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쩐' 강유석 "명절에 고향서 사인만 100장...이선균에 심쿵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3 03: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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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신예 강유석이 '법쩐'으로 당당하게 주연을 소화해내며 연기자로서 한층 성장했다. 이름 없는 단역시절부터 '낭만닥터 김사부2', '한 번 다녀왔습니다', '스타트업', '새빛남고 학생회' 등 장르 불문하고 연기력을 다져온 결과, '법쩐'에서 이선균, 문채원 등과 나란히 주연 자리에 오르며 안방 신고식을 제대로 치러냈다.


강유석이 첫 주연을 맡은 SBS 금토드라마 '법쩐'(극본 김원석/연출 이원태/제작 레드나인 픽쳐스)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장사꾼’ 은용(이선균)과 ‘법률기술자’ 준경(문채원)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11일 종영했다. 최종회가 닐슨 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3.7%, 전국 시청률 11.1%, 수도권 시청률 10.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 장태춘 役 강유석/호두엔터테인먼트

최종회에서는 은용의 계략으로 그 조카인 장태춘(강유석)이 남계장과 수사를 통해 탐욕을 먹고 자란 황기석(박훈)과 그의 장인 명회장(김홍파)를 체포했다. '우리 편'으로 함께 싸운 은용, 준경, 태춘은 이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정의로운 해피엔딩을 선사했다.

'법쩐' 종영에 앞서 마포의 한 카페에서 강유석과 스포츠W가 만났다. '새빛남고 학생회' 이후 본 기자와 두번째 만난 강유석은 여전히 사자가 되고 싶은 강아지의 모습이었다. 그는 "감독님도 선배님들도 너무 예뻐해주셔서 종영이 아쉽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강유석은 전작 '새빛남고 학생회'로 2030세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차기작으로 공개된 작품이 '법쩐'이다. 이제 연기자로서 발을 뗀 강유석은 무려 이선균, 문채원이라는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연자리를 꿰찼다. '법쩐'의 장태춘은 오디션을 통해 만났다. "오디션장에 갈 때, 직업이 검사니까 양복을 입고 가야했다. 근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회사에 말해서 빌려서 입고 갔다. 조금 큰 사이즈의 수트를 입으니 어수룩한 모습과 열정적인 모습들이 장태춘 같았다고 하더라. 복장은 어수룩했지만 장태춘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마음에 열정적이고 욕망도 드러냈는데 그게 보였다고 하시더라(웃음)."

강유석은 10대부터 30대 초반의 태춘을 그리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포인트에 집중했다. "태춘은 욕망도 있고 자기만의 신념과 정의감도 있어 검사가 됐다. 삼촌과 황기석의 사이, 가족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태춘이는 결국 신념을 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 그 모습이 마치 현재의 2030세대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실제 29살 때 찍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 장태춘 役 강유석/호두엔터테인먼트
 

앞서 강유석은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의사로 분했던 바. 비록 전문적인 용어를 내뱉고 직접 수술을 하는 모습은 아니었으나 전문직이었다. '법쩐'의 검사 역시 전문직업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과 '쩐' 중 '쩐'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전문직을 경험해본 셈이다. 강유석은 "의사도 그랬고 이번에 검사도 무늬만이었다"며 웃었다. "'법쩐'이 법정 전문 드라마는 아니다. 법률 용어는 안 나온다. 주식이나 공매도 이런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주식을 해봤지만 공매도라는 것을 몰랐다. 대본보면서 한 두시간씩 공부했다. 왜하고 누가 하고 이 일로 누가 피해를 보는 것인지, 왜 안 좋아은 것인지 관련 사건들을 찾아보면서 좀더 깊게 알아야지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가 조작의 세계는 신기했다."

