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생은 아름다워' 최국희 감독 "'뜨거운 안녕' 아내 제안, 하현상 삼고초려 캐스팅"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8 16: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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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2016년 영화 '스플릿'으로 첫 장편 상업영화를 선보인 후 '국가 부도의 날'로 IMF 시절을 다루며 '헬조선'의 시작을 담아낸 최국희 감독이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에 도전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리가 기존에 익히 알고 있던 대중가요와 함께 어우러져 4060세대들에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시 전 세대에 공감을 자아낸다.


28일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감독 최국희/롯데엔터테인먼트

당초 2020년 12월 개봉할 예정으로 제작보고회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개봉이 2년이나 미뤄졌다. 개봉에 앞서 스포츠W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최국희 감독은 "오래 기다린 작품이기에 좀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지난 주에 유료 시사회 무대 인사를 했다. 보고 나서 무대인사 들어가니 많이들 우셨던것 같더라. 그런 반응을 보니까 기분 좋더라"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최 감독이 처음 연출한 뮤지컬 장르다. 생소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을 결심하게 된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진부하게 느껴졌다. 읽어는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읽다보니 어머니와 아내가 떠올랐다."

이야기에 끌린 감독은 자신이 읽었을 때 느꼈던 감성을 전달하는게 목표였다. 춤과 노래는 감정을 배가 시킬 수 있었기에 연출에 큰 도움이 됐다. "처음 하는 것이다. 좋아하던 장르도 아니고 공부하면서 했다. 이 영화의 더 큰 장점은 이야기이지, 춤과 노래가 아니다. 그래서 연기잘하는 두분을 캐스팅한 것이다. 춤과 노래가 메인이 됐으면 전문 뮤지컬 배우들을 했을 것이다. 추억과 감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춤과 노래가 들어감으로서 감정이 배가 되기도 했다. 저도 하면서 새롭게 느꼈다. 감정들이 약간 세고, 과격한 감정들을 중화하는 느낌도 있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쉼표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극 중 세연은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자신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되새긴 후 남편에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말한다. 남편에게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설정은 모두가 공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최 감독은 "그게 세연의 캐릭터고 염정아 배우님의 연기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우리 영화는 전체적으로 캐릭터 성격이나 이야기가 극단적이고 50대 배우들이 20대 역할을 한다. 이것들이 용서가 되는 지점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때문인 것 같다. 크게는 판타지로도 볼 수 있다. 대사를 하다가 노래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싶어서 관용도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설정이나 과정 조차도 이게 뮤지컬이기 때문에 어색하기보다는 그냥 설득될 것 같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메인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영화라고 한다면 대중은 '라라랜드', '레미제라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최 감독은 클래식함에 2D 장면을 추가하며 B급 장르를 표방하며 '주크박스'라는 수식을 더했다. "극 중 세연과 진봉의 고속도로 휴게소 씬이 B급 느낌을 준다. 그 장면을 만약 실제 도로에서 촬영했다면 3~4일은 찍었어야 했을 것이다.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마지막 쯤에 촬영했는데, 그때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나갈 때였다.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고, 우리 작품은 판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2D로 촬영했다. 일부러 색종이도 날리고 조금 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영화는 노래 가사가 대사가 되고, 대사가 노래 가사가 된다.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 담긴 연회장 씬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손꼽히며 뮤지컬 영화로서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 감독은 해당 장면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제작자 분께서 어떤 할아버지가 나는 장례식 안하고 지금 하겠다며 병원에서 가족 친지를 모이게 해 장례식을 미리 했다는 기사를 보셨다더라. 죽은 다음에 하지 말고, 지금 하자고 하더라. 거기서 기획이 시작된 것 같다."

해당 장면은 세연이 마지막으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족, 친구, 지인들 앞에 서서 그동안의 감사함을 전해 울컥하게 만든다. 미리하는 장례식이라는 의견과 장례식을 미화한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는 가운데 최 감독은 "장례식을 미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 연회장 장면은 장례식이 맞다.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미리하는 장례식이라고 생각하셔도 된다. 초반 시나리오에는 진짜 장례식도 있었다. 각색을 하면서 그걸 찍을 필요도 없고, 그 연회장면이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회장 씬은 2019년 11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인 추운 날씨 속에 전 출연진이 얇은 가을 옷을 입고 이틀간 촬영했다. 최국희 감독은 "감사한 지점은 카메라에 안 잡힐지도 모르는 단역 배우분들까지도 진심으로 연기해주셨다"고 했다. "그게 쉬운 연기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카메라만 두고 촬영을 진행할까 생각도 했다. 근데 촬영이 시작되자 정말 전 출연진이 모두 진심으로 울어주셨다. 두 선배님이 안 빼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몰입이 너무 잘 된다고. 그 씬은 연기력도 있지만 그날의 분위기와 연기만 보고도 울컥하게 한다. 저도 모니터 앞에서 울컥하면서 봤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감독 최국희/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감독은 "연세 많은 선배님들까지도 너무 고생해주셨다. 화면에 잘 안 잡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정말 진심으로 춤추고 노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그런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했다.

