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내가 무너지면, 누구 한명이라도 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순간, 사고가 일어난다. 너무 잘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배우 우도환은 날렵한 눈매의 소유자로, 선과 악이 묘하게 공존하는 외모로 다채로운 캐릭터 소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우도환은 강직하다. 성실함으로 똘똘 뭉쳐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고, 다소 묵직하다. 그는 스스로 "간파하기 쉬운 타입"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냥개들'을 대하는 그의 진정성이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김건우 役 우도환/넷플릭스 |
지난해 촬영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암초에 부딪혔던 '사냥개들'은 1년동안 고생한 배우, 감독, 스태프들의 노고를 치하라도 하듯이 공개 4주차에도 넷플릭스 글로벌(비영어) 4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동명의 웹툰인 사냥개들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 김건우(우도환), 홍우진(이상이)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로, 지난 6월 9일 공개, 4주차에도 여전히 글로벌 TOP 10에 차트인 하며 순항 중이다.
우도환은 지난해 2월 육군만기 전역한 후 MBC 드라마 '조선 변호사'를 통해 복귀했지만, 사실 가장 먼저 촬영을 마친 작품은 '사냥개들'이다. 영화 '사자'로 연을 맺은 김주환 감독이 전역을 앞둔 그에게 '보냈다'는 세 글자의 메시지를 보내며 재회했다. "제대하기 7~8개월 전부터 대본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 주환 형도 보냈다고 했었다. 저는 항상 들을 때마다 누군가를 추천해줬다. 근데 갑자기 저한테 보냈다고 하더라. 다른 작품은 읽어 보지도 않고 당연하게 선택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김건우 役 우도환 스틸/넷플릭스 |
우도환은 15살 때부터 복싱장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그리고 스무살 때부터 액션스쿨을 취미 삼듯이 그냥 다녔다. "친구들과 샌드백도 가끔 치고, 아령도 들고, 윗몸 일으키기도 하고 놀았다. 그 냄새가 잊혀지지가 않는다. 스무살 때부터 액션 스쿨을 그냥 다녔다. 단역 때부터. 나태해지고 싶지 않아서 혼자 6개월정도 운동했다. 그러면서 액션에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겼고, 액션 좀 할 줄 아는 애가 됐다."
'사냥개들'은 김주환 감독이 K-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을 주력한 만큼 '청년경찰'의 4-5배 분량을 촬영했다. 김건우는 우직할 정도로 복싱에 진심인 인물. 단 한번도 발차기를 하지 않고, 오로지 맨 손, 맨 주먹으로 싸우는 '복서의 심장'을 가졌다. 그는 "건우의 머리 속에는 발차기는 단어조차 없었다. 발을 못 쓰는 아이다"며 웃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2대 1 액션 스틸/넷플릭스 |
"최대한 실제 타격하는 것처럼 보였으면 했다. 주먹이 스피드감이 살아야 리듬들이 살고, 템포가 올라갈 것 같았다. 건우는 템포가 느린 친구다. 복싱할 때도 그런 갭을 주면 성격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주지 않아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했다. 액션의 디벨롭과 두 주먹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지막 액션 씬에서는 두 손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것 같다고 액션 팀이 그러더라.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 컷에서 끝난다. 그래도 굉장히 적다. 그런 것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나의 액션이지만 다채롭게 보여기지 위해서 건우가 패배를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
첫 액션씬 촬영한 날부터 회상했다. 앞서 김주환 감독은 1회 액션 촬영 당시의 우도환으로 인해 액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1회 엔딩씬은 하루만에 찍었어야 했다. 권투 선수가 길거리 나왔을 때 모티브한 씬이다. 하루만에 끝내려고 너무 많이 노력했다. 우리 드라마 첫 액션이었다. 저희가 실제로 코 앞에서 끊거나, 턱 앞에서 끊거나 해야했다. 액션은 카메라만 등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잽의 경우도 조금씩 털려줘야 했다. 저는 처음이라 너무 무서웠다. 빠른 시간 안에 찍었어야 했어서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액션 좀 할줄 아는 애' 우도환도 힘들었던 씬은 4회에 등장하는 강인범(태원석)을 상대로 우진과 맞서는 2대 1 액션 씬이다. "그렇게 찍어본 적이 없다. 사냥개들이 곰을 때려잡는 씬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때려도 때려도 쓰러지지 않는다. 인범 형이 저희 합까지 다 외우고 있어야 해서 너무 고생했다. 먼지도 너무 많고, 계속 맞기만 해야한다. 형도 고생했는데 너무 잘한다. 형이 복싱을 오래했다. 인범 형이 상이 형을 삽으로 누를 때, 제가 뒤에서 치는 씬이 있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 형이 맞아야 할 타이밍을 모른다. 형 머리가 긁혔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위험했던 순간들이었다. 형이 딱밤 맞은 것 같았다고 할 정도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김건우 役 우도환/넷플릭스 |
또 우도환은 "1회에서 인범에 박치기를 당한다. 8회에서 건우가 인범에 박치기를 한다. 그걸 찍을 때 너무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 씬은 정말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아무리 때려도 넘어가지 않던 인범인데, 건우가 한방에 쓰러뜨리는 컷이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지었다.