주연으로서 현장에 오랜시간 현장에 있어본 경험은 '법쩐'이 처음이었다. 특히 드라마 초반에는 태춘이 극을 이끌어가야 했다. 그는 "되게 감사했다. 저에게도 이런 좋은 기회가 왔다.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함이 제일 크다. 이런 큰 롤을 맡아서 촬영장에 있고 싶었다. 정말 원하던 순간이었다. 물론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지금이 '내가 그토록 원했던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면 다시 힘이 생겼다.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현장에 함께 했던 스태프 분들, 그리고 이선균, 문채원, 박훈 선배님, 최덕문, 김홍파 선생님 등 함께 촬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강유석의 첫 촬영은 태춘이 몽골에 있는 삼촌 은용에 메일을 보내는 PC방 씬이었다. 강유석은 조심스럽고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삼촌한테 PC방가서 이메일 쓰고 전화하는 씬이었다. 근데 그 장소가 진짜 더웠다. 양복입고 들어갔는데 덥고 습하고 끈적이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모든 게 낯설고 태춘이조차도 저한테는 낯설었다. 오로지 나만 연기하고, 모든 분들의 이목이 저한테 집중이 된다. 그래서 전날 걱정을 많이 하고 촬영을 위해 잠이 들었다. 대사도 150%로 준비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첫 촬영부터 버벅댄 기억이 있다. 앞으로 더 빡세게 대사도 외우고 현장도 익혀야겠다고 다짐했다."

강유석이 가장 많은 시간 호흡을 맞춘 사람은 남계장 역인 최덕문이다. 남계장은 초임 검사인 태춘에 경력에서 묻어나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다. 최덕문은 소속사 선배이지만 좀처럼 인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법쩐'을 통해서는 그 누구보다 돈독해졌다. "시청자분들도 선배님과 저의 케미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기쁘다. 선배님과 함께 한 첫 촬영은 나름 긴장했었다. 그래서 준비한대로만 했다. 더 풍성하게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선배님께 연기가 어땠는지 여쭤봤다. 편하게 하라는 그 흔한 말이 큰 힘이 됐다. 제가 NG를 내 몸둘바를 모를 때도 위트있게 받아주셨다. 토닥이기 보다는 위트있게 배려해 주셨다. 선배님은 저를 편하게 해주시고, 장난도 많이 걸어주신다. 다른 선배님들이 질투할 정도로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했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 장태춘 役 강유석/호두엔터테인먼트
 

삼촌으로 호흡한 이선균 역시 소속사 선배다. 하지만 '법쩐' 리딩 때 처음 만났다. 은용은 누나의 아들이자 조카인 태춘에게 항상 '짱태추이~'라고 불렀다. 이선균이 분한 은용은 삼촌이자 아버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같은 든든한 존재였다. "선배님은 작품을 많이 하셔서 바쁘시다. 저는 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다. 리딩 때 되게 털털하게 모자 쓰고 오셨다. 첫 인상은 털털하고 쿨함이었다. 저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 부럽기도 했다. 근데 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집중하신다. 혼자 계실 때는 항상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 그런 와중에 잘 챙겨주셨다. 츤데레 스타일이다. 리허설 할 때 조언도 해주신다. 잘했으면 칭찬도 해주신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 칭찬해주시니 정말 심쿵했다."


준경으로 분한 문채원과의 호흡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 은용이 교도소에 수감돼 살인누명을 썼을 당시, 원칙을 고수하며 타협하지 않으려는 준경에 태춘이 삼촌을 구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준경은 이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리고 빗속에서 태춘이 쓰러졌다. 강유석은 "그날 4시간 동안 비를 맞았다. 후반에는 입술이 파래질 정도였다. 힘든 와중에 나름 감정 씬이었는데 집중이 잘됐다. 비 씬도 처음이었다. 10월 초 새벽에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문채원과의 호흡 소감도 덧붙였다. "선배님은 저를 되게 막내 동생처럼 챙겨주셨다. 촬영장 막내니까 선배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배고파하면 간식을 항상 챙겨주셨다. 너무 좋다고 칭찬도 해주고 싸우는 씬도 눈빛 좋다고 해주셨다."

