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 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이나 공론화를 통해서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6일 오후 2시 서울 상암 스탠포트호텔코리아에서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이하 '우영우') 기자 간담회가 개최, 감독 유인식, 작가 문지원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힐링극으로, 믿고 보는 배우 박은빈을 필두로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백지원, 진경,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이 출연 중이다.
▲'이상한변호사 우영우' 감독X작가 "패러디 논란 공론화 돼 기준점 생기길"/ENA 제공 |
지난 6월 29일 첫 방송이 0.9%를 기록, 5회만에 마의 시청률 10%를 돌파, 8회는 전국 13.1%, 수도권 15.0%, 분당 최고 16.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까지 치솟으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타깃 2049 시청률에서도 자체 최고인 6.4%로 전 채널 1위를 지키며 역대급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지난 2주간 넷플릭스 비 영어권 작품 기준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간담회를 통해 유인식 감독(이하 감독)과 문지연 작가(이하 작가)의 답변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Q. '우영우'는 5회만에 시청률 10%를 돌파, 넷플릭스 비 오리지널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2주 연속 글로벌 차트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나.
A. 감독) 당연히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 것이라고 예상을 못했다. 많이 알려지지 못한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을 수 밖에 없었다.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라서 입소문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초반부터 이런 반응이 올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저는 10여년 동안 연락이 끊긴 지인들, 고등학교 은사님도 연락을 주시더라. 굉장히 울컥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인식 감독/ENA 제공 |
작가)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를 넣을 때는 괜찮겠느냐, 클리쎼 장치를 가져오는 게 괜찮느냐는 반응이었다. 저는 영화를 하던 입장에서 드라마는 새롭게 해석된 것 같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했다. 저도 그간 연락하지 않던 분들이 다양하게 연락이 온다. 커피 사러 갔을 때도 '우영우' 관련해서 토론하기도 하고, 버스에서 '우영우'를 시청하는 분들을 보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실감하고 있다.
Q.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인기를 얻은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외 유명 매체에서는 '우영우'를 두고 '제 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A. 작가) 넷플릭스를 통해 다른 나라의 시청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걱정을 한 부분이다. 대사의 양이 많고 한국어 말 맛을 살려야 온전히 전달되는 부분, 법적인 부분도 국가별로 차이가 있어서 기대한 부분은 아니다. 이유를 묻는다면 재밌어서 인 것 같다. 창작자로서는 자신이 만든 것을 다른 사람들이 재밌게 봐준다는 것이 굉장히 기쁜 일이다. 저도 감사하다.
감독)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것은 상상한 적이 없는 일이다. 신기한 것은 전편을 동시에 업로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 시스템대로 올라오고 있는데 해외 시청자들이 좋아해주는 부분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사람 사는게 다 비슷한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비슷한 갈증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나 생각도 한다. '오징어 게임'까지 될지는 잘 모르겠다.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ENA 제공 |
Q. '우영우'의 인기는 밈과 패러디로 이어졌다. 특히 패러디의 일부분은 인기를 실감케 하는 동시, 자폐인을 비하한다는 반응들로 반감을 자아내고 있다.
A. 감독) 일상생활이나 유튜브상에서 우영우 캐릭터를 따라한 분들이 비하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 번쯤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저희 드라마 안에서 우영우의 행동은 드라마 맥락 안에서 쌓아온 행동이다. 하지만 밖에서 그것들만 보게 된다면, 불특정 다수에 전달되기 때문에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맥락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제해야하는 것 같다. 지금의 감수성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누군가가 정해서 희화화와 패러디의 정의를 내린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들은 사회적인 합의나 시대적인 감수성 차원에서 공론화가 되면서 기준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희도 박은빈 배우와 조심스러워했던 것은 우영우 캐릭터 연기는 드라마 밖에서는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해서 배우도 주의하고 있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시청자들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제 의견은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던 인물을 소재로 삼아서 만들어내고, 사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 됐으니,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 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이나 공론화를 통해서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우영우'는 문지원 작가의 데뷔작인 영화 '증인'의 지우(김향기)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극 중 지우가 자신은 변호인이 될 수 없으니 증인이 되겠다고 하지 않나.
A. 작가) 이 드라마가 시작된 배경은 3년 전 어느 날, 에이스토리 PD님들이 '증인'을 잘 봤다면서 지우 캐릭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될 수 있느냐고 질문하셨다. 그걸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겠냐고 물었다. 저도 가능할 것 같고, 제가 잘 쓸 것 같다고 해서 시작됐다. 세계관 연결에 대한 부분은 뭘 하나 만들고 나면, 그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인물들이 평행우주 어딘가에서는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영우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지우는 어디선가 '우영우'를 본방사수 할 것 같고, 영우의 말투를 따라해도 유일하게 비난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가끔씩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미소).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ENA 제공 |
Q. 데뷔작에 이어 또 '자폐'를 소재로 한 이유가 있나.
A. 작가) 자폐에 대한 소재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구상하다가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가 떠올라서 그때부터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자폐인이 가진 많은 특성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깨닫고 놀랐다. 엉뚱한 사고방식, 논리, 특정 분야에 지나칠 정도로 해박한 지식 등이 강화되는 부분들이 굉장한 호감을 느끼고 매력을 느꼈다. 어두운 장르의 스릴러를 기획하다가 밝은 '증인'이 나오게 됐다.
