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임순례 감독 "'교섭' 국가의 의무, 본분에 충실한 공무원 이야기"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9 04: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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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실화는 소재만 채용한 것 뿐이다. '교섭'은 국가와 국민의 관계, 국가의 의무, 본분에 충실한 공무원 이야기다. 설날에 가족이랑 보기에 가치있는 영화다. 재미도 있지만 생각해볼 거리도 있는 영화로 기억해주시길."


중동 지역은 아직 대중들에 '미지'의 영역이다. 일부만이 국제 뉴스를 통해 보여지고, 특정 사건들만으로 다뤄지는 나라다. 지난 2021년 내전으로 고립된 나라에서의 탈출극을 그렸던 '모가디슈' 이후 '교섭'이 다시 한번 중동을 그려냈다. 그중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라는 무장 단체로 유명하다. 한국인 23명의 피랍, 그들을 구해내기 위한 공무원들의 이야기가 바로 '교섭'이다.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 교섭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지난 18일 개봉,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영화 '교섭' 임순례 감독/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 '제보자'(2014년), '리틀 포레스트'(2018년)로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사회문제에 정면돌파 하는 우직한 모습, 소박한 힐링을 선사하는 등, 매번 새로운 도전과 시도, 그 뒤의 뚝심과 인간애를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임순례 감독이 '교섭'의 연출을 맡았다. '샘물교회 피랍사건' 실화 소재에 부담스러웠지만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 연출을 결심했다.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만들어도 논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는 뭔가 한국영화에 없던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프가니스탄이나 탈레반이라는 집단을 시각화 했을 때 새로울 것 같았다. 뉴스 이외에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건 중심으로 본다면 논쟁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신념에 대한 이야기다. 한 집단은 기독교다. 탈레반도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신념이 있다.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지점도 관심있었던 부분이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 국민의 어디까지를 책임지는게 맞나. 잘못을 한 국민은 국민이 아닌가. 그런 것에 대해서도 묵직하고 큰 테두리에서 던져볼 수 있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소재가 되는 실화는 대중들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현재까지도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건이다.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는 것은 감독의 숙제였다. "사건 자체의 부정적인 기류를 영화적으로 잘 조절할 수 있는지가 고민이었다. 이 영화를 접하지 않은 관객들은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소재를 비켜갈 수도 없다. 해외에서 다수의 국민이 납치된 사례가 없다. 동남아에서 관광객들이 납치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상대는 생면부지의 테러집단이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 시피한 상대에 미지의 나라기 때문에 소재를 비켜갈 수 없었다."
 

▲영화 '교섭'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교섭'은 실화를 소재로 극적인 몇 부분만 실제 일어난 일을 차용했다. 영화의 포인트는 납치된 국민들을 구하기 위한 국가와 국가의 대표 자격으로 나선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고생담이다. 인질들의 입장을 옹호하지 않고, 오직 본분에 충실한 두 공무원에 포커스를 맞췄다. 제목도 '교섭'으로 직관적이고, 캐릭터 역시 묵직하다.

"인질이나 선교하러 간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 불필요한 논쟁에 쓸려서 메시지를 놓칠 수 있다. 극화하는 것도 너무 심하면 그 역시 또 본질적인 부분들을 뒤로 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균형점을 찾은 것 같다. 실화를 극화하는데 있어서 고민되는 지점이기는 하다. 실화와 픽션의 믹스, 지점들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섞을지가 고민인 것 같다. 제목은 영화가 2019년 정도에 기획이 시작됐다. 비슷한 소재와 탈출 에피소드로 '교섭','탈출(지금의 '모가디슈')', '피랍'이 같이 이야기가 됐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누가 먼저 들어가냐가 관건이었다. 결국 '탈출'이 '모가디슈'가 되서 나왔다. '피랍'이랑 '교섭'은 너무 헷갈린다. 가제를 지을 때 직관적인 제목을 쓴다. 나중에 고칠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못 찾았다. 두 자면 헷갈리는 제목이 많은데 '교섭' 밖에 없었다."

극비로 붙인 국제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실제 해당 사건과 관련된 담당자나 비화를 취재하는 일 또한 힘들었다. "당시 '故노무현 대통령이 인질을 최우선적으로 구하는게 중요하다'라고 한 것은 맞다. 실제 이 사건이 발생하고, 타결이 될때까지 디테일한 일정은 극비에 붙여져있다. 부분적으로만 드러났었다. 어떤 프로세스인지도 잘 모른다. 탈레반에 선교하러 간 이들이 납치됐다가 한국 교섭단이 가서 구출해왔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캐릭터나 프로세스는 다 창작이다. 실제 참여한 분도 당연히 못 만났다. 전형적인 외교관이나 국정원 요원과는 벗어나있다."
 

▲영화 '교섭' 임순례 감독/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교섭'에는 지르가라는 생소한 아프가니스탄의 부족장 회의부터 브로커까지 등장하며 극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당시 뜬소문도 많았고 추측도 많았다. 브로커 이야기도 사실 여부를 떠나서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르가는 실제 이슬람 문화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러 부족의 원로들이 참여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족 원로회다. 사법적인 기능도 하고, 회의를 통해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문제 해결을 중추적으로 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지르가가 열린 것도 사실이다."

내전과 분쟁이 잦은 아프가니스탄은 여행금지 국가다. '교섭'은 지형이 비슷한 요르단에서 촬영했다.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무더운 날씨를 견뎌낸 배우, 스태프들의 악전고투가 지금의 '교섭'을 만들어냈다. 너무 뜨거운 온도 탓에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 나고, 차가운 얼음물로 엔진을 식히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인서트 컷 등을 촬영해 함께 담아냈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시작한 촬영은 코로나19 상황이라서 더 힘들었다. 임 감독은 "외국 촬영을 먼저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한 여름에 요르단에서 찍었다. 황정민 배우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미룰 수 없었다. 완전히 여름 한가운데서 찍었다. 코로나와 외국어가 제일 힘들었다. 근데 아프가니스탄은 언어가 두개다. 파슈토어(다리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와 다리어(페르시아어)가 있다. 외국이라고 해도 영어와 한국어만 있으면 되지만, 우리는 대사가 파슈토어였다. 그걸 요르단 배우들이 배워서 해야했다. 아주 난리였다"며 당시의 고충을 떠올렸다.


▲영화 '교섭' 요르단 와디럼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요르단의 풍광은 그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요르단에 다나라는 협곡이 있다. 첫 버스 장면에 등장하는 곳도 블랙 마운틴이라는 지역이다. 그런 곳을 갔을 때 정말 압도되는 풍경이었다. 영화에 오히려 못 담아내서 저도 촬영감독도 아쉬워 했다. 두눈으로 봤을 때는 더 아쉬웠다. 아프가니스탄이 갖고 있는 황량함, 특유의 접근이 쉽지 않은 사막의 차단되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와디럼은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웠다. 요르단이라는 나라의 아름다운 풍광이 처음 헌팅 갔을 때부터 다들 반했었다(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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