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펑솨이의 최근 모습이라며 공개된 사진([사진: 로이터=연합뉴스) |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가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대회들의 개최를 전면 보류시켰다.
중국 고위 관리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한 후 행방이 묘연해진 테니스 선수 펑솨이(중국)의 안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2일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WTA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의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며 "펑솨이가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밝히는 것에 압력을 받는 곳에 우리 선수들이 가서 경기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35세인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
펑솨이는 지난달 초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장가오리 중국 전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폭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폭로 이후 펑솨이가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소셜미디어 계정이 사라지고 이후로는 펑솨이의 행방도 묘연해져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을 통해 펑솨이가 WTA 투어에 보낸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박 메일과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 영상이 차례로 공개됐지만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의혹은 계속 이어졌고, 지난달 말에는 펑솨이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영상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져 그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는 듯했으나 바흐 위원장이 중국의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WTA 투어는 펑솨이와 바흐 위원장의 영상 통화 사실이 공개된 이후로도 "여전히 펑솨이의 안전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이번에 "중국은 이 문제를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중국 대회의 개최 보류를 선언했다.
중국은 시즌 최종전인 WTA 파이널스를 2030년까지 개최하게 되어 있으며 이 계약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대회를 전면 보류한 WTA 투어의 결정에 대해 미국테니스협회(USTA)도 "매우 용기 있는 리더십"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자 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미국)도 "사이먼 대표의 인권을 수호하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런 결정이 여자 테니스가 여성 스포츠의 리더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유럽연합(EU)도 중국에 '믿을만한 증거'를 요구하며 "최근 공개된 그의 모습으로는 펑솨이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WTA의 중국 대회 개최 보류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우리는 여러 차례 관련 입장을 설명했다"며 "우리는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행위를 일관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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