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UFC 첫 승' 김지연, "플라이급, 딱 맞고 가벼운 느낌"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19-01-30 10: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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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연 인스타그램
UFC 무대 두 번째 도전 만에 기다리던 첫 승을 올린 파이터 김지연이 귀국했다.
김지연은 지난 2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스펙트럼 센터에서 개최된 'UFC 온 폭스 27' 대회에 출전, 저스틴 키시(미국)와의 플라이급 경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당시 채점결과에서 김지연은 저지 3명 가운데 2명으로부터 우세 판정을 받아냈다. 특히 한 명의 저지는 30-27을 채점, 3라운드 내내 김지연이 우세했다고 판정했다.
승리가 확정된 직후 옥타곤에서 김지연에 대한 인터뷰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예상 외로 인터뷰 없이 옥타곤에서 내려와 아쉬움을 남겼다.
기자는 29일 오후 늦게 김지연과 통화할 수 있었다. 귀국 후 가족들과 식사를 마친 뒤였다.
아래는 김지연과의 일문일답

스포츠W: UFC 첫 승의 소감을 밝혀달라


김지연: 밴텀급에서 플라이급으로 내리고 첫 시합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힘을 많이 쓰지 못 할까, 힘이 많이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그래서 감량을 길게 잡았다. 그런데 막상 준비할 때도, 경기를 뛰었을 때도 크게 부담이 없고 몸이 가벼웠다. 경기는 조금 더 잘 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좀 많은 것 같다.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스스로에게 ‘고생 많았다, 잘 했다,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잘 이겨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포츠W: SNS에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고 적었다. 그 우여곡절이 뭐였는지?


김지연: 시합 오퍼를 받자마자 체중을 낮추기 시작했다. 마음 가짐을 다르게 하고 싶어서 기간을 길게 잡은 것도 있고, 부담을 갖기 싫어서 일찍 시작했다. 그게 독이 됐는지, 체중 감량에 비해 훈련이 힘들었는지 감기 몸살에 대상포진이 뜬금없이 와서 2주 가까이 훈련을 못 했다.


또 원래 220대회를 뛰기로 했는데 갑작스레 대회가 변경됐다. 어쩔 수 없이 대회가 바뀌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안 흐르고 조금씩 착오가 생겼다.
내가 인천에 사는데 훈련은 서울로 다닌다. 길도 머니까 회복이 잘 안 되고 아팠다. 억지로 이겨내면서 훈련하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좀 우여곡절이었다.

스포츠W: 계체량에서 키시를 만났다. 느낌 어땠나.


김지연: 아무래도 키시 선수 홈이다 보니까 주변 환경에 크게 민감한 편은 아닌데도 내 행동 하나하나에 야유라던가 하는 게. 경기 돌려볼 땐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야유나 상대방에 대한 응원이 강하다 보니까 그런 데서 압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조금 부담스러웠던 게 있던 것 같다.


경기 중에도 써밍(손가락에 눈이 찔린 상황)이 있었는데 다. 그 때 솔직히 나는 안 쉬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눈이 찔려서 잠깐만, 하고 심판에게 어필을 했고 잠시 휴식 시간이 생겼는데 그 때도 크게 야유가 들어오니까 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졌다고 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잘못된 부분은 아닌데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상황이 흘러가니까. 좀 서럽더라.(웃음)

스포츠W: 1라운드에서 아웃복싱을 했는데 준비가 된 전략이었나


김지연: 상대 선수보다는 신체적인 조건이 조금 더 유리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상대방도 들어가는 스타일이고 나도 저돌적이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 상대가 들어오면 빠져서 카운터를 친다거나, 내가 먼저 공격이 들어가면 상대도 똑같이 공격을 하니까 동작들을 하면서 다시 공격에 들어가고. 치고 빠지는 걸 계속 생각했다.


상대방은 빠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나도 피하고 바로 공격해야 했는데, 전략적인 부분이긴 했지만 절반만 수용된. 빠지고 치고 나왔을 때 한 번 더 들어가야 했는데 카운터가 좀 맞는다고 생각해서 받아치려고 많이 했다. 그게 상대방에게 몰려 보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경기 할 때는 못 느꼈는데.

스포츠W: 2라운드에 들어서 1라운드보다 조금 나아진 상황을 만들었다. 1라운드에서 상대방이 파악 돼서 그런 건가.


김지연: 첫 번째 라운드에서 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좀 슬로우 스타터라 몸이 늦게 풀린다. 스텝이나 펀치 같은 것이. 펀치에 대한 자신감이 후반에 강한 스타일이다. 상대의 공격에 적응되기도 하고 빈틈을 노리려고도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2라운드 중반부터 조금 더 몸이 풀렸던 것 같다.


스포츠W: 3라운드에 굉장히 저돌적으로 했다. 상대 반응은 어땠던 것 같나.


김지연: 상대방 얼굴에 피도 많이 나고 그랬다. 상대방의 집중력이 많이 흐려지는 걸 느꼈다. 내가 저돌적으로 들어갈수록 상대가 주먹을 낼까 말까 하는 것도 보였다. 그런 빈틈을 노리려고 했다. 그 때부터는 마음가짐을 달리 해서 이번엔 마지막 라운드니까 몰아붙여야겠다, 차근차근 하지 말고 무조건 이번 라운드엔 걸어야겠다 하는 것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하면 할수록 상대방이 밀려나가는 걸 경기 하면서 느꼈던 것 같다.


