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박규영은 지난 2020년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후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악마판사'에서는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첫 지상파 주연작인 '달리와 감자탕'으로는 로코퀸의 면모도 과시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리고 박규영은 넷플릭스 '셀러브리티'로 첫 원톱 주연에 도전했다. '셀러브리티'는 공개 3일만에 글로벌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8위를 기록했다. 이후 점차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셀러브리티'는 7일(글로벌 OTT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글로벌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셀러브리티' 자체최고 기록으로 61개국에서 TOP 10에 랭크, 볼리비아,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루,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완, 베트남까지 총 9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K-콘텐츠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 서아리 役 박규영/넷플릭스 |
박규영은 '셀러브리티'에서 화려한 셀럽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 서아리로 분해 '스위트홈' 이후 글로벌 팬들에게 또 한번 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시켰다. 그는 인플루언서라고는 전혀 관심도, 자신과 상관도 없다고 생각하던 평범한 삶에서, 단숨에 130만 팔로워를 지닌 톱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겪는 서아리의 극과 극 감정 변화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호평 받고 있다.
사실 인플루언서 같은 셀럽과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점은 특별하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연예인은 배우나 연기자, 희극인 등으로 나뉜다면 인플루언서는 직업이 따로 있는 사람도 있지만, 유명해진 자신의 SNS를 통해서 광고비를 받으면서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규영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장르물에 존재하는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게, 캐릭터성을 세팅하지는 않았다. 평범하게 살고 있던 사람이 SNS라는 세계를 접하고 변화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아리에는 특별한 세팅값은 없다. 그 변화에 집중했다. 직업이 다르긴 하지만 자기 일을 할 때의 자세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진다. 제 주관을 확실히 가지려고 하는 편이다. 다만 아리는 속시원하게 말하지만 저는 말을 안한다. 끝까지 참는 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 서아리 役 박규영 스틸/넷플릭스 |
겉으로 보여지는 직업이라는 점도 비슷했지만, 인플루언서는 화려함에 조금 더 비중이 쏠린다. 특히 '셀러브리티'는 셀럽들의 명과 암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흥미를 자극했다. "명과 암이 명확하다.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른 뒷 모습이 있다. 모든 면이 명확하다.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조금은 어렵기도 했다. 직업이 연기자이니까 SNS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특별히 생소한 것은 없었다."
박규영이 서아리로써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평범한 사람이 셀럽이 돼가는 과정 속 변화하는 모습이다. "스타일링적인 변화는 있지만, '그걸 니가 왜 해. 니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정선이에 말하는 대사가 있다. 셀럽이 된 아리는 자신이 염려한 모든 지점들을 당연한 자세를 취하고 자연스럽게 해버린다. 이런 모든 세계들에서 이방인이 아니라 속한 사람처럼 행동을 하고 먹고 마시고 행동하고 표현하면서 변한다."
공감된 부분은 셀럽들도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혼자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시기, 질투 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력자가 항상 옆에 있더라. 아리의 옆에 정선이(박예니) 있는 것처럼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구나'라는 부분을 공감했다. 성취하는 것에 대해서 분명한 노고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금액적인 부분을 대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피땀눈물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 서아리 役 박규영/넷플릭스 |
'셀러브리티'는 서아리가 SNS라는 가상 세계에 들어가면서 실제 주변에 관계된 사람들 또한 달라진다는 점을 연결시킨다. 또한 일명 '급'을 나누는 설정을 차용한 가운데 본투비 재벌인 귀족 셀럽, 연예인 셀럽, SNS로 부를 축적한 인플루언서 셀럽, 이들을 따르는 유저들, 시쳇말로 '시녀들'이라 일컫는 계급으로 구분 짓는다.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해 아이키, 이사배, 씬님, 배우 이상윤, 모델 송경아, 왕홍(중국의 인플루언서) 역의 (여자)아이들 우기 등이 출연했다. "저는 이사배님을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 실제 촬영장에 오셔서 너무 신기했다. 아이키 씨도 그때 한참 '스우파'가 핫했을 때라 신기하게 봤었다. 실제 셀럽분들이 나와주시니 임팩트가 있었다."
