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목소리'의 소유자 여진구.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 어린 나이에도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16세 때 여진구는 안방과 스크린을 접수하며 '기대주 아역배우'가 됐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김수현의 아역으로 연기했고, 그해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김윤석, 조진웅 등 성인 배우들과 함께 주연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업계의 극찬은 물론 신인상을 휩쓸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서부전선', '대립군', '1987' 등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대박', '써클: 이어진 두 세계', '다시 만난 세계',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 '괴물' 등 장르물부터 사극, 시대극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으로서 활약했지만 정작 자신의 나이 또래 연기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영화 '동감'을 통해 청춘 로맨스를 선보였다.
▲영화 '동감' 김용 役 여진구/고고스튜디오 |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동감'(감독 서은영)은 1999년의 용(여진구)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다. 지난 2000년 개봉해 한국 로맨스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동명의 원작을 22년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특히 청춘 로맨스 기근현상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최근 대한민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장르다.
여진구는 극 중 95학번 기계공학과 복학생 김용으로 분해, 필모 사상 처음으로 청춘 로맨스물을 선보였다. "지금 20대의 모습을 또래들과 다같이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리얼한 이야기. 현실 20대의 연애, 캠퍼스 이야기 같은 청춘물 해보고 싶었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촬영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스스로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미 너무 행복하다. 꼭 내 필모에 남기고 싶었던 장르다. 청춘 로맨스물은 '하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장르였다. 시기도 맞아서 이런 필모를 쌓을 수 있는 게 스스로 행복하다."
여진구는 '동감' 제의를 받기 전부터 원작을 알고 있었다. "21살 때 한국 로맨스 영화, 드라마 자체를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정주행했다. 그때 '동감'을 봤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내가 알던 것이라서 반가웠다. 근데 리메이크 한다고 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너무 하고싶은 장르였다. 그래서 용이를 원작과 어떻게 다르게 할까 고민했다."
▲영화 '동감' 김용 役 여진구 스틸/CJ CGV |
사실 '동감'은 원작과 남녀의 성별이 바뀌어져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과거의 남자 김용으로 분한 여진구는 미래의 20대인 무늬의 대사에 깊이 공감했다. "무늬의 대사는 저도 공감이 많이 되고 대사들이 많이 찔리기도 하더라. 용과 무늬가 같은 20대이지만,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을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사랑과 꿈에 대해 상담을 한다면 정말 할 수 있는 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차이인데도 사랑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서로에게 전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영화 '동감' 김용 役 여진구 스틸/CJ CGV |
1999년을 향수를 자극하는 의상 콘셉트는 그룹 젝스키스를 모티브로 준비했다. "그때 시대를 풍미하신 분들이다. 그런 스타일에서 조금 더 얌전하고 단조롭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넉넉한 품 이라던지, 요즘도 유행하는 통이 큰 스타일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공대생 처럼 체크무늬를 생각했지만, 용이가 실제 꾸는 꿈은 학과와 거리가 있어서 특정한 패션보다는 무난하게 입을 것이라 생각하고 의상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용은 신입생 서한솔(김혜윤)을 보고 첫눈에 반했고, 두 사람은 썸을 타다 결국 연인이 된다. "사랑에 푹 빠져서 주체 못하는 그런 표현들에 고민이 많았다. 사랑에 눈이 먼 평범한 20대 초반의 남자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 친구들한테 어떻게 자랑하는지 그런 모습을 고민했다. 고등학교 때 제 주변 친구들을 떠올리며 모티브 삼기도 했다. 자신의 진로도 정하지 못하고 겉도는 용이다. 아직은 서투른 사람이 처음으로 확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순간이라 생각했다.마냥 활활 불타오르는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무늬와 대화를 통해 혼란스러워진 용의 감정은 자신의 짝사랑 경험을 회상하며 만들어나갔다. "'감자별' 준비할 때 혼자 짝사랑을 했었다. 준비하는 게 있다보니 표현도 못하고 혼자 앓이하다가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그런 감정은 혼란스러운 용이의 감정에 잘 녹여진 것 같다."
▲영화 '동감' 김용 役 여진구/고고스튜디오 |
영화는 각박한 현실 속,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낭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낭만이라는 단어를 진짜 좋아한다. 그래서 90년대 2000년대 감성을 좋아한다. 스스로도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한다. 낭만과 가장 밀접한 감정이 사랑인 것 같다. 무늬처럼 무겁게 대하기도 하고, 조금은 계산적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용이도 좋았지만 무늬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현실이라는 문제라기보다 조금은 가볍게 하나씩 넣고 다니는 낭만이 현실이 됐다는 점이 좋았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게 아닌가 싶게, 제 생각을 바꾸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동감' 김용 役 여진구/고고스튜디오 |
청춘물은 처음이라는 여진구는 '동감'으로 자신의 새 얼굴도 발견했다. "평소 제 주변 친구들이 대중이 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저는 허당이기도 하고 장난기도 많다. 너무 자주 웃어서 친구들이 '건치'라고 놀리기도 한다. 이번에 영화를 보는데 '내 입이 너무 큰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무 빵빵 웃은 게 아닌가 싶다. 친구들이 이번에 사람들이 다 너에 대해 알게 되는 게 아니냐고 놀리더라(웃음)."
'동감'은 현실 때문에 낭만과 사랑을 포기하는 청춘들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여진구는 '동감'을 찍고 사랑관도 바뀌었다. "저는 사랑을 너무 무겁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어떠한 행동이나 책임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제 또래들은 이것에 대해서 막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과 비교를 했을 때 상처를 덜 받는 길이 현실일 수도 있다. 사랑보다는 현실의 선택을 하는 것 같다. 현실과 사랑을 두고 겨룰게 아니구나. 말 그대로 감정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것처럼 무겁고 중요한 감정이지만 조금도 오히려 더 무겁게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무늬가 했던 말처럼 누구나 가볍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로망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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