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쳐 |
김지연은 이번 키시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밴텀급에서 플라이급 경기를 위한 체중 감량과 기량의 연마 외에 특별하게 준비한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머리를 기르는 일이었다. 김지연이 머리를 기른 이유는 키시와의 경기에서 머리를 땋아 고정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런 준비를 하게 된 데는 UFC 데뷔전에서 겪은 일 때문이었다.
김지연은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UFC 파이트 나이트 111'에서 루시에 푸딜로바(체코) 를 상대로 데뷔전(밴텀급 매치)을 펼쳐 심판 전원 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당시 김지연은 1라운드부터 영리한 타격전을 펼치며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었지만 3라운드 들어 갑작스럽게 적극적으로 전진 압박을 펼치는 푸딜로바에 고전하며 서브미션 패배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클린치 상황에서 ‘더티 복싱’으로 짧은 타격을 성공시킨 푸딜로바에 점수를 빼앗겼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끝났을 때 김지연은 자신이 더 많은 유효타를 성공시켰다고 생각했고, 판정이었지만 승리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심판의 손은 푸딜로바의 손을 들었다.
작년 연말에 만난 김지연은 당시 상황에 대해 “경기를 한 입장에서 주먹의 정확도라던가 그런 면에서 내가 맞은 것보다 정확하게 정타로 맞힌게 더 많다고 생각이 들어서 사실 판정으로 갔을 때 ‘내가 유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상대 선수에게 승리가 돌아갔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쳐 |
푸딜로바와의 경기 당시 김지연의 헤어 스타일은 밝은 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였다. 고정하지 않은 단발 머리로 김지연이 경기중 스텝을 밟거나 뛸 때마다 머리가 찰랑거렸다. 문제는 이런 헤어스타일이다 보니 작은 펀치를 맞아도 시각적으로는 큰 펀치를 맞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
기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가 없었는지를 물어봤다. 그런데 김지연도 푸딜로바와의 경기가 끝난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원래 복싱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경기에 나서면 상체 움직임이 많은 편인데다 푸딜로바와의 경기를 다시 보니 상대의 펀치를 맞지 않았음에도 시각적으로는 펀치에 맞은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보였다는 것.
선수 스스로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상대의 펀치를 피할 수 있고, 실제로 맞지 않았지만 채점을 담당하는 심판들의 육안으로는 그 상황이 펀치를 허용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느껴졌다는 것이 김지연의 설명이었다.
그런 이유로 김지연은 키시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일말의 아쉬움이나 의심이 들 만한 일을 만들지 말자는 차원에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 키시와의 경기 때는 이른바 ‘레게’ 헤어 스타일로 머리를 땋고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 효과는 실제 경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김지연은 키시와이 경기를 펼치는 과정에서 키시가 정타를 맞히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키시의 펀치에 이렇다 할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직후 집계된 통계에서 김지연은 키시에게 더 많은 유효타를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적으로 승자는 김지연이었다. 김지연의 타격이 키시의 타격보다 더 파괴력 있는 것이었음을 심판들이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판정이었다.
특히 김지연이 3라운드에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수 차례 정타를 때리면서 키시의 코에서 출혈까지 발생시킨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졌다.
사진: 김지연 인스타그램 |
결국 헤어스타일 하나까지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실천함으로써 김지연은 적지인 미국땅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김지연은 UFC에 새로이 신설된 플라이급에서 베테랑 파이터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기량과 경험을 지닌 선수다.
체급을 내리는 데 따른 부담감도 키시전 승리를 통해 말끔하게 날렸다. 오히려 신체적인 조건(신장, 리치 등)에서 대등하거나 다소 우월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스스로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 투성이라고 말하지만 일단 첫 승을 경험한 만큼 자신감도 이전보다는 배가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슬로우 스타터’로서 경기 초반 다소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보다는 키시전 3라운드에서 보여줬던 활기 넘치는 플레이를 다음 경기에서는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내내 펼칠 수 있는 스타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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