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부터 복원까지 논란의 연속...가리왕산 올림픽 스키장의 어제와 오늘

최지현 / 기사승인 : 2020-01-03 14: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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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전면복원”vs.강원도“일부복원” 팽팽히 대립

 

▲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센터(사진: 강원도청)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며 작년 2월 성공적으로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은 사실 정선 가리왕산에 조성된 알파인 스키장 하나만으로도 환경 파괴의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 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으로 결정되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평창조직위)는 가리왕산을 활강스키장 터로 택했다.

고대 맥국(貊國)의 왕 이름을 따온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봉산(벌목을 금지한 산)으로 보호돼 500년 가까이 인간의 개발을 피해 한국 최고의 원시림으로 남았다. 

 

세계 최대 ‘왕사스레나무’ 자생 군락지이며 해발고도가 1300m-1500m로 ‘개벚지나무’, ‘사시나무’ 등도 한국 최대 군락지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 식물이 자생해 많은 연구자들이 즐겨찾기도 했다.

가리왕산을 활강스키장 터로 잡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IOC와 국제스키연맹(FIS)이 정한 규격에 따르면 슬로프 연장길이 3000m이상, 표고차(출발점과 결승점의 고도차이) 800m 이상, 평균 경사도 17° 이상인 산지에 한한다. 

 

평창조직위는 이 기준에 맞는 곳은 가리왕산뿐이라고 설명했다.

고작 개최지 선정 1년 만에 가리왕산에 스키장을 건설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별법에 따라 사전환경성 검토가 면제되었고, 덕분에 스키장 건설의 입지타당성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환경영향평가를 거쳤지만 그마저 엉터리였다. 환경단체 현장조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것의 3배나 더 되는 노거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정강원’과 ‘친환경 평창 동계올림픽’을 내세운 강원도가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는 셈이었다.

 

▲ 2016년 가리왕산(사진: 녹색연합)

2013년 산림청은 가리왕산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면서 ‘올림픽 경기 후 슬로프는 산림으로 복구·복원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2,475ha 중 78.3ha를 해제하면서 스키장 건설허가가 되었지만 복원계획서는 없었다.

평창 조직위는 FIS가 정한 규격을 들먹이며 가리왕산을 고집했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대안은 많았다. 일단 가까운 태백에 만항재 폐탄광 슬로프가 있었다. 표고차 900m로 FIS의 규격은 충족시켰을 뿐 아니라 산 아래 부지가 좁고 환경파괴 우려가 커 배후단지 건설 계획이 백지화 된 가리왕산과 달리 만항재는 근처 하이원리조트와 리프트로 연결이 가능해 추가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평창 조직위는 경사각이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만항재에 대해 퇴짜를 놨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 전북 무주도 적극적으로 나왔다. 전북도의회는 2014년 말 “알파인 스키 종목에 한해 무주리조트 활강경기장을 이용하자”라고 공식 제안했다. 가리왕산에 2000억원짜리 새 경기장을 짓는 대신 무주리조트에 120억원가량을 들여 국제스키연맹 기준을 맞추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분산 개최는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고, 김진선 전 평창조직위 위원장 역시 한 인터뷰에서 “IOC 측에서 실사를 와서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후임 조양호 전 위원장 역시 ‘국제적 신뢰 하락’을 이유로 분산 개최 논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애초 분산 개최론의 진원지는 IOC였다. 2014년 말 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한 국가·한 도시에서만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골자였다. 재정 부담과 환경 파괴를 이유로 올림픽 개최를 포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IOC가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이 개혁안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적용할 수 있었다.

가리왕산 현장에서도 IOC 측은 ‘환경이 먼저’라는 견해를 보였다. 2012년부터 현장답사에 수차례 동행한 한 IOC 관계자는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설계자인 베른하르트 루시가 한국이 보호해야 할 식생에 대해 설명하자 대부분 수용해서 코스를 짰다. 그 역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기장보다 생태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센터(사진: 강원지방경찰청)
 

많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의 고집으로 올림픽 기간 중 단 8일을 사용하기 위해 500년을 넘게 지켜온 천혜 자연을 밀고 활강스키장이 들어섰다. 화려한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전면 복원을 장담했던 강원도는 시설존치를 요구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생태적 가치만이 가리왕산이 활강스키장으로 적절하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다. 국내 산지는 표고차나 경사도처럼 경기에 필요한 최소 조건을 갖춘 가리왕산 스키장은 일반인이 도저히 이용할 수 없는 수준의 슬로프이다.

 

심지어 국내 스키장 대부분의 수익성도 예전만 못한 상태다. 당장 인근의 태백 오투리조트만 해도 부도 사태를 겪은 뒤 간신히 다시 문을 연 처지다. 가리왕산 스키경기장이 처음부터 문제투성이였음을 생생하게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은 이 정도 고도에서 식생을 복원해본 경험이 없다. 식생 복원은 정확히 어떤 고도와 기후에서 어떤 종의 식물이 자라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파악할 수 있더라도 실행이 문제다. 고산 지역 식물을 채취·이식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성공 여부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복원에는 복원 전 긴급재해 예방사업(32억원), 인공구조물 철거(76억원) 등을 포함해 약 800억원이 필요한데 강원도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개최와 지역주민의 요구를 핑계로 들며 절반만 복구를 고집하고 있다.

산림청은 결국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활강스키장으로 사용된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가리왕산 일대에 대해 전면복원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강원도가 이달 31일까지 국유림 사용허가 기관인 정선국유림관리소에 제출해야하는데 만약 그때까지 강원도의 전면복원 이행 의사가 없을 경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대집행 예고 등 산림청 주도 전면복원을 위한 행정절차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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