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데시벨' 황인호 감독 "백신접종 투혼 김래원, 이종석 현장 폭발력 대단해"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11-24 03: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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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전작 '몬스터' 후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생각했다. 액션 영화로 치면 무거울 수 있지만 이게 제가 생각한 선인 것 같다. 특정한 사회적 의도가 아닌, 오직 작품만 생각하고 만들었다."


지난 2011년 로맨틱 코미디에 공포 요소를 더한 '오싹한 연애', 범죄 스릴러 '몬스터'(2014)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이 8년만에 '데시벨'로 다시 한번 스크린을 찾았다.

영화 '데시벨'(감독 황인호)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다. 지난 16일 개봉 이후 동시기 개봉작 중 좌석 판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21일과 22일 할리우드 대작인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제치고 전체 박스 오피스 1위를 탈환, 비수기 극장가에서 60만 관객을 돌파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24일 기준)
 

▲영화 '데시벨' 황인호 감독/(주) 마인드마크
 

'데시벨'은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 소재만으로 신선하다. 이 폭탄은 관중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축구 경기장과 수영장, 놀이터 등에 설치돼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의 시작은 폭발물과 수영장이다.

"폭발물에서 시작한 영화다. 소리에 반응하는 폭발물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 갔던 수영장이 따올랐다. 수영장에서 실컫 놀다가도 1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그 10분을 참지 못하고 호각 소리를 기다린다. 누가먼저 저 수영장에 들어가나 달리기하는 것처럼, 호각 불기를 기다린다 뛰어들고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때 작동하는 폭발물이면 주인공이 제어하기 더 힘들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폭발물을 만든 빌런의 사연을 만들어나갔다."

재난, 테러물의 외피를 입었지만 '데시벨'은 이도저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를 겪은 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모습을 그렸다. 최근 할로윈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 남은 시기인 점과 이들이 잠수함에서 일어나는 사건인 만큼 특정한 사건과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의도한 상황은 아니다. 만약 영화를 보시고 일련의 사건들이 떠올랐다면 현실이 더 영화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일어나면 안되는 사건들이었다. 영화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그 해석에 대한 여지는 남겨두고 싶다. 다만, 잠수함을 설정한 이유는 소리폭탄에서 시작된 것이라서 소리에 민감한 어떤 상황, 직업들을 타고 올라가다보니 최악의 상황에 몰리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며 잠수함을 생각했다. 그 잠수함 안에서 서사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 특정 의도가 있거나 장식으로 등장하는 곳이 아니다."
 

▲영화 '데시벨' 메인 포스터/(주) 마인드마크
 

잠수함 내부 씬은 영화의 오프닝과 클로징을 장식한다. 그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고증을 통해 잠수함 세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잠수함 씬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4천톤 이상 잠수함 세트장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어마어마하게 준비했다. 골격 자체가 있었던 잠수함이다. 제작비 세이브를 위해서 골격 자체를 기존의 것으로 하고, 완전히 하나하나 다 뜯었다. 모니터랑 천장에서 바닥까지 하나하나 다 세팅했다. 한국 잠수함의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외국 잠수함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전 함장님이 감수 해주셨다. 감수와 고증을 거쳐서 만들었다. 잠수함씬에 주변 소음으로 배우들의 대사 전달을 위해 자막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이 넣지 않았더라(웃음). 특별한 의도의 대사가 아닌, 상황에 대응하는 씬이라 자막을 넣지 않았다."

'데시벨'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수장 강도영으로는 배우 김래원이 분했다. 김래원과는 황 감독이 쓴 멜로 시나리오를 보고 연락받으며 연이 시작됐다. "다른 회사에서 준비하던 멜로가 있었다. '꿈의 대화'라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 시나리오를 보고 연락을 했더라. 그게 '몬스터' 이후 쓴 첫번째 작품이었으면, '데시벨'이 네번째 작품이다. 결국엔 만날 운명이었던 것 같다. 근데 '데시벨'을 보고는 빌런이나 오대오 기자 역할을 하고 싶다더라. 다른데 꽂혔나보더라. 부함장 강도영 역은 래원씨만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이 영화를 풀기 위해서는 김래원이 필요했다.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김래원은 영화를 이끄는 것은 물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카체이싱 씬을 비롯해 90% 이상의 액션씬을 직접 소화해냈다. '데시벨' 속 액션 씬에는 강도영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김래원은 러닝타임 내내 해군 정복에 구두를 신고 뛰어다닌다.
 