우영우라는 캐릭터도 창작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창작한 것은 사실이다. 이 캐릭터, 이 세상 어딘가에는 우영우 같은 자폐인이 존재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저희 자문 교수님이 장점 중심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여태까지 명과 암 중 암이 강조가 됐다면, 장점에 가까운 부분들이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인지 자신은 전공자로서 지지한다는 입장이라고 하셔서 힘을 얻고 진행을 했다.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만하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게 한다면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해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저도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려고 한다.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고, 작품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Q. '우영우' 와 고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고래를 매개체로 차용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또 매 회차 등장하는 고래가 크기나 배경이 다른 이유는?
A. 작가) 고래는 8화까지 썼을 때 감독님이 합류하셨다. 영우의 내면 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여러 후보 공룡 기차 날씨 자동차 이런 것들 중 고래를 설정한 이유는 멋있게 생겨서 였다. 시각적으로 우리 드라마의 미쟝센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해서 결정했다. 1화부터 다시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하는 작업을 했다.
감독) 영우에 고래를 넣으면서 4개 정도 포토그라픽 메모리를 만들었다. 먼저 영우가 어디서 봤던 이미지의 고래가 있다. 수많은 자료를 찾아서 보여드려야 했다. 다이빙해서 향고래, 귀엽게 등장하는 고래는 종이로 고래 모형을 만들어서 모션 그래픽 처리를 해서 작업을 했다. 하나는 깨달은 순간에 나타난 고래는 구할 수 있는 모든 작품의 고래를 찾아서, 저희가 바닷바람을 불어가면서 합성한 스타일로 촬영했다. 회차별로 당연히 달라야 생각한다고 했다. 고래 크기가 다르다거나 설정한 부분은 아니다. 작가님이 대본에 암시한 순간이 있다. 6회에서는 두번을 만난다. 시원스러운 아이디어로 자신있게 뒤집는 순간이다. 대본을 보면 고래가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빼꼼하는 장면이었다. 또 시원스럽게 점프 하는 게 아닌, 분수를 내뿜는 고래도 있다. 네번째는 꼭 한 두번 정도는 영우의 특별한 순간에 현실 세계에 나타난 고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부분은 cg팀과 시작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래를 캐스팅했다. 막상 촬영하면서는 걱정이 됐다. 영우가 보는 것도 아니고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공을 들여도 괜찮을까? 걱정을 했는데 고래들을 사랑해주셔서 너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뜻밖의 장소들에서 나오는 고래 이미지를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메인 포스터/ENA 제공 |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타이틀 속 '이상하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A. 작가) 우영우를 설명하는데 굉장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낯설고 부정적일 수 있지만, 이상하게 생각해서 나오는 창의성이 나올 수 있어서 그런 것들에 매우 적합하다 생각했다.
Q. 자폐인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다. 특히 자폐인을 가족, 지인으로 둔 이들은 이상적인 자폐 캐릭터인 우영우에 대한 우려를 하기도 한다.
A. 감독) 가장 울컥했던 반응은 자폐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올린 영상이었다. 잘 그려도 속상할 것 같고, 나쁘게 그려도 안 보려고 했다고 하셨다가 박은빈 배우가 그리는 우영우를 귀엽게 봐주시는 부분이 내가 내 아이에게서 느꼈던 부분이 사회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런 의도로, 우영우를 그려나가는 것은 맞지만, 방송이 나간 후에는 우려했던 부분들, 실제 대부분 자폐인의 가족들은 우영우 같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을텐데 상대적으로 속상해하면 어쩌냐는 우려도 있었고 실제 상대적으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우영우가 실제로 존재하느냐, 과연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냐고 한다면, 너무나 다양한 천차만별의 양상을 가지고 있다. 우영우는 특히나 우리가 부여한 최고의 스펙과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더 더욱 대표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저희가 드라마를 출발할 때 가정에서 시작한다.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진 것으로 알려진 자폐인이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로펌이란 세계에 들어갔다면, 그들과 어울려서 변호사로 걸어 간다면의 질문이었다. 거기에 최소한의 개연성을 담으려고 했다. 그 주인공의 리얼함, 현실 가능성보다도 우리가 하려던 이야기가 잘 전달되고 있는가, 그게 창작자로서 집중하고 노력한 부분이다. 다른 자폐인이나, 수 많은 영역까지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 자폐인이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같은 아쉬움을 접하고 있다. 저희도 이 드라마가 대중에 사랑받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저희 드라마를 통해서 자폐인이 자페인을 연기하고, 장애인 연기자가 장애인 연기를 하면서 진실성을 담을 수 있는 길이 조금 앞당겨 진다면 보람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