 

'뜨거운 안녕'은 본래 과거의 지질했던 나와 안녕을 하는 의미를 담은 곡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뜨겁게 보낸다는 해석과 함께 해당 장면에 찰떡 선곡이 됐다. 선곡 과정을 묻자 최 감독은 "초반 받은 대본에는 춤과 노래가 묘사돼 있지 않았다. 다만, '솔로예찬'이나 '알 수 없는 인생' 등의 선곡은 돼 있었다. 노래를 선곡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다 제 아내가 '뜨거운 안녕'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아니라는 생각에 무시했는데,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고, 가사가 매치가 되더라. 아내에게 감사했다"며 미소지었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시퀀스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폭발시킨다. 특히 하현상의 담담한 감성이 시너지를 더한다. "그 곡만 현장에서 녹음했다. 그 캐스팅은 연기 우선인 다른 배우들과 달리, 그 노래를 제일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당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하현상이 인기였다. 만나봤는데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는 못할 것 같다고 거절했는데 삼고초려 해서 했다. 확실히 현상이의 음색과 노래의 힘이 있어서 사람들을 울린 것 같다."

세연의 10대 시절을 연기한 박세연은 생김새부터 분위기까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최 감독은 "10대 시절을 연기할 배우들을 찾다가 연출부에서 클립을 만들어서 줬는데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봤는데 실제로도 이목구비보다 이미지가 되게 비슷하다. 연기도 잘하고. 한 번 보고 바로 결정했다. 언론 시사 후 두 배우가 닮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신기했다"며 웃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옹성우 박세연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세연의 첫사랑으로 분한 옹성우는 차기작인 '별빛이 내린다'로도 호흡했다. "첫사랑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가 필요했다. 옹성우는 그에 딱인 배우다. 춤과 노래가 되는 몇 안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연기도 잘한다. 사람도 좋고 열심히 하더라. '아이스크림 사랑' 시퀀스가 정말 잘 나온 것 같다."

덕수궁 촬영 비화를 묻자 감독은 혀를 내두르며 "옹성우씨가 인기가 너무 많다. 팬들이 많아서 아예 전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촬영해서 힘들었다.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미술팀이 덕수궁 씬을 위해 낙엽을 한 트럭씩 싣고 다녔었다"고 회상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목 그대로, 인생의 가치와 내 지난 삶,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시한부'라는 설정과 인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감독은 "잘 보내준다는, 웰 다잉의 의미를 담은 영화 중의 하나로 크게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삶이 유한하고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가족과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노래 가사처럼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진봉도 인생이 뭐냐고 하지 않나. 진봉이 '알 수 없는 인생'을 부르는 그 장면이야 말로 우리 영화가 전하는 메시인 것 같다"고 했다.

또 한번 뮤지컬 영화 제의를 받는다면 수락하겠냐는 물음에는 안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은 감독은 "안해본 장르니까 시행착오가 많았다. 안무, 톤 잡고 음악 맞추는 것들 등 이 과정만 하다가 다시 돌아가서 한 적도 있다. 스태프들도 다 처음이었다. 시행착오도 생길 수 밖에 없고, 스태프들도 고생 많이 했다. 다시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감독 최국희/롯데엔터테인먼트

 

또 감독은 "류승룡, 염정아 두 선배님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다. 두분만큼 찰떡같이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본다. 녹음만 무려 1년이 걸렸고, 6개월 이상 안무 연습을 꾸준히 하시면서 노력하셨다. 발 삐면 진통제 맞아가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주셨다. 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차기작은 옹성우가 주연을 맡은 멜로 '별빛이 내린다'다. 현재는 촬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격 멜로는 처음이다. 93학번 이야기다. 그 시절의 향수도 조금 있다. 저는 누아르를 제일 좋아한다. 흑백 느와르 같은 장르를 좋아한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게 인간의 고뇌, 딜레마 같은 모습들이라고 생각한다. 탈출구가 없는 사람의 이야기,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기로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극적이지 않게 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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