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인혁, '대세 루키'로 달려온 5년, 다음 챕터를 위한 휴식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1-31 18: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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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드라마 제작이 줄어든 최근 국내 방송 시장에서 '프라임 타임', 일명 황금시간대는 주말 저녁이다. 그중에서도 금토 드라마의 연이은 성공으로 방송사가 가장 주목하는 시간이 금요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다. 배우 배인혁은 웹드라마를 시작으로 평일 미니 시리즈를 거쳐 주말 황금시간대에 입성, 중장년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배우'로서 자리매김 했다.


배인혁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극본 고남정, 연출 박상훈, 제작 초록뱀미디어/ 이하 '계약결혼뎐')에 강태하로 출연했다. 조선시대에서 현재로 타입슬립하는 장르이기에 배인혁은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최고 9.6으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배인혁의 인지도 역시 2040세대에서 5060세대까지 아우르며 한층 더 넓어졌다. 배인혁은 "식당에서도 알아보신다"며 감사해했다.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강태하 역 배인혁/스포츠W(이지수 객원기자)


'계약결혼뎐'에서 배인혁은 '강드로이드'라는 별명을 가진 감정 동요가 거의 없이 일만하는 현대 강태하와 어린시절 연정을 품고 있지만 몸이 약해 혼인 첫날 밤 세상을 떠나버린 비운의 조선시대 강태하를 연기했다. 동명이나 두 캐릭터의 시대 배경과 성격은 전혀 다르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겉모습과 캐릭터 자체를 나눠버렸다. 조선시대는 의상이나 환경, 관계성도 달랐다. 무엇보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많이 두려고 했다. 조선시대 태하는 연우에 대한 그리움에 초점을 맞췄다. 다시 만났을 때는 병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 애절함이었다면, 현재의 태하는 기계적이고 철벽남이다. 어릴 적 본인의 트라우마 때문에 본인이 선택한 인생이다. 그래서 톤이나 감정이 없어보이는 것에 초점을 뒀다."

배인혁의 사극 출연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슈룹'에서 비운의 세자로 특별출연 했던 바. 강태하 또한 독살 당해 피 흘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로 분량이 크지 못했다. 연이은 사극에서 병약한 모습은 배인혁을 향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배인혁도 반응을 알고 있다. "사극 출연을 원하시는 팬분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도 알고 있다. 저도 조선시대 태하와 연우의 관계성이나 갈등을 조금 더 보여줬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제가 재작년에 4작품 중 3작품에서 다치고, 피흘리는 씬이 많았다. '건강한 사극하는 배인혁을 보고싶다'고 하시면서도 '피흘리며 죽어야 한다'는 댓글도 기억이 난다. 아마 적어도 병으로 죽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으신 것 같다. 저는 너무 건강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건강검진을 받아봐야겠다."(웃음)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강태하 역 배인혁/스포츠W(이지수 객원기자)
 

현대의 태하는 박연우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는 인물이다. '강드로이드'라는 별명으로 약칭 '강드로'로 불리지만, 연우를 점점 신경쓰고 마음이 깊어지며 질투하는 모습 등 새로운 면모를 과시한다. 특히 이런 모습은 실제 배인혁과 많이 닮았다. "태하는 연애를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고 이성에게 마음을 열어본 것도 처음이다. 애가 될 것 같았다. 표현하는 것이 단순해지고, 감정 역시 바로바로 표현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태하를 자극하는 사람은 이복동생 강태민(유선호)이다. 유선호와는 '슈룹' 이후 만났지만, 직접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는 것은 '계약결혼뎐'이 처음이다. 태민과는 회사 경영권과 연우를 가운데 둔 라이벌 관계로 함께했다. 배인혁은 "호흡을 맞춰본 것은 '계약결혼뎐'이 처음이다"고 했다. "사적으로 취미 생활이 맞아서 축구하고 볼링치고 가깝게 지냈다. 그 이후에 동생 역할로 한다고 해서 반가웠다. 그게 좀 신기했고 기대를 많이 했다. 처음 호흡을 맞출 때 묘하더라. 사적으로 친했던 친구와 현장에서 만난게 처음이었다.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니까 좋았다. 선호가 너무 바르고 착한 아이인데 그 친구가 태민을 시원시원하게 잘하더라. 대본상에서는 라이벌 관계이지만 태하로서는 오히려 귀엽게 봤다(미소)."

무엇보다 가장 든든하고 큰 힘이 된 배우는 이세영이다. 이세영은 지난 2021년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사극여제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후 2년만에 '계약결혼뎐'으로 돌아왔다. 연기자로서 대선배이지만, 이세영은 현장에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누나였다. 두 사람의 꿀케미에 결국 '열애설'이 돌기도 했지만 너무 친해서 나온 해프닝이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2023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강태하 역 배인혁/스포츠W(이지수 객원기자)

"열애설은 나중에서야 연락이 와서 접했다. 시상식에서의 이슈도 있고, 그런 모습들을 케미적으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예능프로그램 '형제라면'에서 이승기 형이 '텐션 좋고 배울게 많은 배우'라고 말해줬었다. 저는 '계약결혼뎐' 현장에서 합을 맞추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저는 경력이 많지도 않은데 누나가 제가 불편하지 않게끔 환경을 만들어줬다.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제가 현장에서 피곤한 티를 안 내는데 누나랑 붙는 씬이 있으면 바로 컨디션을 알아보더라. 누나가 저 대신 말해주거나 했다. 정말 감사했다."

