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전 지시하는 아본단자 감독 (인천=연합뉴스) |
흥국생명이 두 시즌 연속 한국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다.
2022-2023, 2023-2024시즌 우승 트로피를 든 구단은 달랐지만,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준우승'팀은 두 시즌 연속 흥국생명이었다.
세계 최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을 보유한 흥국생명은 우승 후보로 꼽혔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지만 우승 트로피는 들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졌다.
5전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역대 처음으로 1∼3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내주는 진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2022-2023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1, 2차전 승리 뒤 3, 4, 5차전을 내리 패하는 '역스윕'을 당한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현대건설의 벽을 넘지 못했다.
2년 연속 봄배구 마지막 승부의 패자가 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현대건설 선수들의 정신력이 강했다. 축하한다"며 챔피언을 예우했다.
상대를 향한 예우에는 흥국생명 선수단을 향한 아쉬움도 담겨 있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번 시즌을 시작하며 기대했던 모습과 차이가 컸다"며 "외국인 사령탑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정작 선수들은 성장하려는 의지가 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테랑) 김연경과 김수지는 변화를 받아들이고자 했다. 젊은 선수 중에도 도수빈, 박수연은 변화를 시도하고,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고 말하면서도 "팀 전반적으로는 바뀌지 않았다.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는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은 국가대표로 뽑힌 적이 있는 선수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시즌 내내 기용하지 못했다. 리베로 김해란은 굉장한 선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며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도 내가 원한 정도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도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은 최선을 다했다"고 선수단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패장'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도 아본단자 감독은 "2년 연속 같은 결과가 나왔다. 팀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의 분위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사령탑도 김연경의 헌신에는 감탄했다.
하지만, 김연경 혼자만의 힘으로는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없었다.
김연경은 3시즌 연속(2020-2021, 2022-2023, 2023-2024) 챔피언결정전을 치렀고, 그때마다 상대를 위협했지만 고개를 숙인 채 코트를 떠났다.
2021-2022시즌에는 김연경이 중국리그에서 뛰었고, V리그 여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않았다.
최근 3번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과 김연경이 '패자'로 남았다는 의미다.
김연경은 V리그 우승 반지 3개(2005-2006, 2006-2007, 2008-2009)를 보유했다. V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 3차례 모두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이후 일본과 유럽 무대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올랐다.
2020-2021시즌에 V리그로 돌아온 김연경은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2022-2023시즌 정규리그 MVP도 김연경이었다.
V리그 정규리그 시상식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에 열린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 시상식은 4월 8일로 예정됐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MVP 후보로 꼽힌다.
V리그 복귀 후 김연경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할 때마다 "MVP를 받는 건 정말 영광스럽지만, 우승 트로피가 더 탐난다. V리그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했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도 김연경은 원하는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한 채, 정규리그 시상식에 참석한다. '우승의 기억'은 조금 더 희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