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패뷸러스' 채수빈 "데뷔 10년차, 늘 불안감 안고 살아가"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9 03: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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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작품으로 평가 받는 직업이다.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것 같다."


배우 채수빈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배우는 대중에 작품으로서 보여지고 평가 받는 직업이다. 평가와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숙명은 피할 수 없다. 지난 10년을 되돌아 본 채수빈은 그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고착화된 이미지보다는 변화를 꿈꾸며 또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채수빈은 지난해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 '더 패뷸러스'(감독 김정현)에서 명품 브랜드 홍보대행사 과장 표지은으로 분했다. '더 패뷸러스'는 패션(fashion)이라 쓰고 열정(passion)이라 읽는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하이퍼리얼리즘 청춘 로맨스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표지은 役 채수빈/넷플릭스
 

채수빈은 표지은으로 분해 똑부러지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또 한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그려냈다. 특별한 점이라면 직장이기도 하지만, 연예인과 셀럽은 기본, 개인의 역량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며 철저한 '을'의 위치에 있다. 그들의 비위를 맞춰야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극 중 제이디(서수희)라는 슈퍼 아이돌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뭐든지 그 자리에서 당장 캔슬하며 변덕을 부려,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배우 채수빈으로서는 반대의 시각으로 보게 된 것이다.

"저는 준비되어 있는 것들을 나로 인해 완성시켜서 보여주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지은이는 그걸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제가 좋아하는 대사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이 일을 사랑하는지 알아서 괜찮아'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중간 과정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서 이 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일이든, 그 중간 과정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시는 분들에 감사함을 또 한번 느꼈다."

반면 슈퍼모델이었던 예선호(박희정)는 대세로서 글로벌 활약을 펼쳤지만 어느 덧 그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결국에는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일을 그만두려고 결심한다. 채수빈은 "그 부분은 공감이 되고 와 닿았다. 작품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평은 다르다. 너무 다양한 시선이 있다. 휘둘릴 때도 있고, 좋지 않는 평가에 대해서는 잘못된거였나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내가 이 작품을 얼마나 사랑했고 애정을 가졌는지, 얼마나 좋은 작품인지 알면 되는 거니까 소신을 굳히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표지은 役 채수빈 스틸/넷플릭스
 

'더 패뷸러스'는 패션업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은과 지우민(최민호)를 중심으로 로맨스도 그려진다. 특히 지은과 우민은 친구에서 연인이 된 계기로, 과거 헤어졌다가 재회한다. 엑스 관계이지만 친구 예선호와 조세프(이상운)까지 냅다 까라 절친 4인방으로 뭉치기에 재회도 자연스럽다. 채수빈은 "굳이? 지은이로서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둘만의 연인간에서 친구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선호와 조세프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쿨하게 지내보자며 자존심을 부리면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애매했을 것 같다. 그래서 엑스와 친구로 지내는 것이 이해가 안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 저라면 '굳이' 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지우민은 돌아온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은은 우민의 모습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은은 지우민과 이남진(최원명), 심도영(김민규)까지 세 남자에 의도치 않게 사랑 받는다.

"세 남자에 사랑받는 역할이라 감정선에 더 신경을 썼다. 도영이한테는 여지를 안 준다. 우민이도 사실은 제가 20대부터 함께한 내 첫사랑이자 내가 진심으로 좋아한 사람이다. 이별도 제가 고했다. 저한테 우민이는 나를 좋아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우민이는 표현을 안했으니까. 마음이 있지만 나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척 하는 것이다. 우민이가 변했다고 하지만 그 행동들이 다 장난식으로만 받아들여진다. '이 친구는 날 좋아하지 않아'라는 베이스가 있어서 남진을 만난다. 남진과는 결이 안 맞는다고 느껴온 것이다. 우민이의 진심을 깨우치기 전에 그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거절을 한다. 우연치 않게 사진전을 봄으로서 표현을 안한거지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감정선들이 비춰지지 않게 숨기려고 많이 노력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채수빈 최민호 스틸/넷플릭스
 

최민호와는 '더 패뷸러스'로 첫 호흡이다. 절친으로 등장해야 하기에 속내를 감추면서도 외적으로는 친한 척 해야한다. "민호오빠가 처음에 어색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오빠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촬영장에서 막내한테도 편하게 대하려고 하면서 장난도 많이 쳐주면서 으샤으샤했다. 촬영 막바지에는 너무 친해져서 텐션을 잡아주기도 하고 그랬었다."