'사냥개들'은 3막으로 나뉜다. 건우와 우진이 복싱장에서 만나 형제 못지 않은 끈끈한 우정을 나눴다면, 건우의 모친이 악랄한 사채업자 김명길(박성웅)으로 인해 빚더미를 떠안게 된다. 건우는 우진의 도움으로 아픈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최태호(허준호)에 은혜를 입고 그의 손녀딸 같은 존재인 차현주(김새론)와 함께 김명길의 뒤를 좇고, 대적하기 위해 훈련에 돌입한다. 하지만 최사장과 그의 동료들까지 김명길에 처참히 살해당하고 건우와 우진은 복수심을 불태우고 또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촬영 후반부 기간인 2022년 5월 김새론이 음주운전 사고를 저지르며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때가 바로 7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예정 되었던 막바지 촬영 및, 후시 녹음·재촬영 등 이미 예정된 스케줄로 인해 수습할 시간은 딱 한달이었다. 김주환 감독은 대본을 수정했고, 우도환은 이상이와 함께 7회에 등장한 모습처럼 초사이언의 몸을 만들었다. "7회의 몸은 전역을 하자마자 6개월가량 운동을 하면서 촬영하면서 유지했다. 쉽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게 있으면 먹었지만, 건강하고 몸에 좋은 것들을 먹었다. 태릉 선수촌 분들처럼 먹고 운동하고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김건우 役 우도환/넷플릭스 |
사실 암담한 현실에 누군가는 주저 앉을 수도 있다. 극 중 최 사장의 죽음이 건우와 우진에게 그랬듯, 우도환에게 그때 심경이 딱 그랬다. 그는 "그때 마음은 건우랑 우진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에도 건우랑 우진이가 운동하면서 2개월동안 단련한다. 근육으로만 10kg 찌운 것 같다. 몸만 봐도 체지방이 거의 없는 몸이었으니까. 우리가 마무리 지어야 하고 싸워야하는 시간들이 있다. 성실하게 좋은 마음으로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다. 오직 '타도 김명길'이라는 마음이었다. 주환 형이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이 작품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우도환은 "해병대 바지 입고 찍어야 하는데 이틀정도만에 살이 너무 빠졌었다. 옷 피팅하면서 너무 말랐다고 걱정하더라. 그때 갑자기 스트레스가 왔다. 바로 편의점 가서 햄버거 사고, 피자 시키고 일단 다 때려넣었다. 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7회의 몸이다. 그 정도로 제가 그 사이즈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주환 감독은 한달 만에 만난 우도환과 이상이의 몸을 보고 힐링을 얻었다고 했다. 그만큼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우도환은 "건우랑 제가 닮은 점이 있다면 성실함인 것 같다. 저는 건우처럼 착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친구다"고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김건우 役 우도환/넷플릭스 |
무엇보다 '사냥개들'의 수장인 김주환 감독에게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글을 쓰면서도 내 걱정을 할 사람이라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아무일도 없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형이 제주도에 있을 때 찾아갔었다. 같이 성산일출봉 올라가고, 쉴 때 카페 가서 앉아있었다. 형이 매일 쓴 것을 저한테 보내줬었다. 의견을 항상 같이 나눴다. 힘을 주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가 무너지면 큰일이 나니까."
건우였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건우는 너무 만화적인 캐릭터다. 그 친구여서 어떠한 위험이 닥쳤을 때 절대 회피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무너지면, 누구 한명이라도 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순간, 사고가 일어난다. 너무 잘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덜 하지 않고, 더 웃고, 더 땀 내고 으쌰으쌰 했다. 더 활기차게, 항상 격려하면서 상이 형이랑 둘이 의기투합하면서 전우 아닌 전우였다."
모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건우에게 우진과도 같은 존재인 이상이가 우도환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상이형이 그런 존재였다. 우진 형 대사에서 '복서들끼리는 주먹 한방한방 나눌 때마다 이 사람의 삶이 느껴진다'는 것처럼 처음 만났을 때 리딩하고 나랑 결이 비슷하다고 느껶다. 누군가랑 친해지고 마음을 열기까지 오래걸리지 않는 것 같다. 상이형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릴리즈가 되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고 감사한 것 같다. 서로 상대방이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