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윤정 "'무빙'으로 첫 연기호평 기뻐...'로스쿨'이 연기 전환점"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0 06: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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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데뷔 4년차 배우 고윤정이 첫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2020년 12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후 드라마 '로스쿨', '환혼' 파트2, 이정재 감독의 데뷔작 '헌트', 디즈니+ 시리즈 '무빙'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고윤정이 마침내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 OTT어워즈'에서 생애 첫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첫 결실을 맺었다. 아쉽게도 고윤정은 참석하지 못하고 함께 신인 남우상을 수상한 '무빙'의 파트너 이정하가 대리 수상을 했다.


고윤정에 신인상의 영예를 안긴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휴먼 액션 시리즈로, 역대 디즈니 플러스 한국 콘텐츠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현존하는 최고의 히어로물"(롤링스톤)역대급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장희수 役 고윤정/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편이 공개된 후에도 정주행, N차 주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 OTT어워즈'에서 베스트 크리에이티브, 작가상, 남자 주연 배우상, 남자 신인상, 여자 신인상, 베스트디지털 VFX 작품상까지 주요 부문 6관왕을 휩쓸어 작품성과 화제성을 실감케 했다.

고윤정은 '무빙'을 드라마 '로스쿨' 촬영 당시 오디션을 통해 처음 만났다.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었고, 현장에서 발췌한 대본으로 바로 오디션을 봤다. "알고 있는게 없었다. 거의 오디션 하루 전에 들어서 '로스쿨' 촬영 중에 갔다. 저는 즉석 리딩을 되게 어려워 한다. 앞뒤 전사도 모르겠고, 캐릭터와 말투 파악도 어렵다. 그래서 조바심이 든다. 근데 '무빙'은 신기하게 술술 읽히더라. 오디션 보면서 꼭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오디션과는 달리, 처음 받은 대본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혔던 이유는 고윤정과 장희수가 닮아서가 아닐까. 실제 고윤정은 예쁘장한 외모에 털털한 성격까지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사람이었다. 고윤정이 밝힌 장희수와의 싱크로율은 무려 99%였다. "초반에 내부시사로 볼 때는 싱크로율이 99%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임한 부분도 있다. 말투나 목소리 톤이나 자세 등. 이후에 4~5번씩 보다보니 차이점이 보이더라. 저와 닮은 친구지만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하고 좀 더 살가운 것 같다. 강하고. 어릴 때부터 엄마 역할이자 딸 역할을 동시에 해와서인 것 같기도 하다. 봉석(이정하)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서 극대화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장희수 役 고윤정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고윤정이 연기한 장희수는 아버지 장주원(류승룡)과 같은 무한재생능력을 가졌지만, 능력을 감춘 채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고등학생이다. 정원고로 전학 온 후 장희수는 체대 입시를 제안 받고 매일 홀로 입시 준비를 하는 인물이다. 실제 고윤정은 5살때부터 14살까지 발레를 했고, 피겨스케이팅과 수영도 배운 적 있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좋아한다는 고윤정은 대략 두 달 간 실제 체대 입시학원을 다녔다. "체력적으로 단기간 안에 늘릴 수는 없었고, 자세랑 훈련에 임하는 애티튜드를 더 중점을 두고 수업을 받았다. 영상으로 찍는 것이라서 기록적인 것은 상관이 없고, 자세를 위주로 수업을 들었다."

고윤정은 '무빙'으로 연기 뿐만 아니라 액션 호평을 받았다. 그 중 장희수가 정원고로 전학오기 전, 희수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 계기가 되는 '17대 1 진흙탕 액션 씬'은 아빠 장주원의 1대 100 모텔씬에 이은 '무빙'의 역대급 액션 씬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고윤정은 "준비한대로 못하기는 했다"며 아쉬워했다. "감정 표출부터 대사까지 애드리브도 생각을 했는데, 제 계획을 떠나서 액션 팀과의 맞추는 합 마저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못했다. 진흙 바닥이라 어쩔 수 없었다. 현장에서는 없던 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외려 더 리얼하게 나왔다. 그런 액션을 하고, 없던 액션 포즈들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추위 등 환경 때문에 즉흥적인 면모들이 드러난 것 같다. 계획적으로는 못했지만, 오히려 현실적으로 나온 것 같다. 너무 잘 나와서 만족하고 뿌듯한 씬 중에 하나다(미소)."

