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승현, '고려거란전쟁' 양규가, 양규를 살린 18년 내공 '진정성'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2 06: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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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지승현이 데뷔 18년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영중인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으로 우리가 미쳐 몰랐던 ' 양규 장군'을 연기, 양규 장군과 배우 지승현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시청자들에 깊이 각인시켰다. "양규 장군을 알리는게 목표"였다는 지승현은 그 누구보다 뜻 깊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맞이했다.

 

지승현이 출연한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를 담았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양규 역 배우 지승현/빅웨일엔터테인먼트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이자 '사극의 왕' 최수종이 10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방영 전부텨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고려거란전쟁'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되며 한국의 역사를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방영 전까지만 해도 오직 최수종이 담는 '강감찬'에만 집중하던 중 고려의 '구국의 영웅' 양규 장군이 등장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지승현이 연기한 양규 장군은 고려의 멸망을 막아낸 구국의 명장으로 불린다. 거란과의 전쟁 초년기에 거란군이 압록강을 건너 고려에 당도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인 '흥화진'에서 거란군 40만을 상대로 승리한 인물이다.  또한 원군도 없이 1개월 사이 모두 7번을 싸워 전투에서 승리했고, 그가 구출한 고려인 포로가 무려 3만명에 이르렀다. 

 

지난 7일 방송된 '고려거란전쟁'에서는 '애전 전투'가 펼쳐진 끝에 양규와 그의 오른팔인 김숙흥(주연우)가 전장에서 화살을 맞고 최후를 맞이했다. 이들은 압록강을 건너려던 거란 군을 귀주 벌판에서 기습했고, 거란 황제 야율융서(김혁)를 목표로 '고려의 늑대'라는 별칭처럼 포효하듯 돌진했다. 거란군은 양규과 김숙흥의 호랑이 같이 꺾일 줄 모르는 기세에 공포감을 느꼈지만, 결국 이들에게 달려들어 갑옷을 찢었다. 특히 마지막까지 거란 황제를 향해 활을 겨눈 양규는 손에 활을 쥔 채, 들판에서 온몸에 활을 맞아 고슴도치 같은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양규 역 배우 지승현 스틸

 

방송 이후 만난 지승현은 "마지막 액션은 저도 정말 숨죽여서 봤다. 그 역시 고증과 관련된 부분이다. 갑옷을 입고 있다. 칼로 한번 휘두른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갑옷이 맞아서 뜯어지는 장면들을 슬로우, 고속촬영된 것을 보면서 예전에는 없었던 사극 액션이었어서 더 좋아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구국의 영웅' 양규와 김숙흥의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들을 울게 만들었다. 한 시청자는 'TV앞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싶다'고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승현은 마지막 액션은 무려 3일간 촬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일부러 눈을 준비했었다. 근데 실제 눈이 왔다. 그리고 며칠 뒤에 다른 장소에서 양규와 김숙흥의 시체가 들어오는 장면을 찍을 때도 눈이 왔다. 그때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장군님이 오셨다'고 하더라. 스태프분들도 장군님이 와 계신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너무 감사했다."

 

사실 '고려거란전쟁' 이전에는 양규는 잘 모르는, 잊혀진 존재였다. 지승현 역시 양규 장군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했다. "저도 양규 장군님을 몰랐었다. 이 드라마를 연기해서 양규 장군을님을 시청자들 뇌에 각인 시키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였다. 고증을 위해 활 쏘기 연습을 엄청했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양규 역 배우 지승현 스틸

 

양규 장군의 사료는 국내에는 거의 없다. 고려사 '양규 열전'을 비롯한 소수의 사료들 뿐이다.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하는데는 부담감이 따르는 법. 하지만 양규의 사료는 소수이기 때문에 지승현은 '애민정신'에 집중했다. "양규 장군님 사료에서 비롯된 작간님의 대본과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었다. 난중일기도 읽었는데 양규 장군은 김숙흥, 정성과의 관계를 보니 인간적인 면모가 있더라. 김숙흥에게 활을 다시 받는 장면에서 악수를 한다던가 하는 장면들이다. 저는 연기할 때 상상과 집중을 해서 만드는 편이다.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영화 '실미도'에서 정치가는 정치를 잘하고,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책임을 다 지면 나라는 잘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게 양규 장군의 마음 같았다. 그런 진정성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어울리는 톤과 인상, 말투를 찾아나갔다."

