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임순례 감독 "황정민X현빈 연기 노림수, 강기영 어려운 역할 잘 소화해줘 감사"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9 04: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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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교섭'은 911 테러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무장 테러 단체 '탈레반', 피랍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이미 묵직하다. 인질들의 입장이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다가 납치된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국가의 대표 자격으로 나선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피, 땀, 눈물을 그렸다.

황정민이 분한 교섭 전문 외교관 정재호, 거칠고 자유로운 성격의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의 현빈, 아프가니스탄의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잡초같은 한국인 카심 역으로 강기영이 임순례 감독과 함께 했다. 특히 황정민과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로 21년만에 재회했다. 앞서 언론 시사 후 간담회 당시 황정민은 자신에게 영화를 할 수 있게 해준 감독이라서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교섭' 정재호 役 황정민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황정민씨와는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간담회나 인터뷰를 통해서 안다. 황정민도 비슷할 것이다. 영화를 하게 된, 첫 출발을 해준 것에 대한 감사, 초짜때의 모습이 아닌, 나 이만큼 성장했고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20년 사이에 황정민씨가 30편 이상의 영화를 찍은 것 같다. 액션 영화나 하드보일드한 영화를 많이 찍으면서 자살폭탄 씬이나 이런 것에 경험이나 아이디어를 도움 받았다. 본인의 투자 가치를 누구보다 알고 있다. 책임감, 열정이 굉장히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촬영하는데 집중하는 에너지가 동료 배우 스태프에 가이드 라인이 됐던 것 같다."

극 중 정재호는 교섭을 위해 직접적으로 탈레반 사령관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교섭'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다. "황정민의 연기력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 생각했다. 폭격을 한다던지 중간중간 변주된 상황들이 있지만 두 배우의 연기대결이다. 연기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황정민도 그 씬이 제일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다. 워낙 경험이 많고 잘하는 친구라서 걱정을 안했다. 상대는 전문배우는 아니다. 그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도와주다가, 할리우드 영화에 조단역을 했던 분이다. 실제 뵀을 때 장난기도 많으시고, 카리스마 없고 다정해보였다. 무섭게 보여야 해서 걱정했는데 대등하게 잘 한 것 같다. 연기력에 집중한 것 같다."
 

▲영화 '교섭' 박대식 役 현빈/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현빈은 무슨 수를 쓰든 인질을 구출하려는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으로 임순례 감독과 첫 호흡했다. 대식은 과거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 수염도 덥수룩하고 어딘가 정제되지 않은 대식의 과거 회상씬 속 현빈의 비주얼은 '늑대유혹' 우산씬의 강동원 등장과 버금가는 파급력이다. 노출씬과 액션 씬까지 현빈의 노림수만 3컷이다. 하지만 감독은 "노림수는 두개였다"고 했다.

"액션 씬은 현빈이라는 배우한테 노린 것이 맞다. 과거씬은 노린 게 아니다. 팬서비스였다. 액션 씬은 하나 정도는 기대할거라 생각했다. 제가 생각하는 액션은 전형적인 장르와는 조금 다르다. 무조건 추격하고 죽이기보다 전개상 날강도같이 갈취당해서 끝까지 찾아간다는 명분하에 만들었다. 본인도 다양한 액션을 했는데, 공간이 달라졌음에도 기존의 액션과 다른 것을 하고 싶어했다. 한국에서 액션 씬을 만들 때 새롭게 보여주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이 잘 구현됐다고 생각했다. 대역을 거의 안 쓴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고민도 많고 항상 호흡을 맞췄던 무술 팀이었다. 철저하게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영화 '교섭' 카심 役 강기영/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또 임 감독은 "대식은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표현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모습을 위해서 수염, 헤어, 의상을 서로 많이 보여주고 픽스한 상태였다. 과거 씬은 차별화가 중요했다. 그래서 수염을 없애고 구릿빛이 아닌 모습을 넣었다. 이렇게 파급력이 있을 줄 몰랐다"며 웃었다.

강기영 역시 임순례 감독과 첫 호흡했다. 황정민, 현빈이 묵묵하게 인질 구출을 위해 고군분투할 때 강기영이 분한 카심이 통역으로 함께 한다. "정재호와 박대식이라는 캐릭터가 무거울 수 있다. 무거우니까 무게를 덜어내는 역할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카심이라는 역할에 재미를 넣었다. 영화 속 리듬 상 필요했다. 전형적이지 않은 코미디면서 그 역할을 하는 배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제가 '가장 보통의 연애', '엑시트' '너의 결혼식'에서 강기영 배우를 눈여겨 봤다. 주인공의 친구, 감초 역할로 많이 출연하셨다. 근데 단순하게 코믹배우로 소비되기에는 깊은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흔쾌히 또 출연 해줬다."

카심은 뒷골목을 전전하며 잡초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인물이다. 탈레반과의 대면 협상 테이블에도 함께 해야만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띤다. 임 감독은 "파슈토어 통역 역할이다. 근데 강기영 배우가 정말 빨리 외우더라. 저희도 사실 모르는 언어다. 액센트도 모르고 뭐가 맞는지도 모른다. 탈레반 사령관으로 출연해 준 배우가 아프가니스탄 사람이다. 강기영씨한데 '나 네 말 알아듣겠다'고 하더라. 그분도 대사가 많아. 요르단 배우가 그걸 외워서 할 수 없어서 그분을 섭외했다. 강기영 배우는 대사 외우기도 힘들고 그 역할이 되게 어려운데 대사를 외웠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고 배우의 역량을 높이 칭찬했다.
 

▲영화 '교섭' 임순례 감독/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또 카심은 극 중 유일한 숨통 역할이다. 무슨 역할이든 자신의 스타일로 위트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강기영은 캐릭터와 찰떡으로 어울리는 애드리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 감독은 "대식과 교섭하러 가는 장면에서 뒤를 돌아 본인의 한쪽 팔을 잡고 잡힌 팔과 주먹 쥔 손을 내밀며 욕을 하는 씬이 있다. 그 장면은 대본에 없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교섭'은 임순례 감독의 첫 블록 버스터 영화다. 전작 '리틀 포레스트'의 제작비의 10배 규모다. 대한민국 여성 영화감독 중 상업영화 연출에 성공했다. "전형적인 상업영화의 문법이나 장르를 따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중간즈음에 섞여 있는 것 같다. 정재호를 아싸라고 볼 수 없지만 상황이 아웃 사이더다. 탈레반이랑 대적해야 하는 상황이 아웃 사이더다. 인간관계가 아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들에 관심이 주로 있는 것 같다. 인간애, 생명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어둡고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에 눈길을 주고, 손길을 내밀어 주는 연대와 믿음, 그런 것들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차기작은 현재 캐스팅 단계 중이다. '교섭'을 함께한 현 제작사와 또 새로운 이야기로 함께한다. 사라져가는 피아노 조율사와 중국집을 소재로 한 에세이를 모티브로 한다. "피아노 조율사인데 미식가인 분이 있다. 중국집에 관해 책을 쓰셨다. 피아노라는게 부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처치 곤란한 상황에 놓인 소품이다. 중국집도 배달 중심이라서 사라져가고 있다. 사라져가는 오래된 것들의 이야기를 엮으면서 상실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는 시리즈다. 두달동안 피아노도 배웠다. 캐스팅 후에 플랫폼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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