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은지 "30대 로망이었던 리메이크 앨범, 받은 위로 전달하고 싶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1 03: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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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언젠가 서른이 되면 리메이크 앨범을 꼭 내보고 싶었다. 로망이었고, 팬들과 한 스스로의 약속이었다."


'멀티테이너' 정은지가 본업 가수로 돌아왔다. 2년 3개월만의 솔로앨범이자 첫 리메이크 앨범 '로그'(log)를 11일 발매하는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 정은지의 첫 리메이크 앨범 '로그'는 '기록하다'라는 뜻을 담았다. 여행과도 같은 정은지의 인생을 선배들의 음악을 통해 재해석해 다시금 '기록' 한 앨범으로, 1990년대부터 2010년대의 명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1월 11일 오후 6시 2년 3개월만 첫 솔로 앨범 발매하는 에이핑크 정은지/IST엔터테인먼트
 

컴백을 앞두고 강남구에 위치한 IST엔터인먼트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정은지는 "언젠가 서른이 되면 리메이크 앨범을 내는 로망이 크게 있었다. 제가 받았던 위로를 제 목소리로 다시 전달해주는 것이다. 원곡자 선배님들께 창피하고 싶지 않았다. 기특하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타이틀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흰수염고래', '꿈', '사랑을 위하여', '서른 즈음에'까지 엄선돼 수록된 5곡은 정은지가 곡의 선별부터 모든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트랙마다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작곡가 밍지션(minGtion), 이현영 등 탄탄한 프로듀서진이 앨범 편곡에 참여해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여행과 여정을 담아낸 앨범의 편곡 방향은 '편안함'이다. "드라이브 트랙을 만들고 싶었다. 차를 운전하거나 이동하면서 들을 때 편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저에게 노래는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었다. 주변의 듣기 싫은 말이나 낯선 환경에 놓이면 안 들리는 척 이어폰을 꼈었다. 그러면서 위로를 받았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11월 11일 오후 6시 2년 3개월만 첫 솔로 앨범 발매하는 에이핑크 정은지/IST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은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인생이라는 여행과 그 긴 여정을 계속해 나갈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안부를 건네는 이 곡은 베이스 라인이 메인으로 채워진 원곡과 달리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펑크한 락 스타일로 편곡돼 정은지의 시원한 가창력과 특별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대중성이 있는 곡을 생각 안 할수 없었다. 한창 리메이크 붐이 불었는데 저는 그 시기가 지난 후 내게 됐다. 저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대중성도 있어야 하는 욕심이 있었다. 스스로 자충수를 둔게 아닌가 고민이 들기도 했다. 제목 자체도 좋았다. 저는 8살 터울의 동생이 있다. 부모님께서 일하러 나가시면 동생을 제가 돌봤다. 저는 동생이 하원하기 전까지만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 버즈 선배님의 앨범을 들었다. 방구석 여행을 한다는 느낌으로 들었던 앨범이다."

뮤직비디오 콘티도 직접 관여했다. 뮤직비디오 속 정은지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일탈을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방구석 여행의 설정은 일탈을 하고 싶은 저의 마음이다. 점점 옷이 두꺼워진다. 그래서 옥상으로 올라간다.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가 촉박했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다들 애써주셨던 뮤직비디오다. 촬영현장에서는 스피커 사운드가 크지 않다. 저 혼자 심취해야 하니까 보시는 분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근데 다들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지금 현재의 저는 산도 바다도 갈 수 없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11월 11일 오후 6시 2년 3개월만 첫 솔로 앨범 발매하는 에이핑크 정은지/IST엔터테인먼트
 

노래는 추억을 소환하는 힘도 있지만, 새롭게 해석되기도 한다. 어릴 적 들었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가사는 서른이 된 정은지에 새롭게 다가왔다. "커서 이 노래를 다시 부르니까 안 보이던 가사가 보이더라. 어릴 때는 그냥 신나는 노래라고 생각했다. 커서 들으니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 될거야' 가사 자체가 이미 사랑에도 마음을 아파보고 세상에도 치여도 보고 앞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면서 혼자가 돼 있더라. 어릴 때는 그런 분위기를 몰랐다. 커서 들으니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를 아겠다."

리메이크는 원곡과 비교된다는 부담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인트로도 인상깊지만, 후렴구가 가진 힘도 상당히 크다고 봤다. 차라리 후렴을 상기시키고 추억을 상키시키는 동안 벌스를 들어가자 싶었다. 나름 노림수를 해봤다. 저는 편곡 나왔을 때 너무 좋았다. 계절이 생각보다 안 느껴졌다. 베이스가 지글거리는 땅을 의미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있었다. 이 시기에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여러 사운드가 올려지니 생각보다 훨씬 더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계절을 생각보다 안 타게 나와서 좋았다."

타이틀곡 외에도 YB의 '흰수염고래'와 조용필의 '꿈',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까지, 정은지가 받았던 위로의 노래이자, 모두에게 위로를 건넬 수록곡에도 추억이 담겨있다.
 

