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Sports W) - ‘한여름 밤의 꿈’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韓 최초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스포츠W 임가을 기자] 국내 최초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이 오는 8월 23~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22일 오후 ‘한여름 밤의 꿈’의 제작 발표회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렸다. 자리에는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과 주재만 안무가, 리앙 시후아이, 원진호, 이승용 무용수가 참석했다.

 

▲ (왼쪽부터) 리앙 시후아이, 주재만, 안호상, 원진호, 이승용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은 클래식 발레를 중심으로 하는 대한민국 발레계에 처음 등장한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 창단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자리에서 안호상 사장은 “발레 관객의 대부분의 무게 중심이 클래식 발레에 쏠려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컨템퍼러리 발레단을 만든 건 세계 발레의 흐름이 컨템퍼러리와 공존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공연계에 빠진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발레단의 예술감독의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다. 이에 대한 질문에 안호상 사장은 “약 1년 정도 시간을 갖고 운영하면서 예술감독을 모시려 한다”며 “국내 발레 지도자분들이 클래식 쪽에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초기에 해외 안무가들을 모셔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서 초빙하는 예술 감독이 국제적인 네트워크,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분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발레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방증으로 지난 7월 창단 공연 티켓 오픈 당일 패키지 200매가 매진됐고, 1주일 만에 50% 이상의 좌석이 판매됐다. 이에 대해 안호상 사장은 “발레의 변화를 기다리고 계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관객들의 기대에 모자라지 않게,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주재만 [사진=세종문화회관]

총 2막 7장으로 구성된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동명 작품을 모티브로 창작한 컨템퍼러리 발레 공연이다. 주재만 안무가가 안무 및 총연출을 맡았다.

주재만 안무가는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퍼러리 발레단, 피츠버그 발레단 등 미국 유수 발레단에서 약 30년간 활동하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전통적 발레 테크닉과 라인을 바타응로 움직임에 대한 다양성과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주재만 안무가는 창단 공연으로 ‘한여름 밤의 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새로 시작하는 발레단이고 공연 날짜가 8월 중순이라 제가 상상하고 있었던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선택했다. 사랑을 잃고 찾으며 성장했던 젊은 시절 느꼈던 경험을 차용해서 재해석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연은 엇갈린 두 커플의 뒤엉킨 이야기가 아닌 원작의 ‘오베론’의 수하 ‘퍽’의 여정으로 보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작품을 구상해 눈길을 끈다. ‘퍽’은 원작의 장난꾸러기 요정으로, 네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각관계 소동을 일으키게 되는 주범이다.
 

▲ (왼쪽부터) 리앙 시후아이, 이승용 [사진=세종문화회관]

 

주재만 안무가는 “원작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사랑을 준 것처럼 ’퍽’은 실수가 많은 요정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통해 제가 많이 실수하면서 배운 사랑의 경험을 표현할 수 있었다”며 “제 작품 안에서의 ‘퍽’은 억만년 후 미래, 나이가 아주 많이 든 상징적인 캐릭터이다. ‘퍽’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때묻지 않은 사랑이라는 요소를 ‘퍽’의 눈을 통해 관객들에게 연결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음악은 가곡과 피아노곡을 중심으로 한 로베르트 슈만의 음악이 차용될 예정이다. 슈만의 노래를 차용한 이유에 대해 주재만 안무가는 “슈만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한 작곡가다. 감정과 사랑에 얽혀 살아갔던 슈만이라는 인간의 히스토리가 와닿았고 이해됐다”며 “씬에 맞는 음악을 선정하느라 1000곡 넘게 음악을 들었다. 조금이나마 더 좋은 음악을 선택하기 위해 지금도 집에 가서 숙제를 하는 중이다”라며 웃어보였다.

무대에도 공을 들였다. 주재만 안무가는 ‘꿈’이라는 테마에 맞게 무대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안무가는 “영화나 예술에 빠지면 시간이 정지되어버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무용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큰 무대에 왔을 때 극장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게끔 하는 것이 무용의 예술이 갖고 있는 힘인 것 같다”며 “여러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에 맞게 세트를 만들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우면서 놀라운 장면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창단 공연에는 지난 1윌 개최된 서울시발레단의 첫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4시즌 무용수와 프로젝트 무용수, 해외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해외 객원 무용수, 작품의 성격을 고려한 캐스팅 콜을 통해 선발된 32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들은 지난 5월 27일부터 13주 동안 주 6일의 강도 높은 연습을 소화하고 있다.
 

▲ 원진호 [사진=세종문화회관]

주역 ‘퍽’ 역에는 프로젝트 무용수인 리앙 시후아이와 슬로바키아국립발레단 종신 솔리스트인 이승용이 더블 캐스팅 됐다. 이외 원진호, 이지희, 김민경, 김여진, 김희현, 이근희, 이정우 등 10인이 주역으로 캐스팅 돼 솔로(1인무), 파드되(2인무), 파드트로와(3인무) 등의 구성으로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감정을 선보인다.

이번 창단 공연을 통해 8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는 이승용은 “좋은 작품으로 한국 무대에서 다시 춤을 출 수 있다는 게 설레이고 긴장된다”며 “주재만 감독님의 작품을 접했을 때 이분과는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단지 발레와 움직임만을 보여주기 보다는 종합 예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음악, 세트, 소품 모든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디테일하게 준비해서 너무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17년째 활동 중인 리앙 시후아이는 “이 발레단을 할 수 있는 것 차제가 한여름 밤의 꿈 같다”며 “주재만 감독님의 작품을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고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어서 더더욱 영광이다. 지금 하루하루 행복하게 춤추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진호는 “서울시발레단의 첫 시즌 무용수인 것과 더불어 세종문화회관의 대극장에서 작품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살면서 몇번이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며 “주재만 감독님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시는 걸 듣고, 직접 봤을 때 열심히 해서 정교하고 예민하게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됐다. 싱싱한 생선을 잡아 소스를 붓고, 재료를 넣기 시작해 조리 중에 있다. 8월에 공연 올라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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