'냅다 까라' 4인방으로 호흡한 이상운, 박희정과의 호흡도 전했다. "선호 언니는 원래 모델인데 연기를 처음 도전했다. 우리끼리 술 마시면서 사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가 연기적인 도움을 많이 요청했다. 질문도 많이 하고, 언니의 열정이 보였다. 그 또한 멋있었다. 조세프와는 밥집에서 첫 촬영을 했다. 상운오빠 자체가 워낙 끼도 많고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오빠는 지금도 얼굴만 봐도 웃긴다. 그만큼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TMI를 날리시면서 편하게 해주시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직장의 대표로는 신동미가 분했다. 오 대표와 표 과장으로 호흡한 것에 대해 "동미 언니와는 몰아서 찍었다. 피곤하다가도 언니랑 있으면 웃겨서 '오드리화'가 되가고 있냐고 주변에서 물을 정도였다. 정말 너무 호흡이 좋았다. 많이 챙겨주시기도 했고, 너무 사랑스러운 선배님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냅다 까라 4인방 스틸/넷플릭스
 

'더 패뷸러스'의 매력 중 하나는 '냅다 까라' 4인방의 돈독한 우정이다. 채수빈도 실제 이에 버금가는 친구들이 있다. "저도 여고시절 4인방이 있다. 같은 동네 살면서 일하다 힘들면 다들 모인다. 우리 드라마처럼 화려한 파티는 아니더라도 수다 떨면서 많은 교류를 한다. 클럽 씬들은 정말 다 힘들었다. 파티 씬도 다 어색했다. 제 친구들은 제 인생의 원동력을 얻고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우리는 소심한 '냅다 까라'다. 사는게 바빠서 잘 못 만나지만 서로 힘이 되는 존재다."

채수빈이 매체 작품에서 많이 활약했지만, 사실 그의 데뷔는 연극무대다. 2013년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로 데뷔한 후 드라마, 영화 활동을 하면서도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올해 데뷔 10년차를 맞은 채수빈은 "너무 말도 안되게 흘러갔다. 마음은 아직도 18살"이라며 "그게 어색하다. 현장 가면 항상 언니, 오빠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선배님이라고 호칭이 바뀐다. 저희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 직업이다.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것 같다"고 했다.

10년간의 작품 중 터닝 포인트는 2017년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이다. "그 작품 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느꼈다. 30부작이라서 더 빠져들었다. 물론 매 작품때마다 뭔가 쌓여왔지 않았을까 싶다. 완전 옛날에 연기한 독립영화를 보면 되게 날 것이라고 느낀다. 카메라 위치나 앵글을 알고 시선을 돌리고 계산이 된다. 그때 틀에 갇혀서 연기하는 느낌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날것이 잘 안나오더라. 주변에 조언을 구했더니 연기적으로 노하우도 쌓이고 성숙해진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흥행을 떠나서 모든 작품이 공부가 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표지은 役 채수빈/넷플릭스
 

배우로서 목표는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작품에서 보통 제 이미지가 사랑스럽고 밝고 씩씩한 것을 많이 했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다른 이미지도 보여드릴 수 있는데, 나도 욕심이 생기고 잘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보여드린 적 없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히트작해서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사실 제가 선택한대로 흘러가는 직업도 아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결혼 이야기', '블루 발렌타인', '라라랜드' 같은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 판타지나 드라마적인 것보다 지금 더 현실에 녹아든 차분하고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더 패뷸러스'는 20대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싶다. "나의 예쁜 마지막 20대의 예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저한테는 추억하듯이 작품 하나하나가 추억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돌아갈 수 없는 20대의 모습을 담아주셔서 감사하다. 그때만 담을 수 있는 추억이 담겨서 선물같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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