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첫 본선 진출 후 8년 만에 '대업'…지난해 여자 유로 8강전 패배 설욕
미드필더 본마티, 골든볼 영예…영플레이어는 2003년생 파라유엘로
▲ 세리머니를 펼치는 올가 카르모나 [AFP=연합뉴스] |
스페인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유럽 챔피언' 잉글랜드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야 본선에 얼굴을 비친 여자 월드컵 '후발국'이지만,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달성하며 역사를 썼다.
스페인은 20일 오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섰다.
대회 첫 경기 코스타리카전 쾌승(3-0)에 이어 잠비아전 대승(5-0)으로 순항하던 스페인은 일본과 C조 최종전에서 0-4로 질 때만 해도 우승 가능성이 높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스위스와 16강전(5-1)에서 화력을 자랑하더니, 직전 대회 준우승팀 네덜란드와 3위 팀 스웨덴을 차례로 2-1로 꺾으며 승승장구했다.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19년 프랑스 대회 16강에 오른 스페인은 다시 4년 만에 최종 승자의 자리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스페인은 지난해 유럽여자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2022) 8강전에서 패배도 설욕했다. 당시 스페인은 연장 접전 끝에 잉글랜드에 1-2로 졌고, 기세를 탄 잉글랜드는 결국 우승컵을 따냈다.
여자 월드컵에서 유럽 팀이 우승한 건 2007년 독일 이후 16년 만이다. 그간 미국이 2차례(2015·2019), 일본이 1차례(2011) 우승했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 소속으로 대회 기간 내내 스페인의 공격을 진두지휘한 미드필더 아이타나 본마티가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따냈다.
탄탄한 체격과 빠른 발을 앞세워 전방에서 수비진과 싸운 2003년생 공격수 살마 파라유엘로까지 영플레이어상의 영예를 누리며 스페인이 '3관왕'에 올랐다.
경기 초반 먼저 골문을 위협한 건 잉글랜드였다. 전반 16분 로런 헴프가 페널티아크 근처에서 기습적으로 찬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1분 후 스페인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파라유엘로와 알바 레돈도의 연속 슈팅이 모두 골문 안쪽으로 향했지만, 골키퍼 메리 어프스에게 막혔다.
잉글랜드의 공 점유율을 30%대로 묶으면서 줄곧 공세를 편 스페인은 결국 전반 29분 먼저 상대 골문을 열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탈취해 역습에 나선 스페인은 마리오나 칼덴테이가 왼 측면에서 내준 패스를 쇄도한 올가 카르모나가 그대로 왼발로 차 반대편 골대 하단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만회 골이 필요한 잉글랜드는 오히려 후반 19분 키라 월시의 뼈아픈 실책이 나오며 무너질 뻔했다.
페널티지역에서 칼덴테이의 돌파를 저지하던 중 월시의 손에 맞고 공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에 비디오판독(VAR) 끝에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다.
이번에도 어프스가 팀을 수렁에서 건졌다.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페널티킥 방향을 읽은 어프스가 공을 쳐낸 후 포효했다.
그러나 이후 잉글랜드의 공격이 주춤한 가운데 오히려 스페인의 호르헤 빌다 감독이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여자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2021년과 2022년 연이어 석권했으나, 무릎 부상 탓에 이번 대회에서 활약하지 못한 알렉시아 푸테야스를 후반 45분 투입했다.
푸테야스를 중심으로 막판까지 거세게 공세를 편 스페인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던 잉글랜드는 끝내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져 거친 몸싸움을 펼치면서도 슈팅 기회는 만들지 못한 잉글랜드 선수들은 환호하는 스페인 팬들 앞에서 기쁨에 찬 상대가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최대 수용 인원인 7만5천78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슈팅 14개를 퍼부은 스페인의 공세 속에서도 골문을 지킨 어프스는 대회 최우수 골키퍼로 뽑히며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