▲11월 11일 오후 6시 2년 3개월만 첫 솔로 앨범 발매하는 에이핑크 정은지/IST엔터테인먼트
 

"'흰수염고래'는 이 노래를 모르는 주변 친구들이 많더라. 제 마음에 1등인 곡이었다. 이런 방향성의 노래 가사의 지침으로 느껴지는 곡이었다. '꿈'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12년째 생활하고 있다. 고향은 늘 마음에 가지고 있는 단어다. 사실 허락 받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허락 해주실 때까지 기다린 곡이었다. 허락받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뭔가 합격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간절하게 기다린 곡이었다. 아직 편곡 버전을 들려드리지는 못했다. '화려한 도시를~' 하는 도입부와 후반주는 희망찬 느낌이다. 드라이브 트랙을 생각을 하다보니 어릴 때 아직 깊이를 알지 못하는 시기의 내가 보였다. 이번 앨범은 유독 녹음하면서 스스로 기특해하는 기분도 들었다."

"'사랑을 위하여'는 이 트랙만큼은 엄마를 위한 곡을 하고 싶었다. 오늘까지 가진 많은 감성들과 딸은 엄마를 닮아가는게 있는 것 같다. 내 목소리에서 문득 엄마가 느껴지고 있다. '하늘바라기'에 '아빠야' 가사에 서운해하셨다. '엄마야'로 불러드리고 서울 올라온 적도 있다(웃음). 엄마한테 좋아하는 곡을 물었는데 선택을 못하시더라. 어릴 때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말하시더라. 제가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서 어린이 반주 곡집에 있던 곡이다. 멜로디언으로 집에서 연습했다. 그때 엄마가 피아노 학원 보내길 잘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시던 그 장면이 뭉클했다. 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아코디언이 들어간다. 멜로디언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멜로디 라인이 들어갔다. 들려들었을 때는 정말 좋아하셨는데 너무 많이 우셔서 미안할 정도였다."

"'서른 즈음에'는 이 노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습관처럼 서른되면 리메이크 앨범 낼거야라고 말을 많이 했다. 저는 한 곡 듣기를 많이 한다. 저한테는 너무 당연했다. 왜 서른에 리메이크였어야 했냐고 하시는데 저한테는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켜야할 약속이어서 작년부터 올해 플랜으로 들어가있었던 앨범이었다. 처음에는 올해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못해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제가 결정을 해야 진행이 되는 상황이었다. 제 고집으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진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래도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11월 11일 오후 6시 2년 3개월만 첫 솔로 앨범 발매하는 에이핑크 정은지/IST엔터테인먼트

'서른 즈음에'는 대한민국 리스너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자신의 서른에 떠올리는 곡이고, 사실 리메이크도 수차례 됐던 곡이다. 하지만 여성이 부른 경우는 드물었다. 정은지는 "처음 들었을 때는 20대 초반이었다. 데뷔 후 제대로 찾아서 들었다. 그 전에는 후렴구 정도만 알았다. 어느날에 故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를 쭉 듣는데 너무 슬프더라. 우리 부모님도 생각나고, 주변 사람도 생각났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어리다고 느껴진다. 나는 아직 경험치가 내공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와닿는 가사가 많더라. 내가 정말 서른 즈음을 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팬분들과 약속으로 냈긴 했지만 하고싶었던 것을 약속한거니까 이 노래 하면서도 개인적인 보람도 크고 반대로 씁쓸하기도 했다. 여러가지가 떠오르면서 노래 불렀다. 내가 서울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 지내왔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블라인드'와 티빙 오리지널 '술취한 도시의 여자들2'까지 촬영, 라디오 진행까지 여러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막상 시작한 앨범 작업은 오히려 정은지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 "녹음하면서 되려 스트레스가 풀렸다. '서른 즈음에' 같은 경우는 실제 故 김광석 선배님께서 쓰셨던 믹스 기계를 엔지니어님이 가져오셔서 옛감성을 더 넣을 수 있었다. 고음을 뽑아야 하는 곡들도 스트레스 해소가 되더라. 나름 좋은 시기에 놓음했던 것 같다. 매번 이동하면서 트랙 순서대로 노래를 들었다. 오늘까지 온 보람이 생기더라. 그 사이에 노래도 많이 늘었구나 스스로 성장이 느껴지기도 했다. '몰라요'를 지금 들으면 그때 왜 저랬나 싶을 정도다(웃음). 스스로 목소가 많이 성숙해졌다고 느껴진다."

최근 드라마 '블라인드'가 종영했고, '술도녀2' 공개도 앞두고 있다. 정은지의 올해 마무리 계획은 콘서트다. "이번 앨범의 연장선이다. 앨범과 함께 가는 콘서트일 것 같다. 아직 분명히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 특별한 스포는 없다. 앨범 수록곡을 다 들을 수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

30대가 된 정은지가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과 이야기는 뭘까. 그는 "그때그때 느껴지는 저를 계속 찾으려고 할 것 같다. 이제는 감히 생각을 못하겠는데 예전에는 여러 노래가 생각났는데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예상치 못한 상황과 스케줄 여러가지를 겪으면서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30대는 미지수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방향이 될지. 여전히 쫓아다미니면서 일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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