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계올림픽 개최에 많은 선수들과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 효자종목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은 메달을 석권했고,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 자리도 따냈다. ‘영미’열풍과 함께 컬링의 재미를 느꼈고, 불모지였던 썰매부분에서 윤성빈이 기적같은 금메달을 따며 스켈레톤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관심은 사그라들고 영광의 주인공들은 지난 1년 동안 홍역을 앓았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구축된 인프라가 한국 동계스포츠 수준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림픽 개최 1년이 지난 지금 평창올림픽의 유산은 찾아볼 수 없다.
올림픽 전에 불거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폭행 논란에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폭행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심석희는 조 전 코치에게 미성년 시절부터 상습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체육계 미투’로 이어졌다. 유도, 검도, 태권도 등 종목과 상관없이 그동안 감춰져있던 상처들을 드러냈고, 체육계 전면 개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종목에서 드러난 왕따 주행 논란은 빙상계의 뿌리 깊은 적폐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 올림픽 당시에도 뜨거웠던 문제는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감사와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 사진: 세계컬링연맹 |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해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바꿨던 귀화 선수들이 대회 후 대부분 한국을 떠났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서 민유라와 함께 ‘아리랑’에 맞춰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알렉산더 겜린은 후원금 문제 등으로 민유라와 갈등을 빚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김마그너스도 올림픽이 끝난 뒤 아버지의 나라인 노르웨이 국적을 선택했다. 남북 단일팀의 감동을 선물했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 가운데 랜디 희수 그리핀, 임대넬, 박캐롤라인, 박윤정, 이진규 등 해외파도 모두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돌아갔다.
스켈레톤 윤성빈과 남자 봅슬레이 4인승에서 기적 같은 메달을 수확했던 썰매 종목은 훈련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썰매 경기가 열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폐쇄됐다. 심지어 스타트 연습장까지 운영되지 않으면서 대표 선수들은 기본적인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