준비했던 애드리브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후반부에 희수가 욕을 하는게 있다. 딱 한마디 한다. 초반에는 한마디도 안 하다가 맛보기가 필요하고 생각했다. 얘가 화가 나거나 감정적인 상황에서는 욕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자해서 욕을 생각했다. 예상했던 단어는 아니지만 하긴 했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장희수 役 고윤정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선배 류승룡과 부녀로 호흡했다.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부터 딸바보 연기 장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 '무빙'에서는 능력자인 딸과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숨어 지내며 가사를 책임지고, 딸을 지켜내는 부성애를 선보였다. 류승룡과 호흡 소감도 궁금했다. "선배님이 장난기가 많으시다. 농담하거나 장난칠 때 호시탐탐 타이밍을 노리는 눈빛이 있다. 농담과 진담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유쾌하시다. 너무 잘 챙겨주신다. 슬하에 아들이 둘이라고 하시던데 딸 바보 연기를 어쩜 그렇게 잘 하시는지.'딸 바보' 연기장인이니까 내가 더 만들겠다 생각했었다. 처음엔 대선배님이라 위압감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았다. 근데 꽃다발의 꽃말도 직접 골라서 선물을 주셔서 감동 받았다."

고윤정이 꼽은 '무빙'의 매력은 "초능력은 현실적이고 순수한 아이들은 판타지적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고윤정(장희수 역), 이정하(김봉석 역), 김도훈(이강훈 역)은 신인 3인방은 '무빙'의 오프닝을 담당했다. 정원고에 무려 650억 대작을 신인들이 장식한다는 것은 어쩌면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장희수가 정원고에 전학을 온 후, 서로의 비밀을 하나씩 털어놓으며 점차 가까워지는 희수와 봉석의 아기자기하고 순수한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전 세계가 오프닝부터 빠져든 이유다. 고윤정은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디렉팅을 안 받은 작품이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나보다 희수를 더 잘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맡겨 주신 부분이 있다. 제가 연구한 희수를 인정해주시는 부분도 있어서 너무 편하게 촬영을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특히 희수와 봉석은 서로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공개하며 핑크빛 무드를 자아냈다. 또한 봉석은 희수에 좋아하는 감정을 인지한 후 비행능력자로서 자각, 그동안 숨기기만 했던 자신의 능력을 활용한다. '무빙' 최종회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궁금증을 자아낸다. 고윤정은 "서로 모든 면에서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관계다"고 했다. "남의 초능력이 실현되는 것도 처음봤고, 희수나 봉석이나 학교에서 처음 만난 친구고 서로 비밀을 공유한 처음 상대다. 남들과 다르게 애틋해보이고 솔직한 감정이 사랑으로 느낄 수도 있다.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지는 않다. 고등학교 때 느낄 수 있는 남녀로서의 설레임도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강훈이 마음은 저는 모르지만, 나도 돌연변이(초능력자)인데 친구사귈 수 있는데 부러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 두 친구 관계를 질투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외로워 보이는게 질투와 짝사랑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장희수 김봉석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정원고 3인방으로 불리는 세 배우. 강원도 모텔에서 숙박하면서 '무빙'을 1년여간 촬영한 덕에 그 누구보다 돈독해졌다. 김도훈과 이정하는 실제도 친구이기도 하다. "한번은 예상보다 일찍 촬영이 끝난 날이었다. 12시가 넘었는데 비가 오는데 배가 고팠다. 그래서 우산 하나를 셋이서 쓰고 편의점까지 걸어갔었다. 봉석이가 제일 겁이 많다. 그래서 담력 테스트겸 다녀오자 했다. 서로 놀래키면서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도훈이는 끼가 정말 많다. 사람을 소리내서 웃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성대모사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 정말 분위기 메이커다. 지치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봉석이는 소리 없이 웃게 한다. 너무 힘들어서 보면 눈이 웃고 있다. 둘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배우다. 케미가 덜 나왔다 싶을 정도로 너무 호흡이 좋았다. 서로 힘든 씬이 있으면 배려하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정원고 3인방이 하이틴 스토리로 초반 '무빙'을 이끄는 도중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는 프랭크(류승범)다. 장주원 부녀처럼 재생능력을 지닌, 세계관 속 상위권의 강자다. 그는 FBI로부터 미션을 받고 은퇴한 국정원 초능력자였던 진천, 봉평, 나주를 전부 각개격파해가며 정원고 3인방을 향해 한 발 짝 씩 다가간다. 하지만 이는 장주원에 발각돼 저지되고 만다. 고윤정은 류승범을 현장에서 만나고 싶어 직접 찾아간 일화를 전했다. "정원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중간에 프행크 서사가 함께 나와서 몰입감이 좋았던 것 같다. 류승범 선배님을 현장에서 꼭 뵙고 싶었는데, 저랑 항상 촬영날(다른 장소)이 겹쳤다. 촬영이 아니어도 뵙고 싶어서 찾아갔었다. 