 

양규 장군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고려거란전쟁' 속 흥화진 전투다. 흥화진 전투와 함께 드라마의 시청률 또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성벽을 두고 고려와 거란의 전쟁은 외국의 전쟁 영화를 방불케하는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승현은 "흥화진 전투와 마지막 전투 씬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흥화진 전투는 동영상 3D 콘티가 다 있었다. 처음에 불덩이 하나 떨어지는 것까지 똑같이 찍었다. 드라마지만 콘티를 걸어놓고 찍었다. 혼자 연기 해야하는 부분들이 너무 재밌고, 훨씬 준비된 상태에서 찍다보니 마음 편하게 진행이 된 것 같다. 흥화진 전투 때는 거란군을 만난 적이 없다. 문경 세트장에서 분리촬영을 한 것이다. 상상하면서 촬영했다."

 

실제 지승현은 촬영장에서 '양규 장군'으로 불렸다. 배우를 캐릭터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지승현과 양규의 평행이론도 화제가 됐다. 특히 양규 장군의 최후 장면을 촬영한 날은 실제 지승현의 생일이었다. "감독님이 양규 장군 돌아가시고 지승현 배우가 태어났다고 할 정도였다. 항상 저를 감독님이 장군님이라고 부르고, 촬영 후 '컷' 하고는 '방금 장군님이 오셨다'고 말하셨다. 실제 촬영할 때도 날씨가 기가 막혀서 장군님이 도와주시는 느낌이었다. 죽은 촬영을 할 때도 몽롱해지더라. 감정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움직이는데 기분이 몽롱했다. 곽주성 탈환하고 적장 목을 갖고 가는 길에는 안개가 갑자기 깔려서 정말 그림이 멋지게 나왔다(미소)."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양규 역 배우 지승현/빅웨일엔터테인먼트

 

지승현은 "양규 장군과 평행이론을 이야기하실 때마다 저도 어느 정도 공감도 가긴 한다. 저도 GOP 근무 할 때는 바로 앞에서 북한군을 보고 그랬으니까. 저는 상상과 집중을 하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양규 장군이 고려를 지켜내며 극에서 퇴장했다. 짧지만 강렬하게 드라마와 양규 장군을 알린 공을 치사하듯 지승현은 지난해 '2023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상과 인기상까지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데뷔 18년만에 받는 첫 상이다. 시청자분들이 투표로 주시는 인기상과 장편 드라마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어 너무나도 감사드리고, 영광스헙다. 소중한 상들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에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규 장군을 알릴 수 있게 해준 대하 사극에 장르에 대한 강점과 감사함도 전했다. 

 

"대하 사극이라는 장르가 꾸준히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만 봐도 영웅들을 끄집어내서 그 시대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극복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게 조금 부족한게 사실이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유명하다. 그건 고려라는 나라가 있었고, 양규 장군, 강감찬 장군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후대에 양규 장군을 위한 절을 지으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을 추앙하듯이 그랬었다. '양규와 김숙흥은 화살을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맞고 함께 전사하였다'(고려사 '양규열전')고 실제 쓰여있다. 그 모습을 드라마로 보여줌으로서 우리를 구한 저런 장군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 목숨 받쳐서 고생하셔서 지켜준 나라에 살고 있다. 아니면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게 대하 사극의 큰 가치인 것 같다. 그게 '고려거란전쟁'의 기획이었다. 그런 분들의 업적을 충분히 찾아내고 발굴하고 만들어내는데 의의가 있다. 코리아의 뿌리를 알려준, 필요성과 장점인 것 같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양규 역 배우 지승현/빅웨일엔터테인먼트

