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 "'수리남' 로케 '군도'만큼 힘들어...윤종빈에 복수 의향 있어"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6 18: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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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하정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데뷔작부터 함께한 윤종빈 감독과 손을 잡고 첫 시리즈물에 도전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의 이름으로,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펼친 민간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수리남'은 공개 2주만에 넷플릭스 비 영어권 TV 시리즈 작품 기준 중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K콘텐츠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강인구 役 하정우/넷플릭스
 

'수리남' 인터뷰를 위해 기자들을 만난 하정우는 "제작보고회 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직접 얼굴을 뵙고 인사드리는게 도리인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빌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본격 인터뷰에 앞서 조심스럽게 사과를 전했다.

앞서 하정우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19회에 걸쳐 불법 투약, 지난해 9월 1심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팬데믹과 시기가 겹치며 전작 '클로젯' 이후 2년만에 돌아왔다. 그는 "일련의 일들 사죄의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신 이들에게 사죄의 말씀들 드리고 싶다"며 프로포폴 투약 논란을 사과했다.

하정우의 복귀작인 '수리남'은 과거 실제 수리남 지역에서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었던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윤종빈 감독에 연출을 제안하기도 했다. "나르코스 시리즈는 남미 중미, 콜롬비아 멕시코 위주다. 아시아에서는 생경함을 주는 것 같다. '아시아의 한명이 남미에서 이런 비지니스를 했단 말이야?'를 느껴지게 하는 독특함이 아닌가 싶다. 저도 아마 그것때문에 끌린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강인구 役 하정우/넷플릭스
 

극 중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펼치는 강인구로 분한 하정우는 실존 인물이었지만 캐릭터 해석은 자유로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전요환이라는 인물의 목사라는 설정도 허구다. 실존 인물도 만나뵀다. 건장한 체격을 가지셨다. 뵙고 나서 '이러니까 살아남으셨겠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실존 인물에 대해서 의식되는 것은 없었다. 그들의 동선과 만남, 비지니스에 대해 집중했다."

강인구는 사업수완이 좋은 인물이다. 마약 밀수상으로 몰려도 '생존본능'으로 여유를 잃지 않는다. 이처럼 코너에 몰려도 여유로운 강인구의 모습과 대사는 하정우와 찰떡이었던 바. 하정우는 "제가 쓰는 말투를 윤 감독이 대사에 넣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니 농담하는 스타일도 비슷해지는 것 같다. 애드리브가 있긴했지만 대부분이 대사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친구 박응수로 분한 현봉식과의 연기에는 애드리브가 많았다. "응수랑 하는 장면은 도미니카에서 후반부에 찍었다. 막바지에 진짜 베프끼리 만난 것처럼 연기해었다. 초반에 응수랑 말장난 하는 장면은 정말 찐 웃음이 나왔다. 너무 사랑스럽더라(미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강인구 役 하정우/넷플릭스
 

홍어 사업을 위해 수리남을 찾는 인물이기에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는 대사가 중요했다. "생존영어다. 교육기관에서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미군 부대 납품하는 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건 굉장히 레벨이 떨어지는데 말은 또 쉬운 단어로 조합해서 잘 한다. 그래서 부담이 없었다. 'PMC' 때는 원어민에 가깝게 해야해서 갇혔었다. 여기서는 콩글리시로 의사전달만 되면 된다고 해서 그나마 준비하는데 있어서 수월했다. 영어 자체가 모국어가 아니니까 반복 연습밖에 없었다. 몇 개월을 영어 대사만 연습하고 그랬다."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이 처음 고사했으나, 이후 시리즈화 제안에 수락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하정우는 희대의 사기꾼, 수리남의 실세인 마약왕 전요환 역으로 황정민으로 제안했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는 하정우 윤종빈 감독이 17년만에 '염원'을 이뤘다며 감개무량한 소감을 전해 화제가 됐다.

"어릴 때 정민형은 무서운 선배라고 생각했다. 매니지먼트 처음 들어갔을 때 활동했던 형이다. 배우할 때 정말 열정적이다. 평상시는 말씀도 많고 에너제틱 하고 사람들도 좋아한다. 활발하시다. 연기할 때는 그 순간만큼은 에너지를 응축한 것처럼 되게 직전에는 조용하게 계신다. 마음을 준비하고 다스리고 계획하는 루틴인 것 같았다. 서정적인 느낌이었다. '액션'을 외치기 직전에 혼자 짧게 짧게 가지시더라. 에너지나 임하는 자세나 이런 것들이 엄청나다. 형은 모든 게 다 릴렉스 돼 있는 것 같다. 액션씬을 찍다보면 상대 배우가 어떤 상태인지 느껴진다. 형은 마디마디가 다 릴렉스 돼 있었다. 멱살을 잡고 끌어도 안 힘들었다. 슈가 글래스인데도 계속 알려주면서 안심시켜주더라. 서로 배려해주는게 느껴졌다. 그 마음이 굉장히 감사했다. 믿음이 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황정민 하정우 스틸/넷플릭스
 

또 하정우는 최창호(박해수 분), 변기태(조우진 분), 데이빗 박(유연석 분)으로 호흡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연석이도 능글능글하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해수는 처음봤다. 이 작품 하면서 알게 됐다. 리딩하고 초반 장면을 찍는데 되게 잘 캐스팅이 됐구나 잘 찾아냈구나 생각이 들었다. 정민이형도 우진이도 모두 찰떡이었다."

하정우는 데뷔작 '용서 받지 못한 자'부터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에 이어 '수리남'까지 윤종빈 감독과 함께 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진행된 로케 촬영은 빠듯했기 때문에 리허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정우는 "영화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감독인 것 같다, 사실 물리적인 피곤함이 컸다. 모든 인물을 다 만나고 외국어 대사에 액션에 감정 연기에 총망라한 캐릭터라는게 너무 힘들었다. '군도'에 버금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1부 마지막 체포 장면을 아침 6시에 끝내고 그날 오후 1시에 도미니카를 탈출했다. 8개월 여정을 끝내는 그 순간이 정말 탈출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강인구 役 하정우/넷플릭스
 

앞서 '군도' 인터뷰 당시 하정우는 자신의 고생담을 전하며 "언젠가는 윤종빈 감독에 꼭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정우는 동네 바보 돌무치로 분해, 화상을 입어 한쪽 머리가 벗겨지고 맨발로 뛰어다녀 발에 물집이 잡히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그는 "반삭헤어스타일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 10년 전 화났던 일이 다시 떠오를 정도"라고 말해 그의 고생을 짐작케 했다.

이후 자신이 첫 연출을 맡은 '허삼관'에 윤종빈 감독을 캐스팅하지 못했다. '수리남' 촬영이 '군도' 버금가게 힘들었다는 그는 "본인은 배우를 은퇴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열려있다. 캐스팅 제안을 할 의사가 있다. 윤 감독 작품 현장이 고되다. 너무 많이 찍으니까. 그만큼 신뢰가는 감독 중에 한 명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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