또 배인혁은 "사실 첫 리딩 날이 제 생일이었다. 그 때 처음 보는 자리인데도 선물을 준비해주셔서 놀랍고 감사했다. 핸드크림을 선물 해 주셨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전 세대층을 아우른 작품인만큼 천호진, 진경 등 선배들과 호흡하면서 배움의 깊이도 한층 깊어졌다. "'치얼업' 때도 주인공을 했지만, 사회에 나온 성인 역을 해본게 처음이었다. 호흡을 맞추는 선배님께 에너지를 지고 싶지 않아서 힘들었었다. 근데 이번에는 현장에서 상대랑 맞추게 되면서 호흡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것 같다. 나 혼자 상상하고 준비하면서 답이 안 나올 때가 있는데 현장에서 해답을 많이 얻었다. 호흡을 맞추는 상대가 다 노하우도 있고 경험도 많아서 가져올 수 있는 소스가 많았던 것 같다."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강태하 역 배인혁/스포츠W(이지수 객원기자)


반면 비서실장 홍성표로 호흡한 조복래, 연우의 몸종 사월을 연기한 주현영은 즉흥 연기의 달인으로서 시청자들에 많은 활력소를 선사했다. 이들 '박하 커플'과는 또 다른 케미를 선보이며 시선을 강탈했다. "저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애드리브 한 번씩 하면 너무 재밌었다. 저도 본방을 보면서 처음 보게 되는 씬이 많았다. 태하 연우와는 다른 케미가 존재한다. 둘이 나올 때는 시청자로서 저도 너무 기대됐다. 실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하는게 많은데, 리허설 하면서 짜는 게 많았다. 그런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배인혁은 2021년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하 '멀푸봄')으로 첫 지상파 주연을 맡은 후 한 단계씩 성장 중이다. '멀푸봄'과 '치얼업'으로 2030세대에 팬층을 확보했다면, '왜 오수재인가'와 '슈룹', '계약결혼뎐'으로 다채로운 연령층에서 사랑 받았다. '계약결혼뎐'의 경우 사극과 묵직한 현대물이 조화를 이루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저희 부모님 친구분들이 잘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식당에 가도 알아봐주신다. 앞서 작품들에서도 많은 분들께 사랑받았지만, 제 또래나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주셨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분들이 폭넓게 봐주신다고 느꼈던 것 같다. 확실히 폭이 넓게 간 드라마라고 느꼈다."

'계약결혼뎐'을 마친 배인혁의 다음 스텝은 쉼이다. 지난 2019년 배우로서 일을 시작한 후 소처럼 일만한 그에게 기약없는 휴식 시간이 처음으로 주어졌다. "지난해 11월 촬영이 끝났고 종종 화보 스케줄 같은 것을 하면서 쉬고 있다. 일주일간은 행복했는데 점점 불안해지더라. 쉬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그 자체가 불안하고 지금 잘 쉬는게 맞나 생각도 들었는데 생각을 바꾸고 쉼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다음 작품에서 쓸 에너지를 비축 중이다. 작년을 생각하고, 이번 년도를 생각해보니 똑같이 체력을 쓰면 안되겠더라. 재작년에는 더 힘들었는데도 잘 버텼다. 근데 '계약결혼뎐'을 할 때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다음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다. 쉬는 동안에 체력도 보충하고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강태하 역 배인혁/스포츠W(이지수 객원기자)


새해 목표 또한 정하지 않았다. "제가 목표를 정하면 그것만 보고 달리더라. 그래서 놓치는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자신한테 바라는 것은 조금 더 과감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현장에 가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자유롭고 과감한 성격이 됐으면 한다."

조금은 색이 짙은 장르물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아직 시기상조란다. "장르물에 대한 갈증도 있다. '계약결혼뎐' 11회에서 할아버지가 항아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있다. 태하가 처음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씬인데 그 장면에서 제가 상대의 목을 조르는 연기하면서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느낀 것 같다. 누아르 장르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 제 욕심만으로 하면 안된다고 지난 경험에서 배웠다.
어떻게 하면 똑똑한 선택을 하고,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팬들과의 소통은 조금 더 많이 하고 싶어 고민 중이다. "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많이들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고싶은 마음은 있는데 준비해서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하고싶은 욕심이 있다. 라이브나 버블(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같은 것도 고려 중이다. 감사하게도 행사에 와주시면 그때 최대한 잠깐이라도 인사드리려고 한다. 한번씩 기회가 되면 고독방에 가서 글 도 남기고 일상을 공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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