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캠린을 안고 자신의 19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앨리슨 펠릭스(사진: AP=연합뉴스) |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세계 여자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앨리슨 펠릭스(미국)가 자신의 19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을 목에 걸고 의미심장한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펠릭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600m 혼성 계주(남녀 2명씩, 총 4명이 달리는 계주) 결선에서 미국 대표팀의 2번 주자로 나서 팀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이날 레이스 막판까지 선두를 달리던 미국은 결승선 앞에서 도미니카공화국(3분09초82)과 네덜란드(3분09초90)에 연거푸 역전을 허용, 3분10초16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앞서 9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세계선수권에서 금 13·은 3·동 2을 수확한 펠릭스는 자신의 10번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9번째 메달을 동메달로 수확했다. 그는 올림픽에서도 총 11개의 메달(금메달 7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을 따냈다.
지난 4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펠릭스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개인 종목에서 미국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지만 미국육상연맹은 펠릭스를 혼성 계주 멤버로 선발, 그에게 10번째 세계선수권 무대에 설 기회를 줬고, 펠릭스는 이날 1,600m 혼성 계주 동메달 획득을 끝으로 세계선수권에서의 커리어를 마감했다.
이날 펠릭스의 마지막 레이스와 메달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가 메달을 따낸 직후 보여준 퍼포먼스였다.
펠릭스는 혼성 계주 결선을 마친 뒤 신고 있던 나이키의 스파이크를 트랙 위에 내려놓고 경기장을 떠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같은 퍼포먼스에는 사연이 있다.
펠릭스는 지난 2019년 나이키가 후원 선수들이 임신하면 후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정책을 시행했던 사실을 폭로해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면에는 나이키로부터 후원을 받은 전현직 여성 육상선수들의 글과 동영상이 실렸는데 여기에 참여한 이들은 나이키가 임신한 여성 선수들의 후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등 부당한 차별을 행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펠릭스는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2018년 임신으로 휴가를 냈을 때 나이키가 당시 엄청나게 삭감된 (후원금) 계약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출산에 따르는 기량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달라는 요구를 나이키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펠릭스는 2018년 11월28일 긴급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출산했다.
그는 "임신중독증으로 인해 제왕절개술이 필요했음에도 빨리 트랙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압박감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키 마케팅에 많이 쓰이는 선수 중 한 명인 나도 이런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는데 도대체 누가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 나이키의 부당한 행태를 고발했다.
펠릭스는 나이키의 정책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도 지적했다.
나이키는 펠릭스를 비롯한 선수들의 이야기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폭로되자 부랴부랴 임신한 여성 선수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후 펠릭스는 어떤 스포츠 브랜드로부터도 후원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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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SAYSH'라는 여성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만들어 기업 후원을 받지 못하는 여성 선수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을 선수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펠릭스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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