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미래' 염려하는 조소현 "우리가 계속 황금세대라는 게…"

연합뉴스 / 기사승인 : 2024-08-01 16: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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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도, 전문 선수 수도 줄고 있는 어려운 현실" 냉정한 진단
"선수들, 최선 다하고 있어…다음 세대로 불씨 전달해야"
▲ 조소현(사진: 연합뉴스)
 

"계속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이유가 저도 궁금하기는 했어요."

여자 축구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 조소현은 팀의 주축을 이룬 베테랑들에게 붙은 '황금세대'라는 수식어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100경기 이상 출전을 뜻하는 '센추리클럽' 가입자만 5명이다.

이외 장슬기(92경기·인천 현대제철), 이금민(83경기·브라이턴) 등도 센추리클럽이 가시권이다.

이 선수들은 좁은 저변 속에서도 우리나라 여자축구를 지탱해왔다.

특히 조소현은 지소연(수원FC)과 함께 A매치 147경기를 뛰며 한국 축구사상 최다 출장 기록을 이어가는, 이 세대의 기수다.

조소현은 1일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리지스 캠벨타운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2015, 2019년 월드컵 때도 우리보고 황금세대라고 부르더라"며 "그렇게 불리는 게 지겹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선수들을 밀어낼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있었다면 서로 경쟁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했으니 감독님께서도 이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해진 가운데 불거지는 '세대교체론'에 대한 답변이다.

조소현은 "기존 선수와 새로운 얼굴이 경쟁하면서 서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지금보다 나은 선수들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여자축구 인프라도, 전문 선수 수도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등학교 팀도 사라지고 있다. 새 선수를 발굴할 여건이 좋지 않아 기존 선수들이 노력해 버티고 있다"며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우리도 현재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1천510명이다. 2014년(1천765명)보다 200명 넘게 줄었다.

'유소녀 전문 선수' 규모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2014년 1천341명이었다가 2020년 916명까지 떨어졌고, 이후에는 소폭 올라 겨우 1천명대를 유지 중이다.

주장 김혜리(인천 현대제철), 이금민 등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성적을 내서 이런 상황을 타파할 '기폭제'가 되길 원했다.

이들보다 조소현이 더 비관적이었다.

조소현은 "2015년 월드컵 16강 진출로 성적을 냈을 때 전문 선수 규모가 1천700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더 줄었다"며 "이게 현실이다. 이번에 성적을 낸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월드컵에서 선전이 기폭제보다는 '불씨를 보존하는 일'에 더 가깝다고 봤다.

조소현은 "선수들이 원하는 건 성적을 내서 다음 세대가 나타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라며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이것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3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독일전이 조소현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H조에서 가장 먼저 2패를 안은 대표팀은 독일전에서 5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만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여기에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잡아줘야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FIFA 랭킹 2위 독일을 상대로 5골 차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조소현은 냉정하게 접근했다.

조소현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객관적으로는 전력상 밀리는 게 사실"이라면서 "월드컵은 보여줘야 하는 무대다. 지금 우리 상황 또한 실력"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독일전이 동 세대 선수들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마지막 기회라고 봤다.

조소현은 "이 경기에서도 뭘 보여주지 못한다면 문제가 큰 것이다. 그나마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이라도 남기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절대 우리를 쉽게 이기지 못하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2022-2023시즌을 끝으로 토트넘(잉글랜드)과 계약이 만료된 조소현은 거취가 미정이다.

"일단 월드컵에 집중하겠다"는 조소현은 아직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다고 했다.

조소현은 "해외에 조금 더 남아 있고 싶다. 대표팀에 더 선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해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국 선수도 더 좋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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