스포츠W: 경기가 끝나고 판정을 기다리는 순간 이긴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나


김지연: 유효타는 내가 더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조금 불안했다. 일단 상대의 홈이고 원정 시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벽하게 승리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걸 저번 시합 때에도 한 번 느꼈다. 판정을 기다릴 때에는 완벽하게 화끈하게 이겨도 불안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판정을 기다리는 순간에는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심판 판정을 기다린다. 아직까지도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것 같다.(웃음)


스포츠W: 손이 올라갔다. 굉장히 예쁘게 웃더라. 파이터가 아니라 천진난만한 어린애처럼 웃던데 느낌이 어땠나.


김지연: (우세 채점을) 하나씩 하나씩 주고 받았으니까 더 불안했다.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그때 ‘지연’이라는 이름이 딱 떴을 때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기도 하고 되게 먼 적지에서 승리를 하니까 마음이 굉장히 터질 것 같더라.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더 같이 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고. 오만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이겨서 너무 행복한 게 좀 숨겼어야 하는데, 차분하게 해야 했는데 너무 다 보인 것 같다. 조금 부끄럽다.


스포츠W: 지난 번 졌을 땐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어딘가 들어가서 혼자 울고 싶었단 이야기 했다. 이번엔 내려오고 싶지 않았을 거 같은데…


김지연: 그래서 왜 인터뷰 안 하지 했다? 나의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내려가기 싫은데...그래서 '왜 인터뷰 안 해요?' 했다. 근데 인터뷰가 없다더라. 그래서 좀 아쉬웠다.


스포츠W: UFC 관계자들 반응은 어땠나.


김지연: 다행히 관계자들도 ‘너무 잘 했다, 화끈했다, 멋있었다’ 칭찬해주시는 분위기였다. 내가 어떤 경기를 어떻게 했고 완벽하게 기억 나진 않아도 열심히 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저번 패배 때는 메디컬 체크만 하고 끝났다. 이번엔 이기니까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하니까. 이게 승리하면 얻을 수 있는 기쁜 순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계속 이겨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던 것 같다.


스포츠W: 첫 승, 이제 시작인데. 플라이 급으로 뛰어보니까 ‘원래 내 체급은 플라이구나’ 하는 생각인가


김지연: 항상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어색하지 않고 편했다. 막상 체중을 더 빼야 하니까 훈련량은 더 독하게, 더 열심히, 먹는 건 더 줄이고 그랬다. 몸을 관리하는 데에 있어서도 예전보단 조금 더 타이트하고 건강하게 하는 법을 많이 터득했다. 밴텀급은 좀 부담스러운 게 있었다면 플라이급은 그런 게 없고 조금 더 나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딱 맞고 가벼운 느낌이었다.


스포츠W: 키시가 자신의 SNS에 도저히 채점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글을 올렸더라. 다시 싸우자고 한다면?


김지연: 아닌 게 아니라 경기가 다 끝나고 선수들이 다 같이 식사하는 곳이 있다. 거기서 수고했다고 서로 이야길 하는데 키시가 뭐라고 막 해서 통역을 해주셨다. 키시가 ‘다시 싸우고 싶다, 다시 싸우겠냐’고 묻더라. 그래서 ‘여기서 시켜준다면 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다시 싸운다면 스스로 만족하지 못 할 시합이 아니라 제대로 더 확실하게, 정확하게 집중해서. 그런 말이 안 나오게. 더 확실하게 해야 하지 않겠냐 싶다. 나도 파이터기 때문에 애매한 것보다, 확실하게 이기는 게 더 좋다. UFC가 원하고 팬들이 원하고 매치가 된다면 키시가 아니라 다른 선수여도 빼지 않고 시합에 임할 자신이 있다. 자신 있다.

스포츠W: 경기를 다시 돌려 봤을텐데…헤어스타일은 마음에 들었나


김지연: 일단은 일부러 따려고 좀 길렀다. UFC에서 머리 따는 분들을 불러주셔서 무리 없이 땄는데 오히려 시합 할 때는 짧고 묶이지 않는 머리보다는 완전히 따서 머리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게 경기력 위해서는 더 좋은 것 같다. 앞으로는 계속 머리를 따고 하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스포츠W: UFC 무대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지연: 케이지에서 경기를 하는 건 나 혼자만 하는 거지만 이건 혼자 하는 건 아닌 거 같다. 같이 훈련도 도와주시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나 혼자 잘 한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15분 동안 더 열심히 싸웠다.


컨디션을 세세히 체크해주시는 팀원 분들이나, 내가 훈련만 할 수 있도록 지원 해주시는 고명환 오빠, 바르다 경희한의원의 김성민 원장님. 아프지 않게 조금 더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친구나 가족, 지인들도 응원 정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따뜻하게 마음에 자리매김 하면 그 힘으로 조금 더 많은 힘을 내서 시합에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 첫 승리하고 이겨서 너무 행복하지만 이게 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계속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매번 경기마다 부족한 점이 나타나겠지만 하나씩 채워가면서 조금 더 성장하고 조금 더 멋진 경기, 만족할 수 있을 만한 경기 만들어갈 테니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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