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사진: KOVO) |
4세트 27-26,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가야 하는 흥국생명은 랠리 끝에 '세계적인 레프트' 김연경(31)에게 후위 공격을 맡겼다.
김연경을 앞에 두고, 블로킹 동작을 취한 현대건설 선수는 정지윤(20) 단 한 명뿐이었다.
주포가 뛰어오르고, 상대는 원 블로커인 '공격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하지만, 김연경이 강하게 때린 공은 정지윤의 손에 맞고 흥국생명 진영으로 떨어졌다.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정지윤의 블로킹 덕에 세트를 내줄뻔한 위기를 넘긴 현대건설은 29-27로 4세트를 따내며 세트 스코어 3-1(22-25 25-12 25-11 29-27)로 승리했다.
경기 뒤 만난 정지윤은 "당시에 라이트 자리에 있던 브루나 모라이스는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서 공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긴 랠리가 이어져서 (주포) 김연경 선배에게 공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사실 그전까지 블로킹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때는 '손을 끝까지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잡혔다"고 승부처를 떠올렸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정지윤이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블로킹을 시도한 덕에 현대건설은 4세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GS칼텍스와 정규리그 1위 경쟁을 하는 흥국생명에는 치명적인 한 방이었다.
정지윤은 "나는 순위 싸움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5일 GS칼텍스전도, 이번 흥국생명전도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이날 정지윤은 4세트 막판 블로킹 득점 외에도 여러 차례 짜릿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블로킹 득점 6개를 포함해 17점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한 경기만 남긴 상황에서 최하위(6위)로 처져 있다.
아쉬움은 가득하지만, 정지윤의 성장은 큰 위안거리다.
정지윤은 이번 시즌을 센터로 시작했지만, 레프트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 최근에는 다시 센터로 출전한다.
정지윤은 "순간순간 잘 안 될 때가 많아서 힘들긴 하다. 그래도 '이 포지션에는 이렇게, 다른 포지션에서는 이렇게'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조금은 나아졌다"며 "이제는 어느 포지션에서 경기해도 두렵지 않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