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가 또 다시 악역으로 돌아왔다. '범죄도시' 이후 무려 5년만이다. 하지만 실제 만난 진선규는 세상 무해해한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러웠고, 순진함 그 자체였다. 어떻게 악역을 소화해냈는지 궁금증이 폭발할 정도였다. 진선규는 "만들어주신 외형 속에서 장명준에 대해 상상해 나가는 것. 순간적인 상상들, 그런 생각들을 지속하고 유지했다"고 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장명준 役 진선규/CJ ENM |
진선규가 5년만에 악역을 선보인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감독 이석훈)는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여기에 뉴페이스 해외파 FBI 잭(다니엘 헤니)까지,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그린 영화로, 29일 기준 573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4주차에도 흥행몰이 중이다.
진선규가 분한 장명준은 북한 범죄 조직의 리더이자, 2편의 메인 빌런이다. 과거에는 림철령의 직속 선배였으나 김정택의 꾀임에 넘어가 마약상이 됐다. 자신이 이용당한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복수를 꿈꾸게 된다. 진선규는 "저는 캐릭터의 상황이나 설정을 나의 것을 고집하기보다 인물의 흐름, 가치관을 상상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놀다가 슛 들어가면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 그 속에서 잘 쳐다보고 상상하고 배역을 보고 싶은 눈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공조2'는 전편의 성공으로 시즌2가 제작됐다. 전편의 성공은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2편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재밌더라.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됐고 인터내셔날해졌는데 삼각공조가 이뤄진 진태네 집이 너무 재밌었다. 거기에 푹 빠졌다. 이 세명과 부딪히는 장명준이 예전보다는 힘의 크기가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위성락 말고 다른 모습으로 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있었다."
완성된 영화 속 장명준을 만족하냐는 물음에는 "'범죄도시'는 나를 기억해줄 수 있는 나의 대표작이다. 그것과 다른 새로운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고민한만큼 스크린에 이미지가 그려저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장명준 役 진선규 스틸/CJ ENM |
장명준은 '공조2'에 새롭게 등장한 빌런이다. '공조1'에서는 故 김주혁이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던 바. 진선규는 "1편도 주혁 선배님이 너무 인상깊었다. 철령과의 힘이 너무 컸다. 여기서는 일대 다대응이다. 부담이 될 수 밖 없다. 선택한 작품이고 여기서 잘 만들어내야 한다. 그냥 서사가 크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각인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감독님과 많이 했다. 처음부터 '어?!' 이런 느낌이어야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외형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메인 빌런의 강렬함을 배가시키고자 했다. 스틸 속 장명준의 모습은 마치 시라소니를 연상케 한다. "처음 분장 의상 콘셉트를 잡았을때 굉장히 세련됐다. 투블럭 헤어에 양복입고 반지끼고 해외의 보스 느낌이었는데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사이에서 내가 세련되는 이미지가 좋을까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꿨다. 가만히 있어도 멋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차별성이 크게 없는 것 같았다. 샤워하다가 거울을 보는데 살짝 긴 머리가 물기에 젖어 사자 갈기처럼 보였다. 장명준 같이 자신의 큰 목적을 위해서 돌진하는 사람은 남들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내면은 감추고 싶어한다. 그때 사진을 찍어서 감독님한테 보냈다. 감독님이 괜찮다고 했다. 다음 피팅 때 머리를 기르겠다고 하고 헤어를 제안했다."
'공조2'의 장명준의 '돈이 그렇게 좋니? 돈이 널 살려줄 수 있냐'라는 첫 대사는 강렬했다. "첫 대사는 진짜 내가 봐도 너무 (위성락과)달라보여서 좋았다. 장명준은 비주얼이 독특하다. 촌스러운데 그 이미지가 괜찮았다. 사실 '돈이 널 살려줄 수 있냐'면서 돈에 총알을 통과시키는 장면도 제가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특정 대사는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앞서 '범죄도시'에서 위성락은 중국 하얼빈에 군림하던 악명 높은 조선족 조직폭력배였으나, 장명준은 함경도 출신이기에 억양이 달랐지만 겹치는 부분이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함경도 쪽 녹음본을 연습해나갔다. 함경도랑 연길이랑 가깝고 비슷하다고 하더라. 중국어랑 같이 쓰는 말투와 여기 말투가 비슷하게 들리지만 다르다고 하더라. 그걸 연습을 많이 했는다. 마치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대구와 부산의 사투리 구분처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말의 어미들이 조금 다르다. '~지비'라는 말이 그쪽에서 쓰는 말들이라고 하더라."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장명준 役 진선규/CJ ENM |
빌런의 특징은 출연 분량 중 대부분의 장면이 대치상황 및 액션 씬이다. 극 중 철령과 장명준의 호텔 고공 곤돌라 액션 씬은 보는 관객들까지도 아찔하게 만든다. 무려 10일간 촬영된 이 장면은 실제 두 사람이 소화해낸 것이다.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격한 액션을 하루종일 둘이서 찍었다. 빈이가 너무 액션을 너무 잘하고 잘 맞춰주고, 저는 나이가 좀 있어서 예전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좀 아프더라. 장소를 옮겨가면서 촬영했다. 정말 난간에서 찍기도 했다. 호텔이 공사 후 오픈 전이라 옥상 위에 세운 철근 구조들이 흔들려서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아무 사고 없이 잘 찍었다."