 

데뷔 18년차 인생 캐릭터를 만 지승현. 그에게 '고려거란전쟁'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특별하다. "18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정말 빨리간다고 느낀다. 이 시간을 잘 버텨왔던 스스로에 잘 했다고 해주고 싶다. MBC '히트' 에서 마동석 형님에 "남형사님" 이라는 한마디 하는 걸로 데뷔했다. 그런 역할들을 많이 했다. 한 회에 한 씬만 나오는 역할 위주였다. '바람'이라는 영화로 처음 매체 인터뷰를 했었다. 그때는 소속사도 없었다. 혼자 7~8년을 했다. 지금의 회사가 첫 회사다. '바람' 이후에도 단역 밖에는 못했다. 그 이후로 '태양의 후예' 촬영할 때는 그만두고 싶었다. 1년동안 하기로 한 것들이 엎어졌다. '태양의 후예'에는 4회밖에 안나온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드라마가 터져서 심폐소생술을 해주더라. 버텨오다가 조연급에서 이제는 양규 장군님을 알리려다가 이런 자리에 있게 됐다. 영상 댓글에 '양규 장군이 지승현을 살렸네'라는 글이 있더라. 다들 반응을 해주시는구나 생각에 감사하다."

 

18년동안 스스로 마인드 콘트롤이 어려울 때도 물론 있었다. 심해서 공황장애 약을 복용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지승현은 18년을 잘 버텨내왔다. 최근에는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연인'과 SBS 드라마 '7인의 탈출'에도 나오며 '소처럼 일하는 배우' 이미지가 됐다. 말하자면 '틀면 나오는 배우'로 인식됐다. 

 

"저는 연기가 좋다. 매력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연기가 좋다. 연기를 잘해냈을 때 희열. 공감을 해줬을 때 오는 성취감과 기쁨이 오는 것 같다. 24살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썼다. 최근에는 '잘 끝냈다. 네가 생각한대로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칭찬을 쓰기도 했다. 매일 아침마다 정해놓은 마음가짐의 문구를 항상 읽고 집을 나선다. 대부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문구들이다. 그 마지막 문구는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이다. 내일이 잘 안 풀릴 때는 타인을 축복하라고 하더라. 내가 힘들어서 '쟤 부럽다'고 질투하면 그 에너지가 가는 것 같다. '너 잘된 것 축하해' 하면서 타인에 에너지를 주면 그게 돌아온다고 하더라. 그런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 같다."

 

양규 장군을 연기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도 있다. "장군님으로 살 수 있어 행복했다. 부족하지만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정말 그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코리아가 코리아로 남을 수 있게 주셔서 감사하다. 캐릭터를 알리고 싶다는 목표가 이전과 다르게 하나 더 붙었었다. 사람은 확실히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앞으로 연기할 때도 +알파를 생각해보는 배우가 되야겠다 싶다(미소)."

 

한편 지승현의 차기작은 장나라가 주연인 SBS 새 드라마 '굿파트너'로 정해졌다. 지승현은 차은경(장나라)의 가정적인 남편이자, 위태로운 남자 ‘김지상’ 역으로 색다른 연기 변신을 기대케 한다. 법무법인 ‘대정’의 의료자문 내과의사인 그는 불도저 같은 아내 차은경의 꿈과 행복한 가정을 위해 기꺼이 ‘차은경 케어’에 몰두했지만, 지치고 버석해진 부부 관계에 위기가 찾아오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승현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김지상의 모습을 변화무쌍하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 심리를 자극한다. 그는 "좋은 작품에서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굿파트너'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고려거란전쟁'에서 보여드렸었던 모습과 180도 다른 색의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합류를 결심하게 되었다.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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