▲영화 '데시벨' 김래원 스틸/(주) 마인드마크
 

"너무 미안했다. 의상과 구두는 정말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운동화라도 신겨주고 싶었는데 전신을 비추기 때문에 바꿀 수가 없었다. 멀티라서 대역이 갈 수도 없었다.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때 김래원씨가 백신 접종 후 아픈 몸으로 투혼을 발휘했다. 뛰고 넘어지고 구른 기억이 있다. 래원씨 아니었으면 제한시간 안에 못 찍었을 것이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배우라서 너무 도움이 많이 됐고 든든했고 감사했다."

잠수함 씬에서도 김래원의 도움이 컸다. 생사를 결정짓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이기 때문에 촬영 분위기는 내내 무거웠다. "김래원씨가 좋은 제안을 해줬다. 배우들끼리 맥주타임을 갖고 터놓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종석씨와 민기씨까지 친구처럼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유대를 쌓았다. 연출팀과 제작팀은 현장을 묵직하게 만들어야 했다. 카메라 각도를 바꿔가면서 찍어야 하는데 같은 톤앤매너가 있어야 한다. 음악도 묵직한 감정톤을 위해 깔았다.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고 촬영해야 해서 배우들에 너무 미안했다. 다들 힘들었을 것이다."

앞서 이종석은 '데시벨' 제작보고회에서 처음 대본에는 없었던 액션씬이 갑자기 분량이 늘어났다고 비화를 전한 바 있다. 황 감독은 "액션 장면은 꼭 빌런에게 꼭 필요했었다. 이 빌런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구멍이 있을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걸 통해 저는 빌런의 캐릭터 결과 깊이감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제가 놓친 부분이었다. 후반에 수정해서 엘리베이터 액션 씬 등을 추가했다. 그게 없었다면 밋밋했을 것이다"고 답했다.

빌런 역의 이종석을 캐스팅한 이유는 선과 악이 공종하는 듯한 그의 얼굴 때문이었다. "엘리트 장교가 빌런이 되는 것이다. 선과 악,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사람의 표정에서 서사가 보여야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종석씨는 보이더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노력이 아닐까 싶다. 되게 노력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신다. 감추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현장에서 많이 놀랄 수 밖에 없다. 폭발력이 대단했다."
 

▲영화 '데시벨' 이종석 스틸/(주) 마인드마크
 

이종석의 연기가 빛을 발한 장면은 사건 후 상담을 받는 장면이다.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조직은 감추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관리 차원에서 조직이 움직이지 않을까 상상을 해보고 만들어낸 것이다. 이종석 캐릭터는 총망받는 해군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변화한다. 얼굴이나 표정만으로 전사가 느껴져야 한다고 봤다. 그걸 종석 배우가 너무 잘해줬다. 좋은 배우들은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의 전사가 보인다. 종석 씨를 봤을 때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얼굴만 보는데 전사가 보이더라. 인터뷰 장면 경우는 몰래 촬영 중인 것이다. 대본에는 경고하고 액션만 취하는건데, 몰래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것을 눈치채고 강도영에도 경고하고, 웃으면서 하는 것들은 이종석씨가 다 만든 것이다. 그 장면을 첫날 찍었다. 장발 헤어 스타일도 종석씨 아이디어다. 잘라야 하니, 미리 찍자고 했다. 어려운 장면을 미리 준비하고 슛 들어가면 보여주는 배우다. 좋은 배우는 이렇게 해석하는구나, 디테일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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