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보영 "과거 청순女 연기 힘들어...'적도의 남자'가 터닝 포인트"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7 0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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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이보영은 '대행사'에 출연한 거의 모든 배우들과 마주해야 했다. 원톱 주연의 특권이다. 특히 라이벌로 최창수로 분한 조성하, 라이벌에서 의기투합하는 회장 딸 강한나를 연기한 손나은, 누구보다 든든한 오른팔이었던 한병수 역의 이창훈과 주로 호흡했다. 이보영은 "조성하 선배님은 너무 귀여우시다. 정말 좋았다. 저는 악역처럼 안 보였다. 그분도 자기 위치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이다.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6일 종영한 드라마 '대행사' 고아인 役 이보영/제이와이드컴퍼니
 

강한나로 분한 손나은과는 첫 만남에 적대적인 관계가 됐지만, 후반부에는 고아인이 멘토를 자처하며 그를 성장시켰다. 이보영은 "너무 예뻤다. 잘했고 열심히 했다. 싱크로율도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인플루언서 같은 화려함도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롤을 했다더라.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오더라. 악수하는 씬은 대립적으로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이 만들어나갔다. 그 씬이 너무 중요했고 등장인물도 많았다. 그 씬만 하루 반을 공들여 찍었다."

한병수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고가인의 든든한 오른팔이자 버팀목이 돼 주었다. 이보영은 "저희 드라마에는 신기한 게 연극배우 출신들이 많았다.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연기를 하더라. 그 계산도 다 어긋나는 연기를 해줬다. 병수랑 찍으면서는 울컥울컥 올라올 때가 많았다. 위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무님 승진 축하드립니다'라는 대사 리허설을 찍는데 너무 리얼해서 순간 눈물이 확 올라오더라. 그 감정이 슛 들어가니까 안나오더라. 병수한테 드라이 하게 찍자고 그랬었다. 그때 날 것을 듣는게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승진했다고 하는데 저 스스로도 그 정도로 울지 몰랐다. 정말 간절했던구거구나 싶었다. 저도 확 올라오더라. 제가 계산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해줘서 그 호흡도 재밌었다."

극의 중심인 고아인을 연기했지만, 사실 이보영은 가벼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는 "조은정 역할이 너무 좋았다. 누구나 어느 조직이든지 저런 사람들이 있어야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무던한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엉뚱하거나 약간 무뎌서 분위기를 완화시켜주는게 좋았다. 혜진이가 너무 잘했고 너무 예뻤다"고 덧붙였다.
 

▲26일 종영한 드라마 '대행사' 고아인 役 이보영/제이와이드컴퍼니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보영은 자신의 필모 중 가장 밝은 캐릭터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장혜성을 꼽았다. "'너목들'이 제일 밝았다. 반응이 좋아서 그 이후에 기대했는데 애 데리고 도망치고 그런 역이었다. 어릴 때는 왜 밝은 게 안 들어올까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 저는망가지는 것도, 밝은 것도 하고 싶은데 안 들어오더라. 사연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안 보이나보다. 항상 저한테는 약간은 다운된 역할들이 왔다. 밝거나, 텐션이 높거나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밝은 것 하고 싶었는데 작품을 하면서도 비슷한 캐릭터 속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배우에게는 잘 맞는 옷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변신이 먹히지 않았다. 지금은 하고 싶은 역할은 없다. 내가 재밌는 작품하자 하는 생각이다."

이보영의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적도의 남자'다.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으로 힘들었지만 기계적으로 현장에 가게 되면서 그냥 시간에 몸을 맡겼다. 점점 연기에 흥미를 잃고, 현장도 무서워지고 스르로가 바보같아졌다는 이보영은 결국 연기를 쉬었다. 그때 연기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겼다. "사람이 일이 없어야 간절해진다. 그 다음부터는 나를 찾아주는게 감사했다. '적도의 남자' 때는 제가 전문직을 많이 하기 전에 청순한 여성, 첫사랑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 캐릭터만 들어와서 '눈물 한방울 또르륵'이 너무 힘들었다. 변신을 시도했지만 잘 안맞았다. 그때 '적도의 남자'를 만났다. 청순한데 강단있는 역할이었다. 수동적인 첫사랑 역할을 하지 않아서 너무 행복했다. 그때 감독님께 진짜 감사했다."

이보영은 '대행사'를 촬영하면서 자신의 신인 시절을 많이 떠올렸다. "아인이의 초년 시절이 나온다. 깨지는 모습들. 모든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않나. 나도 깨지면서 든 생각은 그대로 일을 하다보니 이 일을 사랑하고 연기하는 게 재밌고 이렇게 또 사랑해주시니 희열도 크더라. 잘 버텼다는 생각을 이번에 했다. 끝까지 잘 버티자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모든 고아인에도 한마디를 남겼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사는 친구다. 나의 심신의 건강과 내 안에 굳건히 서 있는 것이 중요하다. 뭐가 중요한지 알아서 다행이다. 찍으면서 '얘는 진짜 왜이러고 살까'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제일 많이 한 말이 '뭣이 중헌디'였다. 뭐가 행복한 줄 모르고 즐길 줄을 모른다. 부디 중요한 것이 뭔지 깨닫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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