극 중 황기석은 태춘의 욕망을 깨우고 대치 상황에 놓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황기석을 연기한 박훈은 어느 촬영장에서나 미담이 끊이질 않는 인물이다. 강유석과는 동향이란다. 그는 "선배님은 저를 연기자로서 존중해주셨다"고 감사해했다. "세분이 다 챙겨주는 느낌이 달랐다. 박훈 선배님은 황기석과는 정 반대되는 성격이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칼 들고 악역으로 나오셨지 않나. 그래서 무서워했는데 저랑 고향도 같은 정선이다. 많이 챙겨주시기도 했다. 위트가 있으시고, 장난도 많이 쳐주셨다. 무엇보다 저를 동료 연기자로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촬영 전 대사를 맞출 때 제 의견을 물어봐주신다. 씬 들어가기 전에 많이 소통하면서 씬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풍성해진 씬들이 많았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 장태춘 役 강유석/호두엔터테인먼트
 '법쩐'은 강유석의 첫 주연작이자, SBS 프라임타임으로 불리는 금토드라마였다. '열혈사제',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천원짜리 변호사', 바로 전작인 '소방서 옆 경찰서'까지 믿고 보는 화제작 라인업을 갖춰왔다. 강유석은 지상파 첫 데뷔작부터 금토드라마 주연으로 활약했다. 그는 지난 설 명절 연휴에 고향에 다녀온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무려 금토 10시 드라마다. 명절에 집에 갔는데 정말 말 그대로 금의환향했다(웃음). 사실 제가 연기한다고 할 때 집안 어르신들이 걱정이 많았다.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 근데 그분들이 '법쩐'을 보시고는 '장태춘이 왔네~' 하셨다. 저희 아버지가 말이 많은 분이 아니신데 사인을 좀 해놓고 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50장 정도를 먼저 했다. 근데 그걸 명절 당일에 주변 지인, 친구분들한테 자랑하면서 나눠주셨더라. 부족하다고 더 해놓고 가라고 하셨다."

사인 초반에는 이름까지 써가면서 했지만, 후반에는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사인만 해야했다. 그는 "태어나서 그렇게 사인을 많이 해본 적은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서울로 오기 전날 사인을 또 했다. 어머니가 옆에서 자랑스럽다고 하시면서 같이 2인 1조로 움직였다. 제가 사인하면 엄마가 그 종이를 옆으로 치우고, 저는 또 준비된 종이에 사인을 했다. 근데 어머니에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말은 안하셨지만 많이 걱정하셨을텐데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셔서 팔이 아픈줄도 모르고 한 100장은 한 것 같다(웃음)."

강유석의 차기작은 올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택배기사'다. 김우빈, 송승헌, 이솜 등과 호흡을 맞췄다. 강유석은 부모님이 벌써부터 기다리신다며 미소지었다. "'법쩐' 끝나면 '택배기사' 나오기만을 기다리신다. 정말 큰 일을 한 것 같았다. 누나랑 여동생이 집에 넷플릭스 사용 방법을 상세하게 종이로 써서 TV옆에 붙여놨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 장태춘 役 강유석/호두엔터테인먼트
 

데뷔 이후 최고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는 강유석은 "부모님의 기다림이 예전에는 부담이 됐었다. 연기를 시작한 초반에는 역할도 작고, 그래서 부모님의 기대가 부담이 됐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품을 하고, 촬영에 집중하면서 그 부담이 사라진 것 같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자랑스럽다고 주변에서 많이 본다고 연락이 오더라. 또 실제로 본적 없는 저한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팬분들도 많다.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다."

팬들에게는 팬미팅으로 보답하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있다. 강유석은 기획 욕심도 내비쳤다. "제가 지금 소속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됐을 때 직원분을 워크샾에 가서 마피아 사회를 봤었다(웃음). 레크레이션 같은 것 좋아한다. 신서유기 게임 같은 것도 같이 하고 싶다. 인물퀴즈 이런 것. 정말 팬들과 소소하게 함께 할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20대의 마지막을 '법쩐'으로 보내며 30대를 맞이했다. "20대는 무작정 길을 걸었다면 이제는 차근차근 목적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정말 하염없이 걷다가 계단 앞에 섰다. 이제야 한 발을 내딛은 느낌이다. 최근에 '재벌집 막내아들'을 봤다. 같은 소속사인 이성민 선배님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 그것 보고 예전에 나오셨던 예능 '힐링캠프'도 찾아봤다. 정말 멋진 분이더라. 사람이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는지 캐릭터를 내적인 것부터 외적인 것까지 정말 걸음걸이 하나까지 만드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저도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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