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현장에서 제일 많이 한 말이 '뭣이 중헌디'였다."
'믿고 보는 배우' 이보영이 돌아왔다. 세련된 수트에 책상 앞에서 고민하고 고심하며 광고 카피를 완성하고 아이디어를 낸다. 이보영은 자신과 찰떡인 '커리어 우먼' 이미지를 입고, 세련됐지만 기계같이 건조한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으로 안방에 돌아왔다.
지난 26일 종영한 JTBC 토일 드라마 '대행사'(연출 이창민 / 극본 송수한 / 제공 SLL / 제작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오피스 드라마다.
▲26일 종영한 드라마 '대행사' 고아인 役 이보영/제이와이드컴퍼니 |
최종회에서 고아인(이보영)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세운 강한수(조복래)를 보며 판을 짰다. 그리고 강한나(손나은)는 밤새 고아인에 티칭 끝에 강한수를 부회장으로 초대하려는 주주종회에서 성공적인 PT를 마쳤다. 결국 부정적인 이슈로 VC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더해 정략결혼을 앞두고 삼각 스캔들 주인공이 된 강한수는 부회장에서 탈락, 강근철(전국환)은 조문호(박지일)을 부회장으로 추천했다. 자연스럽게 고아인은 VC기획 대표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일 년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회사를 나와 새로운 대행사를 차리며 엔딩을 맞았다.
'대행사'는 첫 방송이 4.8%의 시청률로 시작, 매회 상승세를 보이며 8회에는 10%를 훌쩍 뛰어넘은 12%를 기록했다. 꾸준히 10%대를 유지, 최종회는 시청률 1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종영에 앞서 만난 이보영은 "너무 재밌게 찍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연기한 것이 처음이었다. 저희 팀 자체가 소통이 잘 되는 팀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다 같이 뭔가 한땀 한땀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찍은 만큼 잘됐으면 했는데 너무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어서 그게 감사하고 놀라고 있다."
▲26일 종영한 드라마 '대행사' 고아인 役 이보영/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
이보영은 지난 2021년 '마인' 이후 약 2년 만에 안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전작의 흥행으로 인한 부담감은 없었다. "전혀 다른 드라마다.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게 사실 안되면 안되는거다. 포스터에 나를 왜 혼자 세웠냐고 그럼 책임전가가 나한테 다 오지 않겠냐 그런 이야기는 했다.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데 나이가 있고, 예전처럼 용서가 되고 이해가 되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이보영이 '대행사'에서 분한 고아인은 이름 풀이부터 '고통도 외로움두 참아서 결국은 정상에 오르는 아이'다. 그는 국내 1위 광고 대행사 VC기획에 만점으로 입사한 이후 19년간 감정 없이 기계처럼 일만 하고 살아온 인물이다. 지방 국립대 출신으로 팀장까지가 자신의 자리인줄 알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상무로 승진했다. 하지만 독이 든 성배였다. 아인은 자신이 회장 딸을 위한 얼굴마담 시한부 임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최초'를 넘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플랜을 펼친다.
이보영은 처음 제안 받았을 때 9회까지 받았다. 그는 대본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이 입봉작인데 너무 잘 쓰셨다. 엔딩까지도. 작가님이 저희 첫 회식 때 A4 용지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모든 캐릭터들의 전사를 설명하셨다. 근데 저한테는 안하셨다. 이미 대본에 충분히 많이 설명돼 있었다."
▲26일 종영한 드라마 '대행사' 고아인 役 이보영/제이와이드컴퍼니 |
전문직 여성을 많이 연기해 왔지만 고아인 같은 부류는 처음이었다. 이보영이 생각한 고아인은 속으로는 강하지 않은데 '센 척'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점차 변해가는 고가인의 성장기에 집중했다. "센 척 하지만 속은 다 망가져있는 사람이다. 내면에서는 힘들어하면서 성공해야한다고 압박한다. 혼자 잘난 줄 알고 혼자 해가던 사람이 상처도 치유하고, 같이 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얘가 사람이 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고아인이 미워보이는 사람도,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미워보이지 않게 최대한 고아인을 응원할 수 있도록 그리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실제 이보영은 고아인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싱크로율은 1도 없단다. 그럼에도 버텨내는 고아인을 보며 힘을 얻었다. "저는 조직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고아인과는 다른 생활을 해왔다. 싱크로율도 1도 없다. 적막한 집도 싫고, 약 먹고 자는 삶도 싫다. 막말도 하지 않는다. 얘도 이렇게 지금까지 잘 버티고 는데 나도 잘 버티자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 삶을 책임지는 순간부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옛날 신인 시절도 많이 생각났다. 잘 버티자 싶었다."
12회에서 고아인은 자신이 7살 때, 가출한 엄마 서은자(김미경)와 35년만에 조우하게 된다. 서은자는 왜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았냐는 고아인에 '엄마가 무서워서 그랬다. 죽을까봐 무서워서'라고 솔직하게 이유를 털어놨다. 이보영은 해당 씬 촬영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저는 그렇게 버린 엄마가 싫다. 그 장면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엔 아인이가 상처를 극복하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저는 솔직히 그 구간을 찍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떻게 딸을 버리나 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근데 찍으면서 엄마가 줬던 팔찌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 아이를 낳고 보니 '엄마 가지마' 하는 아이를 어떻게 두고 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엄마가 너무 미웠다. 찍으면서도 엄청 울었다. 잘 넘긴 것 같다."
▲26일 종영한 드라마 '대행사' 고아인 役 이보영/제이와이드컴퍼니 |
'대행사'는 여느 오피스 드라마처럼 직장인의 비애와 고충이 담겨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조은정(전혜진)의 워킹맘 서사는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이보영은 "저희 애들이 그랬다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저희 애들은 그러지 않는다. 드라마 보면서 공감가는 친구들이 있다고 하더라. 엄마를 유난히 밝히는 애들이 있다고 하더라. 우리 애들이 저러면 너무 힘들겠다 싶었다. 근데 그건 저희 엄마도 공감을 못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할머니가 잘 봐주고 있는데 엄마에 집착하지 서운하신가보더라. 그래서 힘들다고 하기도 하셨다. 저는 그 부분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주의 의도(?)였겠지만 '대행사'가 끝난 후 '여보 일도 좋지만 관절 잘 챙기고 있지?'라는 카피와 함께 남편 지성의 관절약 광고가 등장해 시청자들 사이에 많은 화제가 됐다. 이보영 역시 봤다며 "저도 처음에 보고 빵 터졌다. 서로 연기에 터치하는 편이 아니다. 각자 최선을 다한다. 제가 연기에 욕심을 내게 된게 오빠가 연기를 좋아하는 모습이 큰 자극이었다. 집에서 남편이 대사를 맞춰주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고아인 보고 드라마 재밌다면서 보더라. 저는 객관화가 안되는데 남편이 재밌다면서 같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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