제가 오디션 합격하고 원작을 봤을 때 프랭크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원작에는 없는 히든의 캐릭터를 작가님이 땡겨서 넣은 것이다. 그래서 그 궁금증이 가장 컸다. 프랭크의 과거부터 미션 하나하나 수행하면서 감정적으로 오는 변화들을 보면서 재밌고, 오래오래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고윤정은 2019년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한 이후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JTBC '로스쿨', tvN '환혼: 빛과 그림자', 영화 '헌트' 등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연기자로서의 재능과 잠재력을 입증, 계단식 성장을 이어왔다. 그리고 '무빙'을 통해 다시 한번 연기력을 증명하며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한 발 더 나아갔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정원고 NEW 히어로 3인방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는 고등학생 변신에도 조금의 이질감 없이 완벽히 녹아들었으며, 고윤정의 중저음 보이스가 가진 매력이 장희수의 털털하고 밝은 에너지와 만나 시너지를 냈다. '무빙'은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고윤정은 "일년을 찍어서 이게 끝나기는 끝나구나 생각도 들었다. 교복을 입고 찍다보니 끝나기 2주 전에 졸업식을 찍어서 진짜 졸업하는 느낌어었다. 횡성에 있는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촬영했다.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그 이후에 '환혼2'를 찍으면서 '무빙'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선배님들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졌다. 공개 된 후에는 너무 신나고 설레고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많이 주고 계셔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고윤정은 차기작으로 2024년 상반기 방송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 연출 이민수/ 크리에이터 신원호, 이우정/ 기획 크리에이팅 스튜디오 에그이즈커밍/ 제작 tvN)'을 확정했다. 연이은 대작에 출연, 그 어떤 신인 배우보다 탄탄한 필모를 쌓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고윤정은 "저는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마음에 드는 배우로서, 그 기간에 작품이 없었고, 오디션을 잘 봐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을 대중에 알리게 된 '스위트홈'에서는 외모에 대한 칭찬과 반대로 연기력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바. 고윤정은 "'스위트홈'은 누군가랑 친해지거나 현장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촬영이 끝났다. 현장에 오래 있는 멤버가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즐거움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열심히만 하려고 하고 부담도 크고 그게 저를 여유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전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 장희수 役 고윤정/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스로 꼽은 연기 전환점은 '로스쿨'이다. "'로스쿨' 때는 학교 이야기다. 김범 오빠나 혜영언니 등 다들 친해졌다. 감독님이 그런 자리를 잘 만들어주신다. 못 친해질 수 없게끔(웃음). 케미가 산다고 하지 않나. 연기 잘하는 것보다 편하게 연기하는게 보기 좋다고 하셨다. 그때 조금 현장이 편하고 재밌다는걸 느낀 것 같다. '환혼2'때는 파트1때부터 해오던 멤버들 사이에 제가 들어간 것이다. '로스쿨' 때 현장이 편해지고 배우들과 친해져야 편안하게 연기하고 시너지를 얻는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빨리 친해지려고 했다. 이재욱 배우도 동갑이다. 다들 98년 동생들이어서 촬영을 너무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너무 고맙게도 저를 도와줄 의무가 없는데 잘 도와주고 배려도 많이 해줬다. 그래서 재밌게 찍은 현장인 것 같다. 배려를 많이 받았던 현장이다."

'무빙'으로 호평 받고 있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는 고윤정은 "처음은 아니지만 연기를 잘한다는 연기 칭찬을 이렇게 많이 받은 적이 처음이다. 요즘 너무 행복하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잘 한게 맞나 의심도 든다. 다음 작품들의 현장에 대한 기대도 생긴다.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제일 와닿고 제일 좋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롤모델은 류승룡이다. "최근에 이병헌 선배님 인터뷰를 읽었는데 헤드라인이 제목이 '순수함을 잃지 않아야 겠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저도 연기를 4년정도 했다. 연기관은 아직 없다. 근데 그걸 보면서 많이 공감됐다. 재밌게 본 작품들 감탄하면서 본 씬은 그 배우들이 순수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번 '무빙' 촬영할 때도 '우리는 조금 다르고 특별할 뿐이야'라는 대사를 담백하게 해달라고 하셨다. 울림이 더 있을 것이라고. 뭔가 감동을 유발하려 하고,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정말 순수하게 표현하는게 가장 어렵다고 느꼈다. 현장에서 류승룡 선배님이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그 모습을 닮고 싶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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