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익 감독 "'욘더'의 목적은 아름다운 이별"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7 0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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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충무로의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이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인간의 삶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과 사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욘더'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달 21일 전 편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연출 이준익, 극본 김정훈·오승현, 원작 김장환 ‘굿바이, 욘더’, 제공 티빙, 제작 영화사 두둥·CJ ENM)는 판타지 휴먼 멜로라는 옷을 입었지만 미스터리 스릴러의 결을 지닌 작품이다. 죽은 아내 이후(한지민)가 살아있는 남편 재현(신하균)에 자신을 만나러 오라며 '욘더'라는 사후의 세계에 초대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연출 이준익 감독/티빙

'욘더'가 공개된 후 이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을 만났다. 시리즈물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더해 티빙과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를 통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안락사를 통해 욘더의 세계로 간다. 안락사는 외국에서 순차적으로 합법화되고 있다. 10년 후면 안락사나 존엄사 법이 내 문제로 올 수 있다"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죽은 아내가 살아있는 남편을 초대하는 공간 '욘더'는 쉽게 말해 사후 세계다. 이준익 감독은 11년 전 '굿바이 욘더'라는 원작을 만났다. "11년 전의 원작이다. 그때 다른 것을 찍고, 7~8년전에 시나리오를 작가와 함께 썼는데 제가 아직 미숙해서 SF 판타지를 썼다. 망하겠다는 생각에 그 수고와 노력을 덮었다. 그리고 영화 다 찍고 나서 사극에서 멈추고 싶었다. 그래서 '욘더'를 다시 꺼냈다."

다시 한번 꺼내든 '욘더'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로 탄생했다. 이 감독은 "욕심을 덜고,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현실화 시키는데에 도움이 됐다. SF 장르라고 해서 거대한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깊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가장 작은 이야기로 가장 깊이 얘기하는 것을 선택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메인 포스터/티빙
 

감독은 영화에서처럼 '욘더'에서도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극의 시작이 아픈 이후가 재현을 두고 떠나는 이야기다. 슬픔에 잠긴 재현은 아내로부터 욘더라는 세계로 초대를 받았고, 슬픔과 혼란이 뒤섞임 속에서 '욘더'에 한발짝 씩 다가간다.

"'욘더'라는 유한성, 불멸. 인간은 수천년 전부터 영생을 꿈꿔왔다. 죽음이 갖고 있는 유한성을 불면의 무한성으로 디지털이 구현해내는 세상을 목도하고 있고, 조금 있으면 맞이할 것이다. 불멸이 과연행복한 것인가. 오히려 누군가의 소멸이 있어서 내가 존재했고, 그렇다면 누군가의 생성을 위해서 내가 소멸하는 것이 올바른 세상이 아닌가. 인간의 이기성이 불멸을 꿈꿔왔고 그 이기성 때문에 인간은 더 불행해졌다. 그 불행을 끝내는 것은 유한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성보다는 감성 쪽에 치우쳐진 세계관이기에 주인공 재현 역시 이상적인, 낭만주의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차용됐다. "정서적으로 재현의 내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순간. 영화 '동주' 할 때 안도현 시인이 쓴 백석평전을 너무 좋게 읽었다. '백석을 영화로?' 라는 생각도 해본적 있다. 이후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장소는 잣나무 숲이다. 진심으로 이후의 아픔을 같이 하려는 재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상주의를 표현하기 위해 빌렸다. 백석 시인님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미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연출 이준익 감독/티빙

재현을 사후 세계로 초대하는 이후는 계속해서 '나 여기있어'라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극의 제목 '욘더'가 영어로 '저기' 또는 '저기 보이는 것'을 뜻하는 것과 의미가 맞 닿아있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그 존재가 살아졌을 때는 존재부재라고 한다. 과거에 오프라인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에는 존재가 사라지면 부재다. 근데 세상이 둘로 쪼개졌다. 오프에서 부재가 됐다고 하도 온라인에 존재한다. 내가 남겨놓은 것들이 존재한다. 여러분이 기억 못하는 것은 더 많이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그게 욘더라고 본다. 여러분의 지인, 친구, 가족이 인지하는 순간 그 사람은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의 개념은 그것이라 본다. 지금 살아있지만 만날 일 없는 친구의 부고가 전해지면 인지하기 때문에 존재하게 된다.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새로 형성되는 세계관이다. 현실이다. 이건 SF가 아니다. 이미 존재한 리얼리티를 안락사라는 설정을 통해서 설명한 것이다."

