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다원 인스타그램 |
2015년 머슬마니아 세계대회 선발전에서 미즈 비키니 쇼트 4위를 차지한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미즈 비키니 톱10에 올랐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머슬마니아 한국 챔피언십에서 스포츠 여자 모델 쇼트 부문과 미즈 비키니 쇼트 부문을 석권하고 스포츠 여자 모델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피트니스 선수로서 인정을 받은 데 이어 그 해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도 2위에 입상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국내외적으로 최고의 피트니스 선수로서 입지를 만든 그는 국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세미나도 개최해 보고, 국내 머슬마니아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피트니스 스타를 꿈꾸는 후배들을 심사했다.
또 한편으로는 개인 트레이너로서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기도 하다.
사진: 신다원 인스타그램 |
그는 피트니스 선수 겸 모델로서는 이미 모두가 부러워하는 위치에 섰지만 배우로서는 이제 걸음마를 뗀 신인이다. 하지만 단순한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그 동안 걸어온 길이 참으로 길고 힘겨웠다.
신다원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시점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귀국해 20대 초반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20대 중반의 어느 날이었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내 몸 하나 못 만들 정도의 정신이면 연기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도전이었죠. 저에 대한 도전이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운동에 대한 매력을 느꼈어요. 내가 나를 인정해 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점에서요.”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신다원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고, 그런 상태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매사가 ‘맨땅에 헤딩’이었다.
“처음 운동을 배울 때 식단에 대한 정보도 잘 몰랐어요. 지금은 제 몸이 어떻게 하면 살이 안 찌는지, 뭘 먹어야 하는지 잘 알지만 그 때는 다이어트를 처음 해봐서 뭘 먹어야 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잘 몰라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닭가슴살, 현미밥 먹으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꾸준히 운동을 했더니 정말 안 찌고 빠지더라고요. 근육만 남고...그렇게 2개월간 10kg을 뺐죠. 지금은 대회 때보다는 살이 좀 쪘는데 안 찌고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신다원(사진: 스포츠W) |
처음 시작은 배우가 되기 위한 정신력을 다지기 위한 도전이었지만 2015년 첫 대회에 출전한 이후부터는 최고의 자리에 서보고 싶다는 승부욕과 ‘피트니스 스타’라는 타이틀이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을 했다.
이와 같은 신다원의 생각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학생 시절 이름만 대면 이런저런 잡지에 화보 모델로 활약했고, 알 만한 유명 안경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동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배우의 길을 찾는 데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한예종 입학을 위한 2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이후 대학에 입학해 패션을 전공했지만 결국 포기했고, 연기에 집중하고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유명 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의 배우지망생들이 넘쳐나는 엔터테인먼트계에 신다원의 자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진: 신다원 인스타그램 |
그러는 와중에 이런 저런 방송 출연의 기회가 생기더니 마침내 배우로서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됐다.
신다원은 작년 7월 20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17화에서 모델하우스 살인사건의 피해자 역으로 출연했다.
배우를 꿈꾸지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어서 이룬 그야말로 천민만고 끝에 얻어낸 첫 기회였다.
"신기한 게 꿈이 너무 간절하니까 되더라고요. 2017년 하반기부터는 연기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크리미널 마인드>에 출연하게 됐죠"
<크리미널 마인드> 출연 당시 신다원(사진: tvN 방송화면 캡쳐) |
그래서 신다원이 선택한 길은 다시 ‘맨 땅에 헤딩’이었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잘 몰라서 인터넷과 연기 선생님에게 정보를 얻어서 제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를 무작정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올해부터 연극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죠.”
하지만 낯선 연극 무대에서 오디션을 보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정성스레 준비해서 찾아간 오디션에서 신다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1분이었다. 그리고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신다원은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떨어진 것도 공부인 것 같아요. 운동도 그렇고 처음부터 다 되면 저도 사람인지라 거만해질 수 있지 않을까…뭐 그렇게 마인드 콘트롤을 했죠"
그러던 중 신다원은 연극 <비 오는 날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 진정한 ‘시작’의 기회를 얻었다.
사진: 신다원 인스타그램 |
신다원은 <비 오는 날의 인터뷰>에서 시골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역을 맡아 3개월째 무대에 오르고 있다.
9년전 사랑을 나눴던 옛 애인이 기자로서 작가를 찾아오면서 두 사람이 펼치는 대화로 전개되는 이 연극은 주인공인 두 인물이 75분 가량의 런닝타임 내내 엄청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하면서 때로는 기자와 작가의 입장에서, 때로는 오래된 연인 사이로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감정의 변화를 연기로 풀어내야 한다.
특히 남자 주인공보다는 여자 주인공에게 더 포커스가 맞춰진 연극이라는 점에서 신다원의 비중은 남자 주인공보다 크게 보였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앞에 두고 연기를 해 본 경험이 전무한 신다원에게는 생애 최대의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배우를 갈망했다고 해도 배우로서 데뷔 무대에서 그런 상황을 감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신다원은 이 상황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 진지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연극이라 감사해요. 공부가 너무 많이 됐어요."
사진: 신다원 인스타그램 |
신다원은 마치 대학로에서 오랜 내공을 쌓아온 배우처럼 연기하고 있었다. 대사의 토씨 하나, 표정 하나 허투루 넘기는 장면이 없었고, 온전히 배역에 몰입해 있는 모습이 연기에서 뚝뚝 묻어났다.
대학로에서 그런 연기, 그런 열정을 본 것이 언제인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신다원의 연기는 열정적이었고, 그가 얼마나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였는지 연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저는 연기를 위해서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에요. 7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어요. '장래희망'이 연기자였어요. 지금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연기를 극장에서 사람들 앞에서 하고 있으니까 요즘 마음은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해요 너무 오랫동안 원해왔던 무대라...한 번 만이라도 무대에서 연기라는 것을 하고 싶었거든요. (배우로서) 지금 시작인데 저는 그 시작이라는 것을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신다원은 말 소리가 떨렸고, 이내 눈물을 쏟았다. 그가 쏟아낸 눈물은 그가 얼마나 이 일을 갈망해 왔는지 실감하게 해줬다.
신다원(사진: 스포츠W) |
"이제 어디 가서 '연기가 꿈이에요'가 아니라 '저 연기 시작했어요'라고 말 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좋아요"
운동을 시작할 때도, 배우로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설 때도 신다원의 선택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하게 할 수 있었고,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었고, 불현듯 다가온 기회에서 그 동안 축적한 역량을 분출시킬 수 있었다.
신다원이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한 감정은 스스로 선택한 ‘맨땅에 헤딩’이 가져다 준 선물인 셈이다.
신다원의 연극 데뷔작인 <비 오는 날의 인터뷰>는 오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하모니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신다원은 마지막 공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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