모두가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겉으로는 상부상조하지만 시기 질투하며 스스로를 망치기도 한다. 특히 가빈회 멤버들의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에서 안젤라(한으뜸)는 '일반인이랑 입고 먹는게 다르면 스트레스 푸는 법도 달라야지'라며 특별함을 강조, 자기 합리화를 주장한다. 이에 박규영은 "극적인 표현들은 리얼리티 베이스라기보다는, 여러 상태, 여러 배경의 사람들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극적인 장치인 것 같다. 어떠한 상류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로는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셀러브리티'에서 서아리는 업계 1위 코스메틱 브랜드의 대표인 한준경(강민혁)과 썸과 로맨스 사이의 오묘한 지점을 그려낸다. 한준경은 자칭 타칭 '프린세스 메이커'로 불리는 귀족 셀럽에 속한다. 극 중 그가 귀가하자 가사도우미가 걸어가는 중에 신발을 벗기는 씬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동시, 놀라움을 자아냈다. 박규영은 "그 역시 극적인 장치"라며 웃었다. "대본을 봤을 때는 이걸 구현할 수 있나 생각만 들었다. CG로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근데 막상 현장에서 두 번 만에 테이크로 완성이 되더라. 보기에는 조금 불편한 구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희는 찍을 때 합을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크게 생각하지 안했다."
|
셀럽 또는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이 SNS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익명성으로 인한 악플도 피해갈 수 없다. 실제 최근 현실에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서아리는 자신을 향한 악플을 소리내 읽기도 한다. 박규영도 공인으로서, 연기자로서 악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해당 씬을 촬영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아리가 악플을 읽으면서 답하는 장면이 있다. 악플을 마주하는 장면, 그 부분에서는 제작진 분들께서 실제화면에 구성을 해서 악플을 읽게 해주셨다. 수위가 높고 끔찍해서 그런 부분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마주해야해서 어렵기는 했다."
서아리 동생이 일명 '까판'(안티팬 계정)에서 활동중인 악플러들을 경찰서를 소환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때 서아리의 오랜 친구인 정선이 악플러로 경찰서에서 마주한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정선이는 아리가 변화하는 걸 봐온 인물이다. 정선이의 행동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럴 수는 있을 것 같다. 근데 진짜 제가 일상에서 겪는다면 솔직하게는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티내지 않는 것 뿐이다. 그래서 저라면 정선이를 용서하기는 힘들 것 같다."
또한 'bbb famous'(비비비 페이머스)라는 계정의 익명의 유저가 서아리에 접근, 결국 죽음까지 몰고 간다. 해당 익명의 유저로는 '시멘틱 에러'로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 김노진이 활약했다. "'비비비 페이머스'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저와 가장 큰 조력의 관계였다가 저를 가장 크게 끌어내리려고 한다. 찾아서 얼굴을 보니 너무 평범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자세히 보면 저랑 닮았더라. 감독님의 캐스팅 의도도 그런 것 같다. 저랑 닮은 것을 보고, '나는 누구한테 그러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촬영할 때 김노진 배우가 닮아서 신기한데 한편으로는 무섭다고 생각했다. 방송으로 보니까 그 부분이 확 와닿더라."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 메인 포스터/넷플릭스 |
박규영은 '셀러브리티'로 원톱 주연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부담감은 당연했다. "사실 부담이 안됐다면 거짓말 같다. 아리가 표현하는 감정들이 이 작품이 주는 방향성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감정 표현이 미세하고, 아리가 대하는 상대 배우, SNS를 대하는 태도까지 감정 변화가 다양해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부담감이 느껴지는 작업을 할 때는 당장 내가 해야할 작업만 하는 편이다."
'셀러브리티'를 마친 후 새롭게 얻은 점은 무엇일까. 그는 "생각했던 것만큼 비슷했다. 받은 피드백 중에 이거 모티베이션으로 삼은 씬인거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작가님께서도 그런 조사를 많이 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하려고 다르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려해왔다. 도전을 무사히 끝냈고, 성취감도 있는 것 같아서 자신감을 살짝 줄 수 있었다. 여기에 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져서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매 순간 저한테 버릴 순간은 하나도 없다. 어떠한 평가, 시청률, 플랫폼이라도 버릴 순간은 하나도 없다. 그게 다 쌓여서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철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문자를 많이 보냈다. 괜히 거장이 아니구나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언제나 편하게 해주셨다. 부담을 느끼게 하시지도 않았는데 구상하셨던 모든 게 방송을 보니 알겠더라.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라는 직업은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구나 싶었다"고 감사함도 덧붙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 서아리 役 박규영/넷플릭스 |
첫 원톱 주연물을 훌륭히 소화해낸 박규영의 다음 행보 역시 글로벌이 주목하고 있다. K-크리컬쳐의 세계관을 독보적으로 담아낸 '스위트홈'으로 첫 장편 주연을 맡았던 박규영. 그는 '스위트홈2'에도 합류, 글로벌 대히트작 '오징어 게임' 두번째 시리즈에도 출연을 결정지었다. '오징어 게임2'는 최근 대본리딩도 마친 상태. 이쯤되면 '넷플릭스의 딸'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이 엄청난 인기였던 것은 잘 알고 있다. 제작진 분들이 많은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고를 하고 계신다. 저는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수식어는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하하). OTT가 활발해지면서, 작품 수도 많아졌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존재하는 캐릭터도 다양하다. 제작자나 배우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면이 많아진 것 같다. 부모님도 넷플릭스에 제 얼굴이 떠 있어서 좋아하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