'욘더', 즉 사후세계는 죽기 전 간직하고자 하는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디지털 장치에 저장한 메타버스 공간이다. 그 속에서는 영원히 행복할 수 있기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 등이 있는 욘더의 세계에서 함께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이에 한편으로는 욘더로 살아있는 남편을 초대하는 이후의 이기심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연출 이준익 감독/티빙
 

"이후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다. 근데 재현은 그것을 비난하지 않는다. 극 중 '과거도 현재도 아닌데 당신은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이후가 한다. 내가 감정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군가와의 이별을 통해 들었을 때 스스로가 '비겁한 인간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자기 힘으로 닫을 수 없는 문이 있다고 재현이 하지 않나. 그 문을 닫을 수 있는 사람이 온다고. 이병률 시인의 '사람이 온다'는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그게 정말 내 뒷통수를 치더라."

극 속 욘더는 그 어떤 세계보다 천국처럼 느껴진다. 슬픔도 고통도 없는 세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아이가 자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 늙지 않는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은 공포로 다가온다. 무한한 행복의 세계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한 순간에 부정한다. 이후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후가 자각한 후 가게 되는 곳은 '해안도로 끝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후 보이는 흰집'이다. 병원이다. 스테이지를 건너기 위한 설정이다. 욘더 속에도 다음 스테이지가 분명히 있지 않겠나. 인류가 꿈꾸는 세상의 종점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무지개 다리'나 '다리를 건넌다'라는 표현은 이야기를 쓰면서 감각적으로 의식의 흐름을 뚫고 선택한 것 같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연출 이준익 감독/티빙
 

다음 스테이지가 필요한 이유는 감독이 '욘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인간의 가치가 숭고해지려면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이별이길 바란다. 그것이 죽음이다. 그 곳에서는 두 번 죽는 것이다. 아주 이기적인 선택을 했지만 그게 밉지가 않았다. 너무 진실됐기에. 근데 스스로 내가 없어져야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진심을 보이기 위해 장치가 나왔다면 그건 장치로서 가치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치를 향해 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이 이 작품의 목적이었다."

'좋은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욘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는 감독의 바람이기도 하다. "'욘더'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다. 정말 많은 사연을 안고 가야한다. 같이 왔던 사람은 끝까지 공감하면서 따라가는 것이다. 이야기의 특수성에 맞게 끔 침착하게 갔다. 짧게 자른 이유는 이러한 시도가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평가받는 것이다. 그저 재밌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관객의 개인차도 있지만 세대차도 있다. 2,30대 분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불멸에 대해서 갈증하지 않는다. 40, 50이 넘으면 남아 있는 삶이 얼마 안 남은 것을 안다. 우리 아버지가, 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생각나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든다. '욘더' 시리즈를 보면 문득문득 장면, 감정에서 유사 감정을 느낀다. 젋은 친구들은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고 이르다. 그것은 영화적 하이브리드라는 재미도 즐길 수 있지 않나, 각자의 입장차, 세대차, 경험차를 요소요소해서 만들려고 노력했다. 맞지 않는 부분에서 흥미를 잃으셨다면 사과드리고 양해를 드린다. 죽음이 가진 독특함 특정성 때문에 그런 게 있다. 추억이 아름다운 건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드라마 맨 마지막 대사다.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욘더'의 목적은 아름다운 이별이다."

마지막으로 감독이 욘더에 저장하고 싶은 기억은 뭘까. 이준익 감독은 "어릴 적 그 아이는 어디 갔을까. 사라졌을까? 아직 내 안에 있을까? 욘더에 어릴 적 그 아이를 남기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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