르'였다. 제 입장에서는 주요 배우가 모두 어두운 톤이 이어지면 풍성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풍성해야겠다 생각해서 제가 선택하게 됐다. 그게 레이가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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