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
한국 여자배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불과 2년 전 도쿄에서 '올림픽 4강 신화'를 썼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신체 조건에서 열세에 처한 유럽과 남미 팀을 상대로는 물론이고,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해야 할 중국과 일본,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도 연달아 무릎을 꿇고 '12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마쳤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일 경기도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VNL 3주 차 폴란드와 최종전에서 세트 점수 0-3으로 졌다.
이번 대회 12경기에서 1승은커녕 풀 세트 패배(2-3) 팀에 주어지는 승점 1조차 얻지 못한 한국 여자배구는 16개 출전국 가운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 후 곤살레스 감독은 "신체적으로 강한 상대를 만났다. 경기 초반부는 맞서서 싸웠는데, 한 시점에 무너지기 시작했다"면서 "결과는 패했어도, 한 단계 성장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이번 대회 마지막 3경기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총평했다.
세계 무대에서 한계를 드러낸 한국은 당장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곤살레스 감독은 "개선해야 할 사항은 공격 성공률과 효율성이다. 공격 성공률 50%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공격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리시브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해외 클럽 감독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겸하는 곤살레스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생각을 묻자 곤살레스 감독은 "당장 내일이라도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걸 안다"면서도 "대표팀에 승선한 어린 선수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8월 재소집 이후에는 (국제 대회) 환경에 익숙해진 뒤니, 결과를 보여주는 데 시간이 적게 들 것이다. 그때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곤살레스 감독은 "작년 대회에 세르비아가 2진급 선수를 기용해서 경험을 쌓았다면, 올해는 올림픽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따야 하니 주전 선수들이 줄줄이 나오더라. 그러다 보니 대회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2년 동안 성장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비롯한 해외 감독들이 한국 여자배구가 작년보다 좋은 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해준다"며 멋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