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딸이지만 때로는 친구같고, 든든한 보호자 김진희 캐릭터는 원작과는 달라졌다. 전혜진은 "원작에서는 딸이 훨씬 더 시크하고 더 무서웠다. 말수도 적고 감정이라고는 없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제가 만난 대본 속 진희는 K-장녀 느낌이라서 더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ENA 드라마 '남남' 김은미 김진희 모녀 포스터KT 스튜디오지니 |
최수영과는 첫 호흡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그야말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전혜진은 최수영과 첫 만났던 리딩 때를 회상했다. "리딩 때 너무 감짝 놀랐다. 너무 진희 같기도 하고, 공부도 진짜 많이 해오더라. 그걸 다 떠나서 처음부터 편했다. 서로에게 막 하는(?)느낌이었다. 서로가 너무 편해서 서로의 없는 부분을 채워줬다. 무슨 애드리브를 하던지, 뭘 하던지 끝도 없이 갔다. 평상시에도 엄마라고 하면 너무 듣기 싫다고 했었다(웃음). 지금도 잘 만나는 친구가 됐다. 서로 성격도 잘 맞았고, 무엇보다 수영이는 진희처럼 뭘 물어보면 바로바로 서치해서 알려줬다. 촬영내내 그랬다. 저는 작품하고 배우랑 친해지는 편은 아닌데, 이번엔 역할 때문에 되게 친해졌다."
극 중반부에는 은미의 첫사랑이자 진희의 친부인 박진홍이 등장한다. 은미는 진희에게 '아빠'가 아닌 자신의 애인이라고 생각하라고 선을 긋는다. "문득문득 이 남자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은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은미의 첫사랑이니까. 그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가 진홍에게 딸의 존재를 밝히는 감정이 은미스러웠다. 은미라면 얘기를 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와서 아빠짓(?)을 하려고 하니 괘씸하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첫사랑이고, 사랑받아본 적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혼란스러우면서도 좋았을 것 같다."
▲ENA 드라마 '남남' 김은미 役 전혜진/호두엔터테인먼트 |
그럼에도 전혜진은 딸과의 여수 여행길에 진홍을 데리고 가는 은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계속 '넌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그 대사를 어떤 톤으로 해야할지 고민했다. 이 대사가 끊임없이 나와서 어느 부분은 지우기도 했다.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여자구나 싶었다. 은미는 촉이 되게 좋아서 결과는 좋은 부분이 있다. 진홍과 진희를 만나게 하는 이유도 의심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았다. 원작과 다른 결로 가는 듯해 저도 촬영하면서 궁금했었다."
진홍 역은 안재욱이 연기했다. '로맨스 황태자' 이미지인 안재욱은 일명 '말 잘듣는 등신'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전혜진은 여수 촬영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여수 다녀오고 나서 밥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 했다.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현장에서는 말이 많이 없으셔서 처음엔 화가 났나 싶었다(웃음). 워낙 선배님이기도 하다. 왜 '남남'을 했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4회부터 등장하지 않나. 여태까지 왕자님 이미지였는데 대본이 너무 재밌엇다고 하시더라. 대본을 전체적으로 쭉 읽고 오신다. 그래서 우리 대사도 다 알고 계신다. 정말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게 느껴졌다. 너무 잘 소화해주셔서 그 실없는 표정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그래서 NG가 많이 났다. 나중에는 그 모습이 귀엽더라. 정말 잘 받아주셔서 감사했다."
▲ENA 드라마 '남남' 김은미 박진홍 스틸/KT스튜디오지니 |
기존의 캐릭터와 달리, 작품에서 애교를 부리고 로맨스를 하는 등 아내의 모습을 본 실제 남편이자 배우 이선균의 반응은 어땠을까. 전혜진은 "처음에 너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방송 보면서는 '연기 좀 하지 그랬냐'고 하더라. 현실에서 보이는 제 실제 모습들이 분명히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혜진은 '남남'을 통해 코믹 연기부터 온 몸 던진 열연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 각인 시켰다. 은미 캐릭터는 전혜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는 "은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하고 싶어하고 어려지고 싶어한다. 그게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산 것 같다. 현장에서 뭘 하던지 다 이해해주시더라. 저도 농담을 잘 안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많이 했다.감독님이 은미스럽다. 스태프들이 힘든 분위기가 보이면 거기가서 장난을 치신다. 분위기 메이커다. 힘들어하는 배우가 있으면 따로 면담도 하시고 항상 리액션을 잘 해주셨다. 정말 하하하 호호호 하면서 촬영했다. 진짜 편하게 갔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혜진은 "캐릭터도 좋았지만, 기존의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에 갈증이 있었는데 덕분에 해소할 수 있었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 기회를 힘입어 또 밝고 재밌는 캐릭터를 만나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