현빈과 부대끼며 촬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돈독해졌다. 장명준의 설명이 부족한 반면, 두 사람은 애초 동료였기에 싫어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의 목적이 다른 순간에 만난 것 뿐이다. 자연스럽게 생긴 돈독함에 없던 대사까지 만들어 추가했다. "이번 영화에는 대사적으로 설명적으로 많이 보여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내 가족을 죽인 어떠한 그 사람과 그때 그 사건을 받아주지 않았던 남한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 그 가족애를 상상했을 때 저한테 크게 다가왔다. 마지막 대사 한 두마디로 보여지지만 처음부터는 그 생각이었다. 장명준이 잔인한 선택을 하면서도 인간미가 드러났으면 했다. 감독님께서 그의 깊은 마음을 잡아주셨다. 처음 만나서 '니가 올 줄 몰랐다'고 하는 대사도 장명준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신념이라고 생각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눈속에서 독기와 악기가 아니라 내가 해야하는 가족에 대한 복수에 대한 신념이 담겼으면 했다."
또 진선규는 현장에서 현빈을 보고 직접 추가한 장면도 있다고 비화를 전했다. "김정택에 쏟아지는 총격 세례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는데 멋있어 보였다. 빈이의 기둥 액션을 보고 연습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눈을 안 감는지 신기했다. 나도 감지 말자고 다짐했다. 슬로우니까 눈을 감으면 안 된다. 그 장면이 정말 괜찮은 컷이라는 생각을 했다. 첫발은 무조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게 된다. 그 이후에는 스스로 인식하면서 빈이를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장명준 役 진선규/CJ ENM |
반면 민영으로 분한 임윤아와는 캐릭터끼리 접점이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촬영장에서 가장 친해졌다. 임윤아는 진선규에 재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 제 나이대 남자들 중 소녀시대 팬이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겠나. 같이 작품을 찍는데 두 세번 현장에서 윤아씨 촬영씬 들어갈 때, 저는 나올 때 마주쳤다. 이번에 같이 홍보 하면서 더 친해졌다. 빈이랑 해진형은 친분이 있었는데 윤아씨와는 영화 속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윤아씨도 현빈씨도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저는 약간 낮가림도 있고, 누가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면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데 그걸 너무 편하게 해줬다. 다음에는 같이 공조하는 역할로 만났으면 한다(미소)."
'공조2'의 인연은 예능으로 이어졌다. 유해진과 지난 28일 종영한 tvN '텐트 밖은 유럽'을 함께 촬영했다. 예능이 두려웠지만 '범죄도시'를 함께한 박지환과 유해진이 함께 했기에 도전할 용기가 났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했다. 예능이 너무 두려워서 고사했다.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한 번 더 연락이 왔을 때 해진형이 한다고 하고 여행이라고 하셨다. 해진형이 있으니까 내가 기댈 때가 있을 것 같아서 거의 임박했다. 대답하고 바로 짐 싸서 여행을 갔다. 그 여행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해진형 균상이 지환이랑 더더욱 돈독해졌다. 제가 모니터를 잘 안하는 배우중에 하나다. 제가 찍은 것은 안 보고 후기를 듣는 편이다. 근데 그걸 기다리고 있더라. 보면 그때의 기억들과 말이 다 생각났다. 그때의 분위기가 생각나서 저도 기다려졌다. 내 결에 맞는 예능이면 또 해보고 싶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